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기간을 이용해 설악산 무박 종주를 다녀왔다. 주목적은 언젠가 한 번 가 보려고 했던 공룡 능선을 타기 위해서이다. 27일 저녁 21시에 대구에서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를 타고 설악으로 향했다. 45인승 리무진인데, 빈자리가 반이다. 예약을 해 놓고도,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로 오지 않은 사람이 반쯤 된단다. 등산사 입장에서는 딱한 일이다. 이 정도 인원인데도 갈 수 있다는 것이 고맙다. 두 자리를 차지해 여유 있게 갈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오색에서 출발하기로 하고, 백두대간을 탔다는 우리 또래의 한 사람, 나, 그리고 가이드 한 명이 한계령에서 오르기로 했다(오색에서 대청봉까지는 5km. 거리는 짧지만 경사가 급하고, 길이 단조롭다. 한계령에서 올라 '한계령, 귀때기청 갈림길'을 거쳐 서북 능선을 타고 대청봉까지 오르는 코스는 8,3km. 갈림길까지 2.3km 구간이 굴곡이 심하고 경사가 급한 반면, 일단 서북 능선에 올라서면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다. 그러나 '악산'답게, 암벽으로 된 능선길을 오래 걸어야 한다. 시간상으로는 오색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한계령에서 출발하는 것이 대략 1시간쯤 더 걸린다고 한다.).
오색에서 대청봉을 올라 희운각 산장, 천불동 계곡을 거쳐 설악동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24년 전 내가 등산에 입문할 때 갔던 코스라, 이번에는 한계령에서 출발하여 대청봉을 거켜 희운각으로 내려온 후, 공룡 능선을 타고 마등령까지 가서 비선대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하기로 했다.

<한계령 등산로 입구>
03시가 되어야 문을 연다는 자막이 나오고 있다.

<등산로 입구의 문>
우리 일행을 포함해 50명 정도의 인원이 저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서북 능선의 이정표>
문이 열리자 젊은 패들이 한 팀 먼저 출발했다. 초반부터 급하게 오른다. 우리도 그 팀을 따라 처음부터 피치를 올렸다. 1km 정도 왔을까. 그 팀들이 앉아서 쉰다. 우리는 그냥 진행했다. 몇 번의 굴곡 지대를 지나 이제는 혼자 갈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앞으로 나섰다. 서울에서 출발했다는 20대의 청년 하나가 슬리퍼를 신고 양말도 신지 않은 채 나를 따른다. 조금 따라오다 잠시 쉬었다를 반복하며 3km쯤을 따라오더니,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따라오지 않는다.

<서북 능선을 오르다 뒤돌아본 광경>
안개에 가려, 가까운 곳만 보인다.

<끝청>

<대청봉>
중청 대피소를 지나 대청봉에 도착하니 6시 25분경.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몇 장 찍어 주고, 그들에게 부탁하여 나도 한 장. 나중에 들으니, 오색에서 등산객을 이끌고 올라온 가이드가 6시 30분이 조금 지나 대청봉에 도착했다고 했다.

<대청봉~중청 대피소 사이에서 바라본 공룡 능선>
아침 안개에 가려 윤곽만 희미하게 보인다. 1700m의 고지대라, 날씨는 수시로 바뀐다. 서북 능선 쪽에 무지개가 어려 사람들이 환호하기에 카메라를 꺼냈더니, 불과 몇 초 사이에 사라지고 말아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다.

<한계령에서 올라온 서북 능선>

<중청 대피소>
대청봉에서 사진을 찍고 이리로 내려오다 '슬리퍼 청년'을 만났다. 나보다 7, 8분 정도 늦은 셈이었다. 그로부터 5분쯤 뒤에 '대간 종주 사나이'도 만났다. 저 대피소에서 간식을 하고 화장실에 들렀더니, 화장실은 두 칸뿐이고 대기하는 사람이 많아, 15분쯤 기다려서야 볼일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우리 세 사람은 다시 일행이 되어 함께 움직였다.

<공룡 능선과 그 너머의 울산 바위>

<공룡 능선>

<중청 대피소 북쪽 봉우리 위의 돔 건물>

<중청 대피소~희운각의 하산길에 바라본 공룡 능선>
흰색 상의를 입은 사람이 '슬리퍼 청년'.

<희운각으로 내려오는 길>
'슬리퍼 청년' 뒤에 푸른색 상의와 푸른색 모자 차림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양반이 '대간 종주 사나이'

<희운각으로 내려오는 길>

<희운각으로 내려오는 길>
사진 좌측 중앙 공룡 능선이 끝나는 곳이 마등령, 우측 중앙 너머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울산 바위.

<희운각 가까이 내려오다 바라본 공룡 능선>

<희운각>
여기에서 간식을 하고 물을 보충한 후 공룡 능선으로 진행.

<공룡 능선 구간에 있는 안내판>

<위 안내판에서 바라본, 앞으로 갈 길>
뾰쪽한 암봉 너머 좌측 위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오는 능선이 마등령~비선대 구간.
희운각 산장 앞 무너미 고개에서 마등령 삼거리까지 5.1km 구간을 이런 암벽 일곱 군데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며 통과하는 코스가 바로 '공룡 능선', 마등령 삼거리의 안내 지도에는 공룡 능선을 4시간 30분, 마등령~비선대 구간을 3시간 걸리는 것으로 잡아 놓았다(우리 일행은 간식을 하고 휴식을 하느라고 보낸 한 시간 가량을 포함하여, 공룡 능선을 통과하는 데 3시간 30분, 마등령~비선대 구간을 내려오는 데 2시간이 걸렸다.).

<능선 너머 울산 바위>

<공룡 능선 구간의 이정표>

<공룡 능선에서 서쪽으로 바라본 용아 장성>

<마등령 삼거리의 이정표>

<마등령 삼거리의 안내판>

<마등령 삼거리에서 되돌아본 공룡 능선>

<마등령>

<금강굴에 있는 안내문>

<금강굴>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내려오다 비선대를 450m 남겨 놓고 다시 150m를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올라야 닫는 곳이다. 옛날에 어떻게 저기에서 수도할 수 있었을까 몹시 궁금했다. 내가 보기에는, 위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을 듯했다.

<비선대>
금강굴에서 비선대까지 내려오는 중에 잠시 비를 만났다. 오늘 비가 오리라던 일기 예보가 맞기는 맞는 셈이었다.

<비선대>

<비선대>

<신흥사 대불>
거리: 한계령에서 설악동까지 총 23km 정도.
시간: 간식 및 휴식 1시간 30분 정도 포함하여 11시간 50분 정도.
첫댓글 2012년 여름, 봉정암에서 철야 해 보았다. 대청에서 오세암, 마등령을 돌았구나. 늘 산을 타니 가능한 일이겠지? 보기 좋다. 언제 함께 산행할 수 있는 날이 있기를 바란다. 오랜만에 글이 올라와 너무 반가웠다. 8월에 귀교한다.
오랜만일세. 반갑다. 공룡 능선을 타 본다고 좀 무리를 했네그려. 귀국한다니 더욱 반갑네. 돌아오면 연락하세.
15년 5월 19일 북부정류장에서 밤 10시 차를 타고 20일 새벽 2시에 속초에 도착하여 택시로 소공원으로 이동함. 소공원에서 비선대 금강굴 마등령 공룡능선을 거쳐 희운각에 도착 1박하고 21일 새벽 3시에 대청봉으로 출발하여 중청 대청봉 거쳐 오색으로 내려와 홍천으로 이동하여 대구로 왔음. 비슷한 코스를 큰샘은 무박 하루만에 하였으니 그 체력에 혀를 내두를수밖에. 그 와중에도 이렇게 좋은 사진을 올려 놓으니 기억을 되살릴 수 있어 감사할 뿐.
기어이 다녀왔구려. 축하. 우리 나이에 공룡 능선을 다녀온 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것이외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오색에서 출발하지 말고 한계령에서 출발하여 서북 능선을 거쳐 대청으로 오르는 코스를 권합니다. 거리로는 3km 정도 시간상으로는 한 시간 정도 더 걸리지만, 오색 쪽보다는 능선 좌우의 풍광이 훨씬 나을 듯. 무리하지 않으려면, 희운각에서 1박하면 충분할 것이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