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일을 마치고 지하철에서 내려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 올라온다.
아직도 낮에는 날씨가 덥다. 숭실대역에서 내려 집으로 올라오는 가로수밑
화단에 밝은 보라색으로 똘망똘망 달려있는 작살나무 열매가 눈에 띈다.
10여년전인가 고등학교 등산팀에서 청계산 등산을 하고 청계사쪽으로 하산을
하는데 옆 언덕에 있는 이 열매를 보고 일초야 (일초는 나의 호) 이 열매가 무슨
나무 열매고 ? 한다. 내가 나무를 좀 아는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묻는거다.
이거 전에도 자네가 물어서 얘기 한 적이있는데 또 까 먹었나 ? 이름도 좀 특이한
작살나무 아이가. 나에게 이 작살나무 이름을 물어 본 친구가 평소에 참 말이
없고 덤덤한 친구로서 얼마전에 졸지에 작고한 친구다. 산에서 만나면 이 친구는
워낙 건강해 보이고 걸음도 성큼성큼걷기때문에 나는 자네는 한국 3대 건각
( 健脚 )중 한사람이네 하고 말하곤 했는데 한국의 3대건각은 보성전문 (현 고려
대학교)을 창설한 이용익씨와 현대건설을 세운 정주영씨와 또 누구가 있다고
하는데 잘 기억이 나지않고 대신 이 친구를 넣은 것이다.
이 작살나무 열매를 보니 그 친구생각이 불현듯 난다. 이 친구가 가끔 생각나는
것은 평소에 워낙 말이 없고 감정의 변화가 없는것 같이 덤덤하며 등산시에는
항시 뒤에서 처지는 친구들을 챙겨주는 버팀목이었기 때문인것 같다.
조병화 시인이 작고하기전 남긴 시 ' 꿈의 귀향 ' 이란 시가 생각난다.
" 나는 어머님의 심부름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가
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 "
왜 이 시가 갑자기 생각났는지는 나도 그 까닭을 모르겠다. 10/12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