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숙소는 유후인입니다.
지금 시간은 4시 반... 타카치호에서 유후인까지는 약 2~3시간 정도 걸릴테니 유후인까지 가려면 조금 서둘러야해요.
차를 세워놓은 신바시까지 다시 되돌아 갑니다.
오래된 것들에 깃들여있는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들은 때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하는 힘이 있는 듯합니다.
그래도 금방이라도 갈라질듯한 도로 위의 선은 위태로와 보이는군요.
자, 유후인으로 출발해 볼까요?
차에 시동을 걸고.... 네비를 다독입니다. "제발... 우리를 유후인까지 부탁해!"
하지만 네비는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아니, 다른 건 다 되는데 '목적지 입력'만 뜨질 않는 것입니다.
여기는 계곡 깊숙한 곳이니까 아까 쿠로가와에서처럼 큰길까지 나가면 될지도 몰라 큰길로 나가봅니다.
제대로 된 지도 한장없이 대략적인 지도만으로 대충 방향을 잡고 위 큰길까지 올라와 다시 네비를 켜봤지만
역시나 네비는 요지부동.
조수인 저의 감각에 의한 안내로 한참을 가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오메... 이 길이 아닌가벼!"
다시 차를 돌려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가며 찾아갑니다.
공항에서 와이파이 빌릴 때 고급버전으로만 빌렸어도 구글지도로 찾아 다닐 수 있었을텐데요.
돌아와 생각해보니 타카치호에서 네비가 안될 때 전화로 하루만 데이터로밍 신청을 했어도 되는 건데...
왜 그때는 아무런 생각도 안나던지... 역시 우리는 아나로그 세대가 맞나봅니다.
(머리가 나쁘다고는 하기 싫어요. 모두 합쳐 아이큐가 120이라는 얘기는 더더욱...
렌터카 회사에 전화를 해볼까했는데 고쳐주겠다고 온다고하면 그것도 대략난감인지라...ㅠㅠ)
어쨌든 물어볼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내려 길을 물어봅니다.
어떤 부부는 컴퓨터에서 지도를 프린트 해주며 안내를 하기도하고,
어떤 주유소에서는 직접 약도를 그려주며 설명을 해줍니다.
덕분에 나름 잘 찾아가다가 아소에서 또 갈림길이 나오길래 무조건 들어간 곳... 바로 '우부야마 목장'입니다.
돌아와 우부야마 목장을 검색해보니 이곳의 아이스크림과 스테이크가 유명하던데...
우리의 목적은 그게 아니지요. 또 사람을 찾아 길을 물어보고 왜 네비가 안되는지 좀 봐달라고 부탁도 해봅니다.
한 아저씨가 열심히 네비를 살펴보는데 우리의 드라이버 언니... 마치 그 아저씨가 알아듣기라도 하듯이
"참 이상하죠? 그쵸?" 옆에서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말을 거시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그만 빵 터졌습니다.
결국 가는 길만 다시 안내를 받고 출발!
빨간 점퍼 아저씨는 막 뛰어나가 차도 거의 안 지나가는 길가까지 나와 차가 오는지 봐주고 길안내를 해 주십니다.
작은 것까지 최선을 다해 도와주시던 선한 미소의 그 아저씨는 그 순간 우리 모두의 가슴에 콕 박혔다지요.^^
영업이 끝나 깜깜한 산아이 휴게소에서는 나가려는 차 한대를 가로막고 길을 물어보기도하고요.
그렇게 야마나미 하이웨이를 달리며 우리는 모두 신나게 합창을 합니다.
"저 넓은 들과 높은 산 흐르는 시냇물~ ♬"
자칫하면 지치고 가라앉기 딱 좋은 상황에서 소녀시대로 돌아가 수학여행이라도 온 듯... 분위기가 경쾌해집니다.
파란만장하게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베스트 드라이버는 세시간만에
유후인의 긴린코 호수 옆 숙소까지 우리를 데려다주시는군요.
에고... 오늘 먼 길 달리느라 너도 수고했다. 푹 쉬렴~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가기엔 모두 지쳤습니다.
그렇다고 무언가 요란하게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좀 그렇고요. 그래도 굶을 수야 없지요.
운전하시느라 수고하신 분과 허리가 안좋으신 분은 숙소에서 쉬시기로하고
나머지 분들... 넷이서 일용한 양식을 구하기 위해 숙소를 나섭니다.
우리의 숙소에서 가게가 있는 중심가까지 가려면 긴린코를 가로질러야 해요.
호수 건너편의 호텔 '토요노쿠니'의 불빛이 호수 위에 아늑하게 비추이는군요.
어쩜 그렇게 거리에 사람 하나 없는지... 걷다보니 결국엔 역 근처의 큰 마트까지 내려왔습니다.
이것저것 장을 보고나니 짐도 무겁고 비까지 내려 마트 점원에게 택시를 불러달라 부탁을 해
택시로 숙소까지 돌아왔답니다.
우리의 숙소는 펜션인데 이렇게 식사를 직접 해먹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http://travel.rakuten.co.jp/HOTEL/147929/147929.html
짜잔~ 우리의 저녁상입니다.
주먹밥과 삼각김밥, 된장국... 낫또와 김치까지 꽤 푸짐하지 않나요? ㅎㅎ
숙소에는 별도의 바베큐장도 있지만 오늘은 너무 늦게 도착을 한 데다가 비바람까지 불어 엄두도 나지않거니와
아줌마들의 여행에서는 이렇게 실용적으로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합니다.
식사를 끝내고 자기전에 오늘의 피로도 풀겸 온천을 해야지요. 오늘은 온천데이~~ 무려 다섯번째!
우리의 속소에는 작은 온천탕이 두 곳 있습니다. 하나에 2~3명 정도 들어갈 수 있고요.
그냥 하루의 피로를 풀기엔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암요~ 그래도 온천인데...^^;
우리의 짐이 여기저리 흐트러져있다보니 룸 사진을 찍어놓진 않았습니다만 잠을 잘만한 공간은 충분합니다.
최대 10명 정도까지도 잘 수 있다고 되어있네요. 이불도 넉넉히 준비되어있고요.
하지만 요 위의 시트는 직접 깔아야합니다.
예전에 묵었던 방은 1층과 2층에 별도의 화장실이 있었는데 이번에 묵은 '긴린'은 1층에 하나밖에 없다보니
6명이나 되는 인원이 화장실 이용하기가 조금 불편하네요.
코타츠를 이불삼아 1층 거실에서는 세명, 그리고 2층에서 셋이 잤습니다.
새벽쯤... 제법 많은 비가 내리는지 비소리와 바람소리가 창문을 두드리더군요.
세쨋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우리 숙소의 최대 장점... 긴린코 산책을 즐기기에 딱 좋은 위치랍니다. 산책을 해야지요~
우리의 숙소는 긴린코 옆에있는 코티지 호반이라는 곳입니다.
우리가 묵은 방은 호반에서 제일 많은 인원이 들어갈 수 있는 '긴린'이라는 별채고요. 사진은 호반~
뒤쪽의 하얀 별채는 두 개의 복층 구조 룸이 있습니다.
그 중 왼쪽에 있는 '사기리'에서 묵었던 적이 있는데 '긴린'보다는 좀 더 편리한 구조였던 것 같습니다.
네다섯명 정도라면 그쪽에 묵었어도 되지않았을까 싶더군요.
뒤쪽으로 돌아가면 새로 지은 듯한 로그하우스 두 채가 있습니다. 왼쪽으로 바베큐장이 있고요.
하나는 단층으로 또하나는 복층형 구조로 되어있고 둘 다 자체적으로 별도의 온천 욕조가 있어 편리해보입니다.
우리가 묵었던 긴린을 포함 총 5개의 별채식 룸이 있는 셈인데 이 날은 만실이라고 하더군요,
작은 유채밭이 있기에 우리의 꽃 좋아하는 아줌마들... 한바탕 꽃들과의 반가운 만남의 시간을 즐겼답니다.
다른 숙박객들에게 폐가 될세라... 꽃밭에서 오래 있을 수가 없네요.
긴린코로 고고... 약 1분 거리. 신사부터 돌아봅니다.
호수를 한바퀴 돌아볼 거에요~
그래도 시간이 얼마 안 걸릴 정도로 작은 호수입니다.
아쉽게도 아침 기온이 그리 낮지는 않은지 물안개는 피어오르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무도 없는 새벽 긴린코를 우리가 독점을하고 돌아보는... 흐트러지지않은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조금있으면 관광객들로 인해 북적거리겠지요.
옆에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개의치않는 오리 두마리~
긴린코 옆의 샤갈 미술관...
그리고 카페 라뤼쉐~
그리고 함께해서 좋은 사람들...
이시간 잔잔히 퍼지는 감성의 일렁임이 금빛 비늘(金鱗)처럼 반짝거립니다.
샤갈미술관 뒤편으로 돌아서면 또 이런 모습들이 있습니다.
일본 전통 가옥 느낌의 호수 옆 노천탕 '시탄유'입니다.
벚꽃잎으로 분홍색 융단을 깔았군요.
사진에는 표현되지않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그야말로 꽃비가 내리던 아침이었답니다.
약 한시간 정도의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아침 상을 차립니다.
언니들이 이렇게 푸짐한 상을 차릴동안 막내인 저는 뭘 했을까요? 기억이 나질 않아요 ㅠㅠ
작은 데코레이션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써니데이님의 센스!
참 맛있는 아침 식사였답니다.
첫댓글 오래전 회원들과 함께 했던 유후인생각이 급 나네요.
딸하고 둘이서 렌트카로 타카치호에서 유후인가던 생각도 나구요.
가는 내내 차를 몇대 만나지못해 불안했던 기억도 나네요.
보다 많은 회원들 위해서 가격부담언가는 유후인코스 한번 만들어보시면 어떨까요? ^^
주말이용하면 많은 회원들이 반가와할것 같습니당.♡♡♡
맞아요. 가는 내내 차구경하기가 쉽지않더라고요.^^
예전에 허여사님께서 진행하셨던 코스도 좋을 것같은데
여행사에 의뢰하면 금액이 너무 오르고 제가 직접 진행하기엔 엄두가 안나네요~^^;
꽃한송이 둘수있는 여인네들
멋져요 ㅎㅎ
작은 것에도 행복할 수 있는 감성충만한 여자들만의 여행답지요.^^
2월에 혼자 하카타 유후인 여행 다녀왔는데요....
언제 기회되면 렌트해서 한번 다녀오고 싶은데~ 방향이 다르다니 걱정이 앞서서 .....ㅎ
잘 지내시죠? ^^
처음엔 초보로 돌아간듯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금새 익숙해진답니다.
큐슈나 홋카이도는 할만해요.
북해도 다녀온지 엊그제 같은데...벌써 이렇게 시간이..
사진을 올릴려고 봤더니 너무 늦어서...
동생과 다녀왔던 긴린호수는 물안개에 둘러쌓여 정말 예뻤던건 같아요
여행에서 정말이지 날씨는 중요한 것 같아요^^
북해도 떠올릴 때마다 순백의 세상이 눈앞에 그려지지요? ^^
저에게 유후인은 새벽 산책 때문에 간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른 시간이 좋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