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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산 첫 해외기지 호주 현지 르포
멜버른 남서쪽 60km 떨어진 시골
15만m2 공장, 11월부터 본격 생산
K-9 자주포 90일에 1대씩 완성
1000개 이상 지역 일자리 창출
지난달 19일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에서 남서쪽으로 60여km 떨어진 질롱시로 향하는 길
차창 밖 풍경은 끝없는이 펼쳐진 목초지가 전부였다.
검은 소뗴와 하얀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이 한 시간가량 이어졌을 때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호주 생산공장(H-ACE) 건물이 위용을 드러냈다.
15만m2의 드넓은 부지에 3만2000m2 규모로 들어선 생산공장은 한국 방산기업 최초의 해외 생산기지다.
아시아 국가의 방산기업이 호주에 진출한 첫 사례로도 꼽힌다.
질롱시는 원래 포드 자동차 공장이 있던 지역이었지만 2016년 포드가 철수하면서 지역 경제에 한파가 닥쳤다.
한화가이곳에 진출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구 20만 명의 조용한 목초지 마을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1년 12월 한국이 호주와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수출 계약이 성사된 한화 '레드백' 장갑차 129대도
이곳에서 생산하기로 하면서 질롱은 일약 'K-방산'의 최전방 해외 생산기지로 거듭나게 됐다.
K-9,과 K-10, 레드백 수출은 본계약 규모가 4조1300억원에 달한다.
2022년 4월 공장 건설의 첫 삽을 뜬 지 2년 만에 찾은 질롱 생산공장은 내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호주형 K-9 자주포인 'AS9 헌츠맨'과 호주형 K-10 탄약운반장갑차인 'AS10'을 생산하는 공장이었다.
백슨 도커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호주 사업개발담당 부사장은 '호주형 K-9 자주포와 K-10 생산 공장은
오는 7월 완공될 예정으로, 올해 11월부터는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인력 채용이 한참이고, 내부 시설도 5월 중엔 완벽하게 갖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호주형 K-9 자주포의 경우 한 작업대에서 10일씩 9단계를 거쳐 생산이 이뤄져 90일이면 한 대가 완성되는 공정'이라며
'한국 기업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효울적으로 결합되면서 납기일을 충분히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드백 장갑차 생산 공장도 조만간 증축 공사에 착수해 2026년 6월부터는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과 호주의 방산 협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달 30일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함께 질롱 공장을 방문해 공사 마무리 현장과 생산 라인 등을 둘러보기도 했다.
두 장관은 이날 회동에서 한층 심화된 양국의 방산 협력을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철광석.양모 팔던 호주, 로봇.우주강국 두각
'자원 부국'서 '기술 부국'으로
팬더믹 거치며 원자재 수출 직격탄
미래 신사업으로 다변화 적극 나서
원격제어.AI기술, 국방 등으로 확장
노벨상 13명 '기초과학 숨은 강국'
연구 성과에 비해 상용화 저조하자
기술벤처 집중 지원, 산학협력 강화
수직이착륙기 개발 등 가시적 성과도
호주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동전이 있다.
서호주 조폐국 '퍼스 민트'에 있는 순금 1t짜리 금화다.
2011년 주조된 동전 앞면에는 캥거루다, 뒷면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와이 새겨졌다.
지난달 21일 찾은 퍼스 민트에서는 골든러시가 이어졌던 1800년대 후반의 모습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지금도 서호주 지역은 세계 4대 금 생산지로 꼽힌다.
금만이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듐을 비롯해 철고아석 천연가스 등 온갖 천연자원과 광물이 흘러넘친다.
지난해 이 같은 광물과 석탄.석유 등 원료으 수출은 호주 전체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말 그대로 '땅만 파도 자원이 나오는' 천혜의 환경을 갖춘 셈이다.
리튬, 전세계 생신량 53%나 차지
지난해 호주의 총 수출액은 전년보다 12.4%나 감소했다.
코로나 퍈데막 여파로 세계 우너자재 수요가 둔화한 데다 다른 나라들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주요 수출 품목인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탓이다.
하지만 호주 현지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들은 '얘상 가능한 결과'라며 상대적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이미 국가적 차원에서 중지를 모은 끝에 21세기 무한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광석과 양모를 팔던 나라에서
첨단 미래산업과 팁테크 강국으로의 변신'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를 위해한 전략 마련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란 설명이었다.
'자원 부국'에서 '기술 부국'으로 탈비꿈하는 데 범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호주 내에서도 자원이 풍부한 서호주 정부가 가장 적극적이다.
호주 국토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서호주는 세계 최대의 리툼 생산지다.
지난해 호주 전체 수출의 약 45%도 서호주의 몫이었다.
시몬 스펜서 서호주 정부 국제전략정책관은'2019년까지만 해도 광업 분야 비중이 가장 컸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금융업과 제조업 등으로의 다변화를 적극 꾀하고 있다'며
'서호주의 지리적 특성상 다양한 자원을 아시아로 실어나르는 조선.항만산업이 발달했는데
이를 미래 신산업과 최대한 연계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서호주 정부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정책 조언을 책임지고 있는 피터 클린켄 수석과학자는 '호주는 전 세계 리튬 생산량의
53%를 차지할 정도로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만 그동안엔 채굴 후 곧바로 중국 등으로 수출하는
'파서 나르는(Dig and Ship)' 방식에 그쳤다'며 '하지만 원자재는 가격 변동에 취약한 만큼
최근엔 정제.가공 기술과 자동화 기술을 적극 도입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리적 특성상 자동화와 로봇 기술 산업이 발달한 점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클린켄 수석과학자는 '서호주는 면적은 넓지만 인구는 200만 명에 불과하다 보니 광산에서 2000km 떨어진
퍼스의 사무실에서 원격으로 채굴 생산하는 등 일찍부터 자동화 제조 공법을 발전시켜 왔다'며
'현재 원격 제어 기술을 심해에서도 활용하고 있는데 앞으론 항공우주 분야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딥테크(모방 쉽지 않은 혁신 중심 기술) 강국 탈바끔
2018년 창업한 신생 기업인 카로닉스(Chironix)가 대표적인 사례다.
퍼스가 기반을 두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무인 로봇과 차량을 개발 중인 이 회사는 최근 원격 제어 기능을
광물.석유 채취에서 국방.우주 분야로 넓혔다.
더 나아가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에도 참가해 300만 달러(약 41억원) 규모의 계약도 맺었다.
다니엘 밀포드 대표는 '전쟁터를 오가는 일종의 '우버'를 만드는 이 군사 프로젝트에 우리 기술을 적용할 경우
전장에서 군수품을 나르고 부상자를 수송하는 임무를 훨씬 원활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더욱이 호주는 페니실린 개발과 엑스레이(X-ray) 기술 등으로 과학.의학 분야에서만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기초과학의 숨은 강국'으로 꼽힌다.
와이파이와 초음파 장비, 전자심박조율기, 비행기 용 불랙박스 등도 호주산 발명품이다.
상위 10% 과학논문 인용 횟수도 세계 4위를 기록할 정도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호주가 과학 강국 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건 연구 성과 대비 저조한 상용화 실적 탓이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 과학 연구의 상업화 수준(14위)은 한국(3위) 보다도 크게 낮다.
이에 호주 정부도 1차 산업 중심 국가에서 4,5차 산업혁명 국가로 변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간극을 줄이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하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나섰다.
'최소 5~10년 내다보고 장기 투자'
그 중심엔 호주 연방 과학산업연구기구(CSIRO)가 있다.
호주 초대 종합연구기관으로 최근 기초연구의 상업화 지원에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기술은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벤처기업을 집중 지원한다.
여기서 니온 연구 성과를 국가 산업과도 적극 연게하여며 이미 102억 호주달러(약 9조14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냈다.
불에 타지 않는 경량 소재, 배터리 관리 시스템, 타타늄 3D 프린팅으로 만든 갈비뼈와 마우스피스 등이 이곳의 자원으로
선정됐다.
CSIRO 멜버른 사무살에서 만난 폴세비치 제조 부문 부대표는 '35년 전 이곳에서 처음 일할 때만 해도 양모 산업의 국가 핵심
산업이었지만 이제 우리의 관심은 로봇.AI.항공우주.바이오 등 딥테크 기술에 온통 쏠려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뉴사우스웨일스주에 기반을 둔 AMSL항공도 주정부 등의 투자 지원 속에서 단기간에 성장한 회사다.
2018년 엔지니어 2명이 창업한 지 6년 만에 수소 연료를 동력으로 한 수직이착륙(VTOL) 항공기 '베르타이'를 최초로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맥스 요크 AMSL항공 CEO는 '별도의 활주로 없이 이착륙이 가능해 긴급 의료 수송 등에 적합한 게 장점'이라며
'현재 개발 중인 무인항공기는 향후 국방 분야에서도 널리 호라용될 수 있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산학 협력과 연계도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정부.산업체.대학이 공동으로 13억 호주 달러(액 1조1600억원)를 투자해 호주의 주요 대학을 대상으로
기초과학 연구와 상업화를 지원 중이다.
우주.국방(첨단재조.삭량.청정에너지 등 전략 분야가 주된 연구 지원 대상이다.
모나쉬대학 혁신법과 시드니공과대학(UTS) 테크랩 등 대학들도 자체적으로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기업의 투자를 적극유치하고 있다.
혁신랩에서 활동 중인 머나쉬대 2학년생 제임스 그레이는 '우주항공 기술을 기반으로 친구들과 HPR이란 벤처기업을 창업했는데 학교뿐 아니라 관련 기업의 투자도 받게 돼 초기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대학은 특히 벤처기업들이 빠지기 쉬운 '죽음의 계곡'을 슬기롭게 넘을 수 있도록 돕는데 지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아이반 추아 UTS매니저는 '대학에서 아무리 휼륭한 연구를 진행해도 상용화하기까진 기산과 비용이 만만찮게 소요되다 보니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적잖았다'며 '이 고비를 잘 넘도록 지원하는 건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세비지 CSIRO 부 대표도 '최소한 5~10년을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한 뒤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딥테크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얼마든지 기다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레드백 장갑차 129대도 질롱에서 생산...공장 밖엔 '자주포.장갑차 테스트용' 거대한 경사로
'한화 창원 공장과 동일하게 설계'
도하 성능 시험장 등 속속 들어서
호주, 국방 예산 10년간 45조 증액
차기 호위함 11척 수주전, 한국 참여
질롱 현지 생산공장 밖으로 나오자 너른 공터에 들어선 걷한 경사로가 눈에 띄었다.
현지 공장 관계자는 'K-9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가 60% 경사로에 오른 뒤 멈춰서 버틸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장비'라며
'국제 표준에 따라 한화 창원 공장과 동일하게 설계됐다'고 전했다.
경사로 오른편에는 물탱크 두 개가 마련돼 있었다.
이 관계자는 'K-9 등 생산이 본격화되면 일정한 수심의 하천을 건널 수 있는지 시험하는 물웅덩이를 만들 계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공장 주변엔 1.5km 길이의 주행 트랙 및 시험장, 도하 성능 시험장, 사격장, 연구개발(R&D) 센터 등
각종 연구.시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호주 협력업체 공장들도 속속 입주를 앞두고 있다.
질롱 공장이 입주한 빅토리아주도 'K-방상' 수출 계약에 따른 낙수 효과가 예상보다 훨씬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스콧 아돌링턴 빅토리아주정부 국방우주항공 담당자는 '호주연방정부가 한화와 계약을 체결한 뒤 현지 생산기지를 유치하기
위한 주정부 간의 입찰 경쟁이 메우 뜨거웠다'며 '1970년대 조성된 우주항공단지를 비롯해 방산 관련 산업이 발달했고
호주 국방 R&D 예산의 40%가 우리 주에 투자되고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유치 경쟁 뒷얘기를 전했다.
그는 '호주형 K-9 자주포 제작에 협력하는 지역 중소기업에 1000만 호주 달러(약 90억원)를 이미 투자했고
레드백 공급과 연계되는 기업에도 유사한 규모의 금융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빅토리아주정부는 한화 공장 유치가 호주 달러(약5조1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지 생산공장의 본격 가동으로 현지인 채용도 늘면서 향후 12년 간 질롱에만 1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 경제도 한층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1만3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인 앵카(ANCA) 그룹은 동작제어시스템과 인공호흡작동기, 유도미사일조립 등을
전문으로 하는 멜버른 지역의 대표적인 중견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한국 기업과도 30년 넘게 거래해 왔는데. 한화 K-방산의 호주 진출 소식을 듣고
'코베스 테크놀로지 솔루션스(CTS)'라는 자회사까지 설립하며 방산 협력 강화에 적극 뛰어들었다.
CTS 사무실에서 만난 닉 윌리엄스 본부장은 '레드백 장갑차의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 차체 아래 바퀴에 14개의 관련
부품이 들어가는데, 이와 관련해 한화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는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며
'연구진이 창원 공장에 가서 관련 기술을 익힌 뒤 이곳에 들아와 생산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우리 기업이 첫 해외 생산기지를 세운 건 K-방산의 달라진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현지화에 성공해 호주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 앞으로 다른 방산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가 국방력을 강화하고 나선 것도 우리 방산기업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호주 국방부는 지난달 17일 '2024 국가 국방 전략'을 발표하면서 향후 10년간 국방비 지출을 기존 계획보다 300억 호주 달러
(약 4조원)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한해 호주 국방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호주 국방 예산은 2019~20년 300억 호주 달러였던 게 지난해엔 사상 최고치인 526엇 호주 달러(약 47조원)로 급증했다.
호주 정부의 이 같은 국방력 강화 전략은 무엇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공통된 분석이다.
호주는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와 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의 정식
회원국으로 활동하며 미,중갈등 국면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춰 왔다.
특히 호주는 해군력 강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을 세워 말라카 해협 무역통상로 확보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해군력 증강을 통해 경제.군사력 이해를 공고히 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를 위해 2029년까지 차기 호위 11척을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도 이미 수주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인 터핀 서호주국방과학센터 수석연구관은 '현재 한국을 비롯해 일본.독일.스페인의 설계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질롱(호주) = 허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