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의 죽음에 대하여(1)
삼국지를 읽으면서 관우의 죽음만큼 한스러운 일이 있을까? 일개 장수의 죽음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다.나도 처음에는 제갈량에 빠져 있어서 그 중요성을 몰랐는데, 정사를 읽으면서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219년 관우의 죽음과 동시에 사실상 삼국의 형세는 그대로 굳어져 버리고 그저 그런 세대들의 올망졸망한 다툼이 되어버린다.
도대체 관우는 왜 죽은 것일까? 성도의 유비는 구원병을 보낼수 없었던 것일까? 당시 조조의 30년 지기인 우금을 사로잡고 방덕을 목베었으며 번성의 조인을 수공으로 공격해 함락직전까지 몰고 갔던 관우였다. 조조는 놀라서 수도인 허도를 옮겨 관우의 예기를 피하려 회의까지 한다. 또한 한황실의 부흥을 꿈꾸던 이들은 관우와 호응해 여러가지 일들을 꾸민다.
그런데 갑자기 관우는 죽어버리고 한황실의 부흥은 그저 꿈같은 이야기로 돌아가버린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관우가 그렇게 죽어버리지만 않았어도 유비의 천하통일이 꿈같은 이야기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219년 무렵은 아직도 헌제가 제위를 유지하고 있었고 400년 전통의 한황실의 부활을 꿈꾸는 이들이 많았다.
자치통감의 기록으로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219년 7월 관우는 미방에게 강릉,사인에게 공안을 지키게 한뒤 군사를 이끌고 번성의 조인을 친다.
219년 8월 관우는 수공으로 우금을 사로잡고 방덕을 목벤다. 방덕의 형 방유가 촉에서 벼슬을 하고 있어서 살려주려 했지만 방덕이 항복을 거부한다. 조인의 번성을 포위해 안팎을 완벽히 차단한다.
219년 10월 여몽이 공격해오자 미방과 사인은 투항해버린다. 이 시기 관우는 조조가 보낸 서황의 반격을 받게되고 또한 남군지역이 여몽의 손에 넘어갔음을 알게 된다.
219년 11월 고립무원에 처했음을 안 관우는 잠시 맥성에 머물렀다가 십여명의 기병들과 도주한다.
219년 12월 반장의 사마 마충이 관우와 관평을 붙잡고 이내 목베어 버린다.
관우 자신이 여몽에 의해 습격당하고 있음을 알게 된것은 10월달이다. 그럼 이 시점에 각지로 구원요청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을까? 번성 근처에서 유비가 있는 성도까지는 1000km 정도인거 같다. 나의 눈짐작이지만 대충 그 정도 일 것이다. 임진왜란 때 부산에서 한양까지 파발마가 4일 만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서울 부산 거리는 430km이고 궁실까지는 한 450km 정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1000km정도의 거리라면 파발을 보내었다면 9-10일정도 걸리지 않았을까 한다.연의에서는 요화가 상용의 맹달과 유봉에게 먼저 간것으로 나오지만 정사에서는 요화가 여몽의 형주 습격때 잡히는 것으로 나온다. 요화가 구원 요청을 간건은 아니다.
그렇다면 만일 유비가 관우의 위급을 듣고 군사를 움직여서 관우 있는 곳까지 갈려면 어느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일까? 일단 만명이상의 구원병을 1000km밖의 지역에 보내어야 하니 5일 이상의 준비는 필요할 것이다. 보통 걷는 속도라면 시속5km정도인데 무장을 해서 걸어간다면 시속 4km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한민국 특전사의 경우 완전군장해서 9박 10일 행군할 경우 행군 속도가 하루 44km가 나왔다는데, 2000년전의 경우는 단순히 평지를 걷는 것이 아니고 산길이었기 때문에 빨라도 보병의 경우 하루 30km넘는 속도를 내는 것은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충 관우가 있는곳까지 35일은 잡아야 할 것이다. 그것도 상당히 빠르게 움직인 경우가 그럴것이다.
그럼 기마병은 어떤가? 유비가 당시 어느정도의 기마병을 보유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의 경우 요즘의 경마말의 경우 기수를 태우고 대충 시속 65km를 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무장한 병사를 태운다면 시속 40km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다. 몽고군의 경우 빠른 진격속도로 이름 높았는데 그들은 하루 134km정도가 최고속도라 한다.부로고뉴 공작의 기사단의 경우 최고행군 속도는 하루 59km라는 기록이 있다. 말이 하루 5-6시간을 계속해서 달릴 수 있는 동물이 아닌가 보다. 기마병을 보낸다면 하루 70km정도를 행군속도로 계산할 수 있지 않을가 한다. 기사단 보다는 중무장을 안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기마병만 보낸다면 대충 보름 정도의 거리이다. 물론 중간에 상당한 낙오자가 생기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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