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한국의 탄생화 / 엉겅퀴와 씀바귀

♧ 5월 30일. 한국의 탄생화
* 엉겅퀴, 씀바귀 등 개화기의 국화과 식물들 : 국화과 11속 33종
* 대표탄생화 : 엉겅퀴
* 주요탄생화 : 가시엉겅퀴, 지느러미엉겅퀴, 씀바귀, 흰씀바귀, 선씀바귀, 노랑선씀바귀, 좀씀바귀, 벌씀바귀, 벋음씀바귀, 갯씀바귀, 쑥갓, 떡쑥, 풀솜나물, 조뱅이, 큰조뱅이, 족제비쑥, 개꽃, 풀솜나물
※ 5월 30일 세계의 탄생화
보랏빛 라일락 (Lilac) → 4월 17일 한국의 탄생화



엉겅퀴
박인애
토하지 못한 말은 삼키고
피우지 못한 이야기
갑옷 속에 가두었다
겨울을 깨우는 바람이 잉태한
보랏빛 만삭의 뱃속에서 자라
오월의 태양 앞에 함묵한 채
생살을 가르고 탄생하는 수백 개의 언어들
갓 지은 햇솜이불을 보듬었다가
어느 차가운 심장으로 날리는 편지
결코 엉키지 않는 마음으로 피어나는 꽃이여
가시로 감춘 순결이여

멋진 시로 시작하는 5월 30일의 아침입니다. 시인은 같은 꽃을 보더라고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 우리는 느끼지 못한 상상과 감흥이 생기는가 봅니다. 박인애 시인의 눈에는 보랏빛 화관의 엉겅퀴 꽃이 피어나는 모습이 태양의 에너지를 받아 태어나는 모습으로 비춰졌나 봅니다. 꽃이 벌어지는 모습은 생살을 찢는 고통과 환희로, 그리고 그 거룩한 탄생을 지키는 엉겅퀴 가시의 역할은 함부로 밟히지 않으려는 순결한 몸부림으로 느껴진 듯 합니다. 이 아름다운 시는 가곡이 되고 시낭송의 소재가 되어 멋진 옷을 입었습니다.
철학적으로도 지구 위의 모든 생명은 태양에너지와 땅에너지의 절묘한 조합입니다. 흔히 양기와 음기로 표현하지요. 오월 그 아름다운 태양의 기운이 땅의 기운을 일깨워 찬란한 오월의 하루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엉겅퀴와 씀바귀를 비롯한 개화기의 자생 국화과 식물들입니다. 모두 11속 33종의 꽃들이 오늘의 탄생화입니다.
오늘의 대표탄생화는 [엉겅퀴]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만주지역, 일본 등에 자라는 꽃인데 상처가 나 피가 흐르는 곳에 엉겅퀴를 찧어서 바르면 피를 엉키게 하여 멈추게 한다 하여 엉겅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봄과 초여름에 꽃이 피는 6종의 엉겅퀴는 오늘 한국의 탄생화로, 곤드레나물로 더 잘 알려진 고려엉겅퀴 등 12종의 엉겅퀴는 늦여름에서 가을에 꽃이 피어 9월 18일 한국의 탄생화로 나누었습니다.
얼핏 엉겅퀴와 구분이 어려운 지느러미엉겅퀴도 오늘의 탄생화입니다. 줄기에서 갈라진 가지에 지느러미 모양의 좁은 날개가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씀바귀는 쌈으로 먹는 잎이 쓰다고하여 씀바귀입니다. 저희집 옥상 텃밭에도 상추와 함께 씀바귀가 자라고 있는데 가끔 쌈으로 먹을 때면 약간 쓰면서도 끌리는 맛이 일품인 채소입니다.
제 어머니가 몇 년 전에 안성의 친환경 우리농 시범 농촌을 방문했을 때 들에 묶여 있는 소가 한 마리 있어 당신이 캐신 씀바귀를 주었다고 합니다. 소가 너무 맛있게 먹기에 캔 씀바귀를 다 주었는데도 소가 더 달라고 하여 옆의 잡초를 뜯어 주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합니다. 소도 맛있는 풀과 맛 없는 풀을 구분할 줄 아는 것이지요.

씀바귀속에는 씀바귀와 흰씀바귀 두 종류가 있고, 선씀바귀속에는 선씀바귀와 노랑선씀바귀 등 8종의 자생종이 오늘의 탄생화입니다. 갯씀바귀도 선씀바귀의 종류인데 바닷가의 모래밭에서 자라 염생식물로 분류됩니다. 식물이름 앞에 '선'이 붙어 있으면 줄기가 똑바로 서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씀바귀와 선씀바귀의 구분은 꽃잎처럼 보이는 설상화의 수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씀바귀는 5~8개 정도이고 선씀바귀는 10개가 훨씬 넘고 어떤 것은 스무개도 넘어 있어 꽃이 풍성하게 보입니다.





이밖에도 우리가 채소로 즐겨먹는 쑥갓과 왜떡숙속의 떡쑥과 풀솜나물, 조뱅이속의 조뱅이와 큰조뱅이도 오늘의 동반탄생화입니다.




엉겅퀴는 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상처난 곳에도 사용하고 약재로도 사용할 수 있는 데 맛은 쓰지만 독이 없는 식물입니다. 씀바귀도 그렇지만 만약 엉겅퀴가 흔한 꽃이 아니고 발견하기 어려운 꽃이라면 심마니들의 약초로 대접받을만 하지만 산과 들에 흔하게 자라는 자라 그냥 잡초 취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부부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 삶에서 무엇보다 누구보다 소중한 산삼과 같이 약초같은 사람이지만 때로는 잡초로 취급하여 마구 대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부부는 서로에게 독초가 됩니다. 오늘의 꽃 엉겅퀴를 보며 부부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