선교사는 현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언어를 배운다.
학원에서 기초 문법을 배우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단어와 표현을 익힌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사람에게 길을 묻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배우는 언어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선교언어의 출발점이지, 목적지가 아니다.
처음 배운 언어는 대부분 생활언어다.
말 그대로 현지에서 살아가기 위한 언어이며,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다. 그런데 문제는 선교사가 오랜 시간 사역하면서도 이 수준의 언어에 머무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선교사는 현지에서 살아갈수록 만나는 사람의 범위가 달라져야 한다.
처음에는 시장의 상인과 택시기사, 어린아이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교회의 지도자와 교사, 대학생과 전문인, 사회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과 신앙과 삶, 사회와 문화, 역사와 가치관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선교사의 언어 수준도 사역의 성장과 함께 변해야 한다.
생활언어에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생활언어에서 사역언어로,
사역언어에서 신학언어로,
신학언어에서 마침내 성경과 설교의 언어로 성장해야 한다.
선교사가 현지어로 물건을 사고 일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훌륭한 시작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복음을 깊이 있게 전하기 어렵다. 복음은 단순한 생활 정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죄와 구원, 은혜와 믿음, 회개와 하나님 나라, 십자가와 부활을 설명하려면 더 깊은 언어가 필요하다. 성경을 읽고 해석하고, 신앙의 질문에 대답하고, 설교를 하고, 현지 교회 지도자들과 신학적인 대화를 나누려면 더 높은 수준의 언어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선교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나는 지금 몇 년 전에 배운 언어로 선교하고 있는가?”
10년 전 학원에서 배운 언어가 오늘의 나의 선교언어와 같다면, 나의 언어가 멈춰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선교사의 언어는 사역의 깊이와 함께 깊어져야 한다.
처음에는 현지인에게서 언어를 배우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현지인과 언어를 통해 삶을 나누고, 더 나아가 그들의 언어로 복음을 설명하고 말씀을 가르치며 설교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선교사는 현지인의 언어를 단순히 ‘외국어’로 배워서는 안 된다.
그 언어 안에 담겨 있는 문화와 사고방식, 역사와 가치관까지 이해하는 수준으로 나아가야 한다.
결국 선교사의 언어는 세 단계의 변화를 거쳐야 한다.
살기 위한 언어에서,
사역하기 위한 언어로,
그리고 복음을 전하기 위한 언어로.
처음 배운 언어는 우리를 현지에 정착하게 하지만,
성장한 언어는 우리를 현지인의 마음과 삶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그리고 마침내 선교사가 현지어로 성경을 읽고, 현지인의 질문에 답하며, 그들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복음을 설명하고, 현지 교회에서 말씀을 선포할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선교의 도구가 된다.
선교사는 현지에 오래 머무는 것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언어가 성장해야 선교도 성장한다.
그러므로 선교사의 현지언어 공부에는 졸업이 없어야 한다.
학원에서 시작한 언어가 생활언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생활언어를 넘어 사역언어로,
사역언어를 넘어 성경언어로,
성경언어를 넘어 설교언어로.
선교사의 언어가 깊어지는 만큼
그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의 깊이도 달라지고,
그가 나눌 수 있는 복음의 깊이도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