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으로 채운 가계소득에 불황형 흑자…불평등은 더 커져
[출처: 중앙일보] 나랏돈으로 채운 가계소득에 불황형 흑자…불평등은 더 커져
일해서 번 돈은 줄고, 정부가 준 돈으로 지갑을 채운다. 하지만 돈을 더 쓰지는 않았다. 소득 상위권 가구는 더 부자가 됐고, 소득 하위권 가구는 더 궁핍해졌다.
근로소득, 3분기 기준 최대폭 감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020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0만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늘었다. 전체 소득은 늘었지만, 뜯어보면 가계 사정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일해서 번 돈인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각각 1.1%, 1% 줄었다. 특히 근로소득은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후 3분기 기준으로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근로소득 3분기 기준 최대 감소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모두 줄어든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불황이 있다.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 데다 사업체의 임금 상승률도 둔화했다. 가계 사업소득과 연관이 높은 숙박·음식업, 도소매업 등 서비스 분야 자영업이 부진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대로 경제활동을 통해 번 돈이 아닌 이전소득은 17.1%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지원금, 근로장려금 등 공적 이전소득이 29.5% 늘어나면서다.
지출 줄인 가계 ‘불황형 흑자’
다시 지출 줄인 가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갑은 전처럼 열리지 않았다. 2분기에는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로 소비지출이 반등했지만,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으로 대면 접촉을 다시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4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집 안에서 소비할 수 있는 식료품·비주류음료(18.7%), 가정용품·가사서비스(19.8%), 보건(12.8%) 등에 돈을 쓰긴 했다. 그러나 의류·신발(-13.6%), 교통(-12.4%), 오락·문화(-28.1%), 교육(-13.6%) 분야 지출은 줄였다.
세금과 이자, 경조사비와 종교기부금 등을 포함하는 비소비지출도 4.6%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외출·모임을 자제한 영향이다. 다만, 3분기 이자비용은 2017년 3분기 이후 12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다 이번에 1.4%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등의 대출금리가 하락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나랏돈으로 가계 소득은 늘고, 지출은 줄어 가계부 흑자액은 커졌다. 3분기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26만1000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을 100으로 봤을 때의 소비지출액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은 69.1%로 3.2%포인트 낮아졌다. ‘불황형 흑자’다.
더 벌어진 소득 격차
소득 상위 20%가 하위 20%의 4.88배...불평등 심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불평등은 심화했다. 소득 상위 20%(5분위)는 하위 20%(1분위)보다 4.88배 많은 소득을 올렸다. 지난해 4.66배였던 소득 격차보다 더 벌어졌다. 1분위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각각 –10.7%, -8.1%씩 깎여나갈 때, 5분위의 근로소득은 –0.6%에 그쳤고 사업소득은 오히려 5.4% 늘었기 때문이다. 아동수당 등 공적 이전소득의 수혜를 소득 상위계층일수록 많이 받는 경향도 격차를 벌렸다.
시장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사적 이전소득) 급감으로 분배가 악화한 상황에도 정부는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추가경정예산(추경) 신속 집행 등 정부 정책 노력으로 시장소득 감소를 상당 부분 보완했다”고 자평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도 “정부의 적극적인 재분배 노력으로 상당한 가구소득 지지 효과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나랏돈으로 채운 가계소득에 불황형 흑자…불평등은 더 커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