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부터 19일까지 순전히 올레길을 걷기 위하여 친구 전정원 부부와 함께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올레길 걷기는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몇번에 나누어 그 기록을 올리려고 합니다.
제주 올레는 전부 13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데(6월 30일현재) 반드시 1코스부터 순서대로 할 필요도 없고
한꺼번에 전 코스를 전부 주파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걷는 사람들이 편리한대로 코스를 골라서
걸을 수 있고 몇번에 나누어 걸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1,4,5,10의 네 코스를 걷고 왔습니다.
이중 4코스만 23km로 거리가 길었고 나머지 코스들은 대체로 15km안팎이어서 하루에 걷기 적당하였습니다.
다음은 1코스를 걸은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제 블로그 (http://blog.daum.net/snuljs)에 실린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제주 올레길 제1코스를 걷기 위해서 숙소인 샤인 빌 리조트를 아침 일찍 떠나서 택시를 탔다.
기사에게 올레코스의 시점인 시흥초등학교를 아느냐니까 잘 안다고 하며 시원스레 뚫린 제주
일주도로를 신나게 내달린다.(성급한 마음에 택시를 탔지만 굳이 택시를 타지 않아도 버스를
이용해서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었고 이 이후에는 코스 이동을 위해서 택시는 타지 않았다.)
<시흥초등학교 담에 걸려있는 제주 올레 표지>
<담장너머로 보이는 학교-운동장이 전부 잔디로 되어 있어 보기 좋다.>
담장에 걸린 표지판에 40m만 가면 올레꾼을 위한 화장실이 있다는 안내가 써 있고
화장실 옆에는 올레꾼 전용주차장이라는 표지도 있다. 그 표지에 홀려서 따라가니 좀 이상하다.
올레길 표시가 안나온다. 다시 학교앞 길로 나와 지나가는 학생에게 물으니 올레길은 조금 더
내려가야 한다고 한다.
조금 더 내려가니 과연 꽃속에 묻혀있는 제주올레길이란 화살표 모양의 표지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가리키는 방향은 포장도로에서 벗어난 시골길이다.
<시골길 옆에 있는 감자밭에서 감자캐던 아줌마들이 반가이 우리를 향해 인사를 한다.
밭에서 싱그러운 감자를 캐내는 모습에 아내들은 절로 밭으로 들어간다.
아줌마들과 인사를 나누니 아줌마도 감자들 들고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해준다.>
<다시 길을 걷기 시작한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말미오름인 것 같다.
길은 아주 걷기 좋은 흙길이다. 길가의 밭을 에워싸고 있는 돌담들이 정겹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녹음짙은 숲이 가가선다. 오름의 시작이다.
올레길 걷는 기쁨에 가슴이 터질듯하다.>
<계단길이 시작되는 곳에 작은 정자를 하나 세워 두었다.
오르기전에 여기서 목도 축이고 복장도 재정비하라는 배려일 것이다.>
<정자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걷기 시작한다.
여기서는 계단을 타이어 고무와 밧줄로 얽어 만들어 놓았다.
나무나 돌로된 계단보다 훨씬 걷는 감촉이 좋다.>
<제법 올레꾼 같아 보이는 우리 일행들>
<드디어 말미오름의 정상이다.
사진에는 안나오지만 오름의 정상에 서니 멀리 성산일출봉이 아스라히 보인다.>
<정상에 있는 능선길 왼쪽은 목장이다. 길바닥에 새로 싸놓은 소똥이 싱그럽다.>
<능선길 아래쪽 숲속에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열심히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는 걷기 도반 전정원 동문>
<이제 목장을 나서는 문이다.>
<올레꾼들이 나가면서 문을 안닫아서 소들이 밖으로 탈출하는 사례가 있는 모양이다.
올레꾼들은 문을 꼭닫고 나가달라는 목장주인의 소박한 알림표지가 붙어 있다.
목장주인들이 올레꾼에게 소목장을 개방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고뇌하였을까?
결단을 내려 길을 내주었으니 우리 올레꾼들도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간단한 일 아닌가.
문을 나가고 문을 꼭 닫는 것.>
목장문을 나서니 넓은 풀밭언덕이 이어지는데 올레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가 없다.
잠시 머뭇거리는데 반가운 올레 리본이 눈에 띈다.
자세히 보니 풀밭에 사람지난 흔적이 있다. 먼저 지나간 올레꾼들의 발자국일 것이다.
그런데 이 풀밭은 야생화의 천국이다. 이름모를 야생화가 뿌려놓은 듯 피어 있고 산딸기도 많다.
아주 잘 익은 딸기를 따서 아내에게 주니 꿀맛이라고 한다. 아내는 스위스의 융프라우에 갔을 때 보았던
들꽃밭과 같다며 좋아한다.
<들꽃을 접사촬영하고 있는 친구 전정원>
<올레길을 걷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행복바이러스가 넘쳐난다며 좋아하는 두 부인들>
<이 언덕은 알오름인 모양이다.
제1코스에 두개의 오름이 연이어 있다고 했었다.
알오름에는 말미오름과 달리 꽃들이 많이 피어 있다>
<알 오름의 소나무 곁을 지나는 아내의 모습.>
알 오름 정상부근에 있는 무덤. 이 무덤은 제주도 무덤의 전형이다.
봉분을 쌓고 그 둘레를 화산돌로 벽을 쌓는 것이 제주도의 무덤 양식이다.
무덤 벽에 우리가 반가워하는 올레길 표시가 그려져 있다.
이 화살표시나 노랑색과 파란색으로 된 리본은 올레꾼들의 수호천사들이다.
길이 애매한 듯 싶은 곳에는 어김없이 이런 표시가 되어 있어 올레꾼들의 방향을 잡아준다.
<알오름 정상에서 잠시 휴식하며 간식도 먹는다.
제1코스 올레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이곳에서 올레꾼 한 사람을 만났다.
홀로 다니는 "홀로 올레꾼"이다.
서울에서 왔다는 이 올레꾼은 오늘 서둘러 제1코스만 끝내고 우도로 건너갈 작정이라고 한다.>
<오름을 다 내려오니 또다시 이처럼 기분좋은 숲길로 이어진다.>
<큰길로 나오니 종달초등학교가 나타난다.
학교 정문을 돌하르방이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교정을 가진 학교이다.
그러나 이 학교의 학생 수는 모두 합하여 78명이라고 한다.>
<화살표는 돌담길이 아름다운 마을로 안내한다.
올레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우리가 이런 길을 걸어 이 마을에 와 볼 수가 있었을까?
문득 문득 올레길을 개척해낸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솟구침을 어쩔 수가 없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아름답게 조경이 된 종달리민 회관이 있다.
올레길 안내서에는 출발점에서 여기까지 7.3km라고 되어 있다.
아직 제1코스의 절반도 못 온셈이다.>
<종달리 마을 큰 길가에 서 있는 팽나무
이 나무는 수백년동안 종달리 마을 사람들의 삶을 지켜 보았고
지금은 서울에서 온 올레꾼이 지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팽나무를 지나니 길가에 갈대밭이 우거진 곳이 나온다.
바로 소금밭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예전에 종달리 마을사람들은 이곳에서 소금을 생산하여 제주 전역에 공급하였다고 한다.>
<바쁠 것 없는 우리는 길가에 세워 둔 경운기에 올라 타보는 장난도 하며 지나간다>
<종달리 해변-뒤에 말미오름이 보인다.>
<종달리 해변-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저 일출봉을 지나고도 한 참을 더가야 제1코스의 종점인 광치기 해변이 나온다.>
<해변의 모습도 수시로 바뀐다. 검은 바위가 있는 이 해변은 조개체험장이기도 하다.>
<드디어 민생고를 해결할 수 있는 시흥리 해녀의 집에 도착하였다.
시계를 보니 꼭 열두시이다. 이 집은 해녀들이 잡아 온 조개와 전복으로 만든 죽이 맛있다고 했는데
과연 푸짐하고 맛이 있었다.>
<하녀의 집 뒤에는 "성산포 조가비 박물관"이 있다.
나 혼자 들어가 관람하며 사진을 찍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수집한 신기한 조개껍질을 전시하고 있다. 관람료는 2천원.>
<성산 갑문다리-여기까지가 12.1km이다. 앞으로 3km만 더 가면 제1코스가 끝난다.>
<갑문 다리에서는 성산 일출봉이 더욱 뚜렷이 보인다.>
<갈림길에서 우리는 성산일출봉 방향으로 간다.>
<일출봉을 배경으로>
<지나는 길에 성산 오일장의 모습이 보인다. 오늘(16일)이 마침 장날이다.
그러나 시장에는 손님도 별로 없고 완전히 파장분위기이다.토마토,참외를 조금 샀다.>
<성산 일출봉 아래에 도착. 바로옆 주차장에서 내린 단체관광객들이 줄지어
일출봉으로 오르는 모습이 개미떼처럼 보인다.
올레길은 일출봉을 감싸다가 동암사 앞에서 해변으로 빠진다.>
<무사포 해변앞에서 만난 독일인 청년-그도 오늘 우도로 갈것이라고 한다.>
<무사포 해변의 모래는 검은 색이다. 여기서 올레꾼 한사람을 만나서 동행한다.>
<아름다운 일출봉을 뒤로 바라보며 검은색 모래밭에 앉아 감탄을 금치 못하는 아내의 모습.>
<따끈한 모래밭을 맨발로 걷는 기분은 최고-발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하다.>
<드디어 제1코스의 종착점인 광치기 해변에 도착하였다.
광치기 해변도 관광명소인듯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대형관광버스가 중국인들을 내려놓았다.
오늘 걸은 올레길의 거리는 15 km. 소요시간 8시간.
철저히 "놀멍, 쉬멍, 걸으멍"(놀며 쉬며 걸으며)을 실천한 올레길 걷기였다.
장한 우리 일행들! 힘들었어도 하나같이 행복했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