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철이면 함박눈, 폭설에 쏟아지곤 한다
90년 가을 이집트로 가면서도 그곳에 겨울이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미디어인뉴스=김동문 객원기자) 김동문 객원기자는 한국외국어대 아랍어과를 나와 아랍·이슬람 지역 연구자로 [김동문의 중동에세이]를 통해 올바른 아랍 이슬람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 注
열사의 땅, 뜨거운 모래사막이 끝없이 펼치는 곳으로 중동, 아랍 이슬람 지역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때때로 한국 뉴스에도 중동에 폭설이 쏟아졌다는 등의 뉴스가 나오지만, 눈, 폭설과 중동을 쉽게 연결하는 이는 드물기만 하다. 물론 이것은 나의 편견일 수 있다.
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하였던 나였지만, 90년 가을 이집트로 가면서도 그곳에 겨울이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더욱이 시내산 같은 곳에 눈이 쌓인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도 못했다. 그러나 카이로 그곳에도 겨울이 있었고, 시내산에서 눈 덮인 풍경을 목격하여야 했다.
요르단에 살던 시절, 그리고 이스라엘을 오가던 때에, 겨울이면, 하룻 밤사이에 50cm 이상의 눈이 쌓이던 것을 늘 겪곤 했다. 겨울 가뭄으로 시달리던 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눈이 안 내리던 겨울은 없었던 것 같다. 지역과 시기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눈은 내리고 쌓이곤 했다.
눈이 내리는 날, 아니 눈이 내린 날이면 대중교통 수단이 끊어지는 것이 아무렇지 않았다. 제설 차량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주요 도로는 소통이 가능해져도, 대중교통 수단이 전면 가동되는 것은 아니었다.
눈길 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아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기도 했다. 요르단은 적설량이 많을 것이 예상되면, 아예 관공서와 각종 학교 휴무 조치를 취했다. 시민들의 안전을 고려한 선제 조치였다. 주민들은 눈을 치우기 보다는 그냥 녹을 때까지 방치하는 경우가 일상이었다.
폭설로 고립되어 출국을 못 한 이들, 호텔에 고립되어 있던 이들, 암만에서 200km 이상을 달려 페트라로 가고자 했으나 도로가 통제되어 다시 그 길로 암만으로 돌아오던 이들도 떠오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을 방문했을 때도 교통이 끊어진 눈길을 걸어 2, 3시간 걸어 예루살렘을 오가던 기억도 새롭다.
중동, 뜨거운 모래사막도 있고, 눈 내리는 곳도 계절도 있다. 올겨울에는 넉넉한 눈이 내려 가뭄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함박눈에 덮여서도 꽃을 피운 아네모네, 푸르름을 간직한 올리브나무 잎새처럼, 코로나 19로 뒤덮인 일상도 새로워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