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노래는 영국 춤곡을 바탕으로 1850년에 작곡된 '우리가 집으로 돌아올 때'라는 제목의 찬송가였다고 한다. 이 노래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로 전해오면서 ‘희망가’라는 제목으로 1920년께 알려졌다.
19세기 말까지 민요나 시조를 부르며 살았던 이 땅에 개항 이후 서양과 일본으로부터 낯선 음악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초기에는 찬송가와 계몽적인 노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1910년대에 이르러 사적인 이야기나 일상의 감정 등을 다룬 노래가 나타난다. 이것을 당시에는 ‘유행창가’라고 불렀다. 이 유행창가가 대중매체나 대중적 공연을 통해 상업화의 길을 걷게 될 때 드디어 ‘대중가요’라고 지칭할 수 있게 되는데, ‘희망가’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이 노래는 상업적 음반에 수록된(현재까지 발견된 것으로는) 최초의 유행가다.
“1.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 같도다.
2. 담소화락(談笑和樂)에 엄벙덤벙 주색잡기에 침범하여 / 전정(前程) 사업을 잊었으면 희망이 족할까 / 반공 중에 둥근 달 아래서 갈 길 모르는 저 청년아 / 부패 사업을 개량토록 인도하소서.”(박채선·이류색의 ‘이 풍진 세월’ 1·2절, 1920, 작사 미상, 외국 곡)
이 노래의 악곡은 미국의 찬송가 ‘When We Arrive at Home’이다. 곡은 빌려왔을지언정 가사는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의 창작물이니, 우리나라 대중가요사의 첫 자리에 놓이는 것은 마땅하다.
지금은 이 노래를 다들 ‘희망가’라 부르고 있지만 1920년대 악보집과 음반에는 가사 첫 부분을 따 ‘이 풍진 세상’ ‘이 풍진 세상을’ ‘이 풍진 세월’ 등으로 제목을 붙였다. 우리가 많이 기억하는 1절에서는 ‘청년경계’니 ‘탕자자탄’이니 하는 내용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무려 4절에 이르는 노래 가사를 살펴보면 분명 청년을 향한 계몽가가 분명하다. 2절만 해도 청년들이 모여 웃고 떠들고 주색잡기에나 골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갈 사업을 하라고 준엄하게 가르치고 있다. 3, 4절에서는 할 일은 태산 같고 가는 세월은 화살 같으니 이제부터라도 문명의 학문을 열심히 배우라고 경계한다.
노래 가사는 한마디로 세상이 아무리 험하다 할지라도 현실도피하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