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전해오는 쓸쓸한 이 말이
가슴속에 그립게도 끝없이 떠오른다
구름 걷힌 하늘 하래 고요한 라인강
저녁 빛이 찬란하다 로렐라이 언덕
저편언덕 바위 위에 어여쁜 그 아가씨
황금빛이 빛나는 옷 보기에도 황홀해
고운 머리 빗으면서 부르는 그 노래
마음 끄는 이상한 힘 로렐라이 언덕
우리들은 어릴 적에 학교에서 음악시간에 독일의 민요 로렐라이(Lorelei)를 배우고 부르면서 그 곳이 얼마나 아름답고 로맨틱한 곳인가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 동경했었습니다.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독일, 꿈에 그리면서 감히 가 볼 수 없는 머나먼 나라, 그러나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이 되어 외국여행의 자유화가 되면서 지금은 그 꿈이 현실로 이뤄지게 됐습니다.
라인 강의 로렐라이 언덕
Rhein강의 로렐라이(Lorelei)를 보기 전에 참고로 Rhein강에 대하여 잠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라인 강의 어원은 셀틱어 renos에서 유래됐으며 거친 흐름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Rhein강의 원류(源流)는 스위스의 알프스에서 비롯되어 독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를 거쳐 북해로 들어가는 길이 1,320km, 유역면적 22만 4000km₂로,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에서는 다뉴브 강에 버금가는 큰 강입니다.
그래서 라인 강은 국제하천으로 분류돼 지류연안의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국 등의 선박이 자유로이 통항할 수 있으며 그 명칭도 프랑스어로는 Rhin, 네덜란드어로는 Rijn, 영어로는 Rhine으로 부르고 있으며 Rhein은 독일어 명칭 입니다.
예로부터 라인 강은 중부유럽에서 남북의 주요 교통로로 이용되어 로마시대에 로마세력이 이 강을 따라 북상해 연안에 마인츠, 쾰른 등의 도시를 건설하였습니다. 현재는 하구부(河口部)의 로테르담을 기점으로 유럽 내륙부로 향하는 수상교통로로 유럽선(船)>이라고 부르는 내륙수운용 표준선이 스위스 바젤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해운과 내륙수운의 중계지점인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항(港)은 제2차 세계대전 후 하역 물동량에서 뉴욕을 제치고 세계 제1위로 올랐으며 유로포트가 건설되어 석유정제소나 석유화학공장 등이 입지해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던 대운하건설은 이 Rhein 강을 모델로 하고 있으나 라인 강의 흐름은 지극히 완만하고 또 강우량의 계절적 변동도 비교적 적어 최대유량과 최소유량과의 비율인 하황계수(河況係數)도 불과 1:8로 우리나라 한강의 1:393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라인 강의 내륙수운용 표준화물선
독일의 라인 강과 합류하는 주요지류 하천으로 우안에는 네카어 강(Necker River), 마인 강(Main River), 루르 강(Ruhr River), 란 강(Lahn River), 시에 강(Sieg River), 리페 강(LIppe River), 우셀 강(Ussel River) 등이 있으며 좌안에는 아레 강(Aare River)・ 모젤 강(Mosel River), 나에 강(Nahe River)등이 있습니다. 이 주요지류 하천과 본류 하천인 라인 강 간의 운항은 운하로 연결된 곳이 많습니다. 라인 강을 운항하는 선박 중에 화물선이 대부분이지만 관광객용 유람선도 많이 운항하고 있습니다.
라인 강 로렐라이 급류 완화용 강폭 제방
라인협곡 중 H. 하이네의 시(詩)로 유명해져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된 "요정의 바위"란 뜻을 가진 "로렐라이((Loreley 또는 Lorelei)언덕" 즉 로렐라이의 바위는 높이 132m의 큰 절벽 바위로 독일의 빙겐에서 코블렌츠 사이 북서쪽으로 흐르는 라인 협곡 중 장크트고아르스하우젠 부근의 라인 강(江) 기슭에 그 위용을 뽐내듯 높이 솟아 있습니다. 이곳은 강폭이 좁고 휘었을 뿐만 아니라 물결이 거칠어 예부터 이곳을 지나는 뱃사람들에게 매우 위험한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라인 강변의 물의 요정 <로렐라이>상
그래서 19세기에는 수상교통을 원활히 하는 차원에서 이곳을 자주 고쳤으며, 1970년대에도 큰 배들이 다닐 수 있도록 수로 공사를 했습니다. 지금은 라인 강 명승지의 하나로 관광객이 붐비는 곳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로렐라이라고 불리는 블론드 색의 긴 머리를 한 소녀가 저녁에 라인 강가의 큰 바위에 앉아 긴 황금빛 머리를 빗으며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와 노래는 너무 신비롭고 매혹적이어서 이곳을 지나가던 배의 뱃사공들이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급류에 휩쓸려 암초에 부딪쳐 난파당했다는 전설이 있는 유명한 곳입니다.
로렐라이 언덕 정상부근에 있는 로렐라이 상 앞에서 들샘 부부
그러나 로렐라이에 관한 전설은 19세기 문학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가공의 이야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의 요정 <로렐라이> 전설을 맨 처음 소재로 다룬 문학 작품은 독일 작가 C.브렌타노(1778∼1842)의 설 화시(說話詩)인데, 로렐라이라는 처녀가 신의 없는 연인에게 절망하여 바다에 몸을 던진 후 반인 반조(半人 半鳥)의 바다 요정으로 변해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해 라인 강을 항해하는 뱃사람들이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도취되어 넋을 잃고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 배가 물결에 휩쓸려서 암초에 부딪쳐 난파한다는 줄거리입니다.
로렐라이 언덕 암벽을 굽이쳐 맴돌며 격류와 같이 흐르는 라인 강
19세기 초 브렌타노(Clemens von Brentano)는 라인 강 여행하면서 절벽과 관련된 예쁜 처녀 이야기를 떠올렸고, 이것을 비극적 전설을 다루는 발라드 <로레 라이>(Die Lore Lay, 1801)로 만들었습니다. 그 이후 독일의 이름 있는 문학가들이 이 전설을 공상적인 전설화하여 서정시나 이야기의 형태로 이 내용을 다루어 전설처럼 되고 말았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나는 이곳을 두 번 가 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한번은 룩셈부르크에 있을 때이고 또 한 번은 독일 쾰른 인근 휘어트(Huerth)에 있을 때입니다. 2008년 7월에 기거하고 있던 휘어트(Huerth)에서 승용차로 독일모퉁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코블렌츠를 들러보고 온 김에 승용차로 로렐라이 언덕에 올라가 라인 강을 굽어보며 주위경관을 두루 살펴봤습니다. 절벽 가까이 다가가 저 아래 아득히 보이는 라인 강을 내려다보면서 오고 가는 배들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화물을 가득 실은 배를 보면서 이것이 곧 대운하로구나 하는 감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로렐라이 언덕에서 내려다 본 라인 강
이곳에는 프랑크푸르트와 쾰른 사이의 철도 터널이 통과하고 있으며 라인 강 유람선인 라인 관광선(KD)이 마인츠 - 뤼데스하임 - 장크트 고아르스하우젠(로렐라이) - 코블렌츠 - 쾰른 구간을 하루 4회 왕복 운항하고 있습니다. 마인츠에서 쾰른 까지 뱃길로 약 180㎞로 마인츠에서 뤼데스하임 까지 쾌속선으로 약 35분, 장크트 고아르스하우젠 까지는 약 1시간15분, 코블렌츠 까지 약 2시간, 쾰른 까지 약 4시간이 소요되며 유레일패스 소지자는 라인관광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장크트 고아르스하우젠에서 로렐라이 까지 도로가 나 있어, 산 정상에서 라인 강의 장대한 파노라마를 볼 수 있습니다.
라인 강의 로렐라이 언덕에서 아내와 함께
저 멀리 보이는 고성 중에 1245년 카체넬른보겐(Katzenelnbogen)백작이 라인강을 지나는 배의 통행세를 걷기 위해 세웠다는 라인펠스 성(Burg Rheinfels), 잔크트 고아르스하우젠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1360년 카체에른보겐(Katzenelnbogen) 백작이 지운 고양이성(Burg Katz), 신성로마제국 황제 루돌프 1세가 11세기에 최초로 지어진 라인 강 중부의 성들 중 가장 오래된 성 중 하나라는 라인슈타인 성(Burg Rheinsteain) 등이 오랜 세월을 지탱하면서 고풍스럽게 버티고 서 있습니다. 또한 연안 경사지에는 포도밭이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라인 강변의 상가들
전하는 말에 의하면 나치 독일 총통 히틀러의 반 유태인 정책에 의거 유태인의 작품은 모두 철저히 말살해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라인 강의 로렐라이(Lorelei)는 세계적으로 너무나도 유명하게 알려져 유태인 하이네의 시 로렐라이(Lorelei) 노래는 없앨 수 없어 작사자의 이름만 빼고 작곡자의 이름만 남겨 놓았다고 합니다.
내가 어렸을 때 그렇게 가슴 설레며 동경했던 미국의 뉴햄프셔의 큰 바위 얼굴(The Great Stone Face)나 로렐라이(Lorelei)는 세계적인 위대한 작가 나다니엘 호오돈(Nathaniel Hawthorn: 1804-1864)이나 C.브렌타노(1778∼1842),하이네(Heinrich Heine, 1797∼1856)등이 극적으로 만들어 낸 미화된 작품이 오늘날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
여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저러한 위대한 작가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부러운 마음을 지을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