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극단 창작극 프로젝트 1 이양구 작 강량원 연출의 너의 후일은
공연명 너의 후일은
공연단체 인천시립극단
작가 이양구
연출 강량원
공연기간 2018년 4월 28일~5월 6일
공연장소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관람일시 4월 29일 오후 4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인천시립극단의 창작극 프로젝트 1 이양구 작, 강량원 연출의 <너의 후일은>을 관람했다.
이양구 작가의 고향은 강원도 영월인데 아주 어렸을 때부터 충북 제천에서 살았다. 남한강가에 있는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그런데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곧 수몰 예정지역이 되었다. 동네의 나무들이 다 잘리고 집들은 모두 폭파되었다.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이사를 갔는데, 이사를 못간 이양구의 집은 수몰 예정지역 위에 가서 비닐하우스를 짓고 살았다. 그 물가에서 물속에 잠긴 옛 마을을 보며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살았다. 마을이 천천히 파괴되고 사람들이 떠나가는 모습, 그 동네가 낚시터가 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양구 작가한테는 그 물이 그냥 물이 아니었다. 눈물의 호수였다.
대학에서의 전공은 법학이었다. 몸이 좀 좋지 않아서 3년간 장기휴학을 하다가 4학년 때 자퇴를 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스물여덟에 중앙대 연극학과에 연출전공 입학했다. 서른넷에 졸업과 동시에 신춘문예 공연 <별방>에 당선되면서 '봄작가 겨울무대'에 참여하게 됐다. 이후 2009년에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 집중 지원 사업 에 선정되어 <핼리혜성>을 준비하게 됐다. 당시에 연우무대를 만난 게 큰 힘이 되었고, 연우무대의 제작지원을 받아 <핼리혜성> 공연을 올릴 수 있었다. 그동안 주로 특정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최근에는 가족의 틀을 벗어난 인간관계를 통해 현대인이 직면한 다양한 과제를 연극 무대화하려고 고민 중이다. 최근에는 <책, 갈피>(작/연출)의 대전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좋은 평을 얻었다. <유년의 뜰> <비잔틴 레스토랑> <아름다운 동행> <그날은 오다> <일곱집매> <노란봉투> <안산순례길> 그 외의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아름다운 동행>으로 제34회 서울연극제 '올해의 젊은 연극인상을 수상하고 <일곱집매>로 제 34회 서울연극제 '우수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앞날이 기대되는 작가다.
강량원은 극단 동 대표이자 작가 겸 연출가로 서경대학교 교수로 현재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을 역임하고 있다. <상주국수집> <샘플 054씨 외 3인> <비밀경찰> <테레즈 라캥>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게공선> <나는 나의 아내다> <투명인간> <칼집 속에 아버지> <쉬도 쩰라찌> 그 외의 다수 작을 집필하거나 연출했다.
2008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대한민국연극대상 무대예술상, 2008 <테레즈 라캥> PDF 연출상, 2009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 2010 <비밀경찰>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2010 <비밀경찰> 올해의 공연 베스트 7, 2013 <나는 나의 아내다>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등을 수상한 발전적인 앞날이 예측되는 연출가다.
무대는 욱어진 풀 섶이 일열로 자란 바닷가 염전 부근이다. 커다란 육교형태의 조형물이 여러 개의 굵은 각목에 받혀 높이 가로 놓여있다. 튼튼하게 만든 난간이 있다. 객석 좌우에서 무대로 올라가도록 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욱어진 풀 섶을 치우면, 동전을 만드는 기계가 등장하고, 군중이 모이는 광장, 부두, 피아노가 있는 공간, 대궐 장면으로 설정 연출된다. 의상도 일본식, 중국식, 서양풍, 군복, 한복에 조끼, 조선황제복장 등 다양한 차림으로 등장한다. 긴 칼과 단도 장총과 권총을 사용한다.
연극의 시대적 배경은 인천개항시기, 1884년 음력 10월 17일 전후해서다. 한국 근대사에 중요한 분수령이 된 갑신정변이 일어난 날이기도 하다. 이 시기 조선은 개혁을 해야 한다는 개화파와 이를 반대하는 수구파의 대립이 첨예하게 일어나고 있었고, 또 일본과 청나라가 조선을 놓고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형국이었다.
개화파를 주도한 인물들은 주로 양반자제들로 김옥균, 박영효, 서광범, 홍영식, 김윤식 등이다. 하지만 그들도 2년 앞서 일어난 임오군란을 계기로 급진파와 온건파로 나뉘어 내부 갈등을 벌였다. 김옥균, 박영효, 서광범 등은 급진파로, 홍영식, 김윤식 등은 온건파로 갈렸다. 이 연극에서는 개화파 선두주자로 김옥균이 등장하고 이를 저지하는 묄렌도르프의 역할이 대비가 된다.
백성들이 “목 대감”으로 부르던 독일인 묄렌도르프는 청국이 3000명의 군대를 보내 임오군란을 진압하고 힘으로 조선을 누르기 시작한 1882년 12월 이 땅에 왔다. “몇 년 후에 다시 돌아오면 어떤 유럽인도 아직 가져본 적 없는 높은 지위를 주겠다.” 그를 통해 조선의 외교와 세관을 장악하려 한 청국의 실력자 리훙장(李鴻章)이 제시한 유혹은 달콤했다.
“조선에 있는 동안 오직 조선을 위해 일하겠다.” 묄렌도르프는 자신을 믿고 잘 대접해준 조선의 이익을 지키려 했지만, 청국이란 실질적인 힘도 무시할 수 없었다. 조선이 청국의 속국임을 인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점진적으로 독립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 묄렌도르프와 하루라도 빨리 청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던 개화파 인사들은 사사건건 충돌했다. 역사상에 기록된 갑신정변의 주역들은 급진 개화파이다. 이들은 일본공사 다케조에와 유사시 지원을 하겠다는 밀약을 받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는 정변을 모의한다. 청나라에 의존하려는 민씨 일가 중심의 수구세력들을 무력으로 몰아내려는 일종의 쿠데타였다. 결국 이들은 우정국 낙성식 행사 때에 맞춰 일어나 한규직, 민태호, 민영목, 조영하 등 수구파 인물들을 죽인다.
정변 주도세력은 12월 6일 양반 제도 폐지, 과부 재가 허용 등과 같은 현대적 정강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당시 국민들은 개화파의 사상이 일본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보고 거의 호응하지 않았다. 일본은 조선 침략의 구실로 항상 내정개혁을 부르짖어 왔었기 때문에 당시 백성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심지어 사람들은 개화파를 오히려 일본의 앞잡이로까지 여겼다.
또 과거제 폐지는 과거를 통해 신분 상승하려는 지방의 유생들이 반발했다. 너무 시대에 앞선 정책이었던 셈이다. 개화파들은 또 수구파 외의 다른 세력들을 포섭해 정치세력화 하지도 못했고, 자금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섣부르게 거사를 한 셈이다.
정변이 일어나자 민씨 세력들은 청나라에 도움을 요청했다. 청나라 군대가 들어오자 지원을 약속했던 일본 공사 다케조에는 군대를 철수하고 꽁무니를 빼버렸다. 결국 정변은 ‘3일 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김옥균, 박영효, 서광범, 서재필 등은 가까스로 일본으로 망명했다. 그로인해 젊은 개화파 약 600명이 교수형을 당하고 말았다.
갑신정변은 근대국가를 건설하려 한 자주적 운동으로 볼 수도 있다. 오랜 중국의 속국에서 탈피하고 계급제도를 혁파하려 했던 점에서 그렇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백성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일부 지식인들의 운동이었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뚜렷하다.
갑신정변이 터진 그날 민영익의 목숨을 구한 묄렌도르프는 민 씨 척족의 편에 선다. 1884년 12월 갑신정변의 실패는 김옥균 등의 정치적 몰락을 초래한다. 고종황제는 김옥균을 희생양 삼아 청국의 추궁을 모면하려 한 모습을 보인다.
연극은 인천 제물포에 등대가 세워지면서 제물포가 일본의 요코하마 항처럼 되리라는 기대를 한다. 이곳에 김옥균이 등장을 해 일본에서 군사교육을 받고 돌아오는 서재필을 비롯한 청년학도들을 기다리고, 이들과 함께 일종의 쿠데타인 갑신정변을 일으키려 한다. 머지 않은 곳에서 히로시가 동전을 만드는 기계로 가짜 동전을 뽑아내어 진짜와 비교를 하고, 일인들과 서양인들이 선교사 언더우드를 기다린다. 다케조에와 서재필이 등장하고 묄렌도르프와 마건충, 김옥균과 시마무라가 등장해 인사를 나눈다. 드디어 미모의 선교사 언더우드가 등장해 조선의 아름다움을 피아노 연주와 노래로 표현을 하고, 이때 등대의 불이 밝혀지고, 일인주점의 불도 밝혀진다. 언더우드의 연주를 들으며 마건충은 조선이 청나라의 도움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하고 김옥균과 서재필은 이에 맞선다. 묄렌도르프(Paul Georg von Möllendorff, 1848~1901)는 1882년 중국 이훙장[李鴻章]의 추천으로 조선의 외교고문에 임명된 최초의 서양인으로, 동양식 이름은 목인덕(穆麟德)이다. 마건충(馬建忠, 1845-1900)은 청나라 말의 사상가, 외교관, 정치가, 언어학자이다. 이홍장의 관리를 지내며 청일전쟁 강화조약에도 참관했고, 태극기를 도안한 인물이다. 언더우드(영어: Horace Grant Underwood, 1859~ 1916)는 미국의 장로교 선교사이다. 언더우드 선교사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한국어 이름은 원두우(元杜尤)이다. 이 연극에서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이들이 대불호텔로가 쿠데타 정보를 얻어내려 하고, 개화파 김옥균의 거사가 초읽기에 들어간다. 드디어 조선의 최초의 우체국인 우정국 개국과 함께 혁명의 불꽃을 피워 올리려 신호탄을 발사하려들지만 날씨가 추워 점화가 되지 않는데다가 준비한 총이 녹이 슬어 발사조차 되지 않아 거사는 “3일 천하”라는 명칭대로 실패로 끝이 난다. 3000명의 군대를 파견한 청나라에 놀란 일본은 청나라에 맞설 엄두를 못 내고 개화파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일본군대를 철수시킨다. 고종황제까지 개화파에 등을 돌리고 잠적한다. 결국 제물포항은 김옥균과 그의 일행이 망명을 하게 되는 개항지로서의 첫 역사를 기록한다.
김현준이 김옥균, 서창희가 서재필, 김태훈이 지게꾼, 권순정이 일본에서 군사교육을 받는 학도, 서국현이 고종황제와 일본인 주점주인, 심영민이 신복모와 민영익 대감, 이수정이 궁녀, 황혜원이 궁녀이자 명성황후 호위무사, 강주희가 일본상인 히로시, 강성숙이 서양 지질학자 스콧, 김문정이 일인과 서양인에게 공부하는 소녀, 김세경이 조선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일본인, 최진영이 다케조에 일본공사. 이규호는 다케조에의 호위무사, 정순미가 미국공사 흑인여성, 이성애가 선교사 언더우드, 이범우가 묄렌도르프, 차광영이 마건충으로 등장한다,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에서부터 호연과 열연은 물론 희화화된 동작과 언어표현으로 관객을 극 속으로 이끌어 가고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자인 임일진, 조명디자인 최보윤, 음악디자인 장영규, 움직임디자인 금배섭, 의상디자인 강기정, 분장과 소품디자인 장경숙, 홍보디자인 스튜디오 가찌(장소은 고동조 김주연)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인천시립극단의 창작극 프로젝트 1, 이양구 작, 강량원 연출의 <너의 후일은>을 연출가와 출연자 그리고 기술진의 기량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표현기법의 신표현주의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4월 29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