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환수 논의의 방향 전환과 과제
정성희 자주연합 집행위원장
1. 전작권 환수 논의의 프레임 전환
기존 프레임의 한계: 연합방위 유지, 한국군 역할 확대
현재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환수 논의는 대체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면서 한국군의 역할을 얼마나 확대할 것인가'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보수 진영은 미국 주도의 연합지휘체계를 유지해야 대북 억제력이 확보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연합방위태세에는 변화가 없으며 오히려 연합방위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진보 일부에서도 한국군 대장이 미래연합사령관을 맡는 수준의 지휘구조 개편을 전작권 환수의 시작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서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공통된 전제를 공유하고 있다. 그것은 연합군사력의 지속적인 강화가 전작권 환수의 기본 전제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논의 구조에서는 전작권 환수가 군사주권의 회복이라는 본래의 의미보다 연합군사체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문제로 축소될 우려가 있다.
새로운 프레임 : 군사주권과 평화관리
전작권 환수 논의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전작권 환수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 목적은 단순히 한국군의 지휘권을 확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전쟁과 평화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군사주권을 회복하는 데 있다.
따라서 전작권 환수는 연합군사력의 강화가 아니라 다음 세 가지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첫째, 전쟁결정권의 민주적 회복이다. 둘째, 군사주권의 실질적 확보다. 셋째, 한반도 평화관리체계의 구축이다.
결국 전작권 환수의 평가는 연합군사력이 얼마나 강화되었는가가 아니라 한국 정부가 군사적 위기를 독자적으로 관리하고 정치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확대되었는가를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전작권 환수는 한국군의 역할 확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전쟁결정권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2. 주요 쟁점과 정책적 과제
1) 연합군사력 강화는 전작권 환수의 전제가 되어야 하는가
현재 논쟁은 보수의 '억제력 약화론'과 정부의 '연합방위 유지론'으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입장 모두 연합군사력의 지속적 강화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문제는 이러한 전제가 과연 전작권 환수의 본질과 부합하는가 하는 점이다.
전작권 환수의 목적은 연합군사력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군이 대한민국의 정치적 결정에 따라 독자적으로 운용되는 체계를 확립하는 데 있다. 따라서 전작권 환수의 성패는 연합전력이 얼마나 강화되었는가가 아니라 한국의 위기관리 능력과 정치적 통제력이 얼마나 확대되었는가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 억제력 중심의 사고에서 위기관리 중심의 사고로 전환하는 것이 전작권 환수 논의의 핵심 과제이다.
2) 전작권 환수 이후 주한미군 운용에 대한 민주적 통제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운용이 한국의 통제 밖에서 이루어진다면 군사주권은 여전히 제한될 수 있다. 특히 주한미군이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 역외 분쟁에 투입될 경우 한국은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한 채 분쟁에 구조적으로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전작권 환수와 병행하여 주한미군 이동-감축-철수 이전이라도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적 원칙이 필요하다.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사전 동의 원칙, 국회 보고 의무, 주요 역외 군사활동에 대한 국회 동의 절차, 한국 정부의 거부권 보장, 전작권 환수는 한국군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영토가 어떠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는가를 한국 국민이 결정하는 체계를 확립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3) 미래 연합지휘체계와 군사주권의 문제
미래연합사령관을 한국군 대장이 맡는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군사주권이 실질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유엔사 기능 확대, 한미일 군사협력의 제도화, 전략적 유연성 확대, 새로운 지역지휘체계 구축 등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형식적인 지휘권 이양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략결정권은 미국 중심으로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심 쟁점은 누가 연합사령관이 되는가가 아니라 누가 전략을 결정하고 전쟁을 통제하는가이다. 전작권 환수 논의는 지휘관의 국적보다 전략결정권의 귀속 문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4) 동맹현대화와 전략적 연루의 문제
최근 추진되는 동맹현대화는 전작권 환수와 국방비 증액, 미국산 무기 구매,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한미일 군사협력 확대,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등을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결합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경우 전작권 환수는 군사주권 회복의 수단이 아니라 미국의 지역전략에 한국을 더욱 깊이 편입시키는 계기로 기능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전작권 환수는 동맹현대화와 명확하게 분리되어 추진되어야 한다. 전작권 환수는 군사주권의 회복이라는 독립적인 국가 과제이지 미국의 전략적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교환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5) 유엔사 기능 확대에 대한 정책적 대응
유엔사를 둘러싼 법적 성격과 권한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그러나 유엔 산하도 아닌 유엔사의 기능이 정전체제 관리의 범위를 넘어 새로운 다국적 전투사령부로 확대되는 것은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 원칙을 제시할 수 있다. ①유엔사의 임무를 정전관리 기능으로 한정할 것, ②비무장지대 관리권을 한국군 중심으로 전환할 것, ③유엔사의 작전 기능 확대에 반대할 것, ④유엔사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할 것, ⑤유엔사 기능 확대를 국회의 민주적 통제 대상에 포함할 것, ⑥전작권 환수 이후에도 군사주권이 우회적으로 제약되는 구조가 형성되지 않도록 제도적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6) 한반도 평화체제와 전작권 환수
전작권 환수는 현재의 군사적 대결구조 속에서만 논의될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북미관계와 한반도 안보환경이 변화할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만약 미국이 북핵 보유 현실을 인정하고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여 북미대화가 재개되고,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한반도의 안보환경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작권 환수 논의에도 새로운 조건을 형성하게 된다.
그동안 한미연합지휘체계는 북의 군사적 위협을 전제로 구축되어 왔다. 그러나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군사적 긴장이 실질적으로 완화된다면 기존의 연합지휘체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전작권 환수는 단순히 기존 군사체제를 유지한 채 지휘권만 일부 이전하는 문제가 아니라 변화된 안보환경에 맞는 새로운 평화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특히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나 지역분쟁 대응을 이유로 한미연합군사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확대된다면, 전작권 환수는 군사주권 회복이라는 본래 목적과 괴리될 수 있다. 북의 위협을 이유로 형성된 군사체제가 새로운 전략적 목적을 위해 지속되는 것은 전작권 환수의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체제가 진전될수록 전작권 환수 역시 군사주권 회복과 평화관리체계 구축이라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는 연합방위 중심의 군사체제에서 평화관리와 신뢰구축 중심의 안보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장기적인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한다.
3. 시민사회가 국민에게 전달해야 할 핵심 메시지
전작권 논의는 군사적 전문용어가 많아 시민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시민사회는 복잡한 군사지휘체계보다 군사주권이라는 원칙을 중심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 군대는 우리 국민이 선출한 정부가 최종적으로 지휘해야 한다.
둘째, 대한민국에서 전쟁과 평화를 결정하는 권한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있어야 한다.
셋째, 전작권 환수는 미국의 전략적 요구를 수용하는 대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넷째, 한국 영토와 주한미군 기지가 역외 분쟁에 활용될 경우에는 반드시 대한민국의 민주적 통제가 보장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전작권 환수는 연합군사력의 확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군사주권과 민주적 통제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전작권 환수는 조속히 추진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동맹현대화, 전략적 유연성 확대,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유엔사 기능 확대와 결합된 형태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전작권 환수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 강한 군대를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스스로 전쟁을 예방하고 위기를 관리하며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을 확립하는 데 있다. 전작권 환수의 성패는 지휘관의 국적이나 연합군사력의 규모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전쟁과 평화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군사주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하였는가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
특히 앞으로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 등 한반도 평화체제가 진전될 경우 전작권 환수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평화체제는 군사주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한민국이 전쟁과 평화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권적 역량을 더욱 요구한다. 전작권 환수는 군사적 대결체제에서도 필요하지만, 평화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는 더욱 필수적인 국가적 과제가 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