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DJnFk2JAh9A
시인과 촌장 / 새벽
조팝나무 가지의 꽃들
송 수권
온몸에 자잘한 흰 꽃을 달기로는
사오월 우리들에 핀 욕심 많은
조팝나무 가지의 꽃들만 한 것이 있을라고
조팝나무 가지의 꽃들 속에 귀를 모아 본다.
조팝나무 가지의 꽃들 속에는
네다섯 살짜리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
자치기를 하는지 사방치기를 하는지
온통 즐거움의 소리다
그것도 볼따구니에 정신없이
밥풀을 쥐어 발라서
머리에 송송 도장 버짐이 찍힌 놈들이다
코를 훌쩍이는 놈도 있다.
금방 지붕 위에 까치에게
헌이빨을 내어주고 왔는지
앞니빠진 밥투정이도 보인다.
조팝나무 가지의 꽃들 속엔
봄날 이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한 종일 피어날 줄 모른다 .
.
.
.
🌳
봄철이 되면 세상의 꽃들이라는 꽃들은
모두 자기의 아름다움을 과시라도 하듯
꽃들의 세상으로 변해 버린다.
나어린 누이의 얼굴도 꽃 처럼 피어나고
지붕 높은 집 손 귀한 엄첨지네 개똥이의
얼굴도 피어 난다
아나로그 보다 원시적이던 시절 ,
배 곪으며 자라던 시절의 친구들은 모두
어디에 ....
서울 깡촌놈들의 골목길은 시끄러웠다.
담장 높은 최씨댁 아들집 뒷뜰 담장 너머로
가지 뻗힌 고염나무.
그집 형을 따라 들어간 유리 온실에는
온갖 선인장이 화분마다 성공한 자들처럼
우뚝 서 있었고,
모판에 줄 지어 앉아있던 새끼 손가락만한
아기 선인장들은
오늘 시인의 말처럼 재잘거리며 모여 있었다
" 야 , 주연이라고 했지 ?"
" ... 네 "
" 선인장 하나 키워볼래 ?"
부끄러움을 몹시나 타던 내게 , 그 형은
가시도 없는 작은 선인장 하나를 주었다.
내 작은 손에 작은 어린 선인장 한 뿌리.
집으로 가져와 이빨 깨진 뚝배기에
정성껏 모래에 심어 주며
" 여기가 우리 집이야 "
그렇게 그 아이는 나의 친구가 되었다.
형은 그 후에도 그의 동생이 보던 "국민전과"
책을 주거나, 고염이 까맣게 익을 때 한 주먹씩
얻어 먹는 기쁨까지 주었다
곶감보다 달달해서 아끼고 아껴먹던 기억이
칠십의 나이에도 삼삼하게 떠오른다.
당시 가톨릭 의대에 입학했으니 지금은 팔십이
넘은 나이겠으니 세월은 그렇게 흘렀고
길게 늘어서 재잘대며 놀았던 골목의 추억도
먼 하늘 어디론가 떠나고 말았다.
자치기는 물론 . 다방구에 꼬꾸메 . 삼각형에 구멍치기 . 삼치기에 홀짝. 딱지치기.
온갖 놀이에 골목이 시끄럽지만
엄마들의 저녁 먹으라는 소리에 금새 골목은 조용해지고는 했다.
조팝나무 한 무리 없는 골목이었지만
시인의 시를 읽고 한없이 흘러 온 세월의 저 편을 거슬러 가보았다 .
땜통이라는 도장부스럼에 인주를 발랐던 놈은 어디에 ?
할머니 손에 자랐던 진흙가루도 한 입에 삼켜 넣던 녀석은 별 탈없이 살았을까 ?
술레잡기 놀이 때엔 깍두기로 끼웠던 허씨네
둘째 딸은 내 손만 잡고 따라다녔는데 .....
시인이 되면 이렇게 시간도 거스르게 만든다 .
조팝나무 아니라도
키 자란 이팝나무 그늘의 향기에 머물고 싶은
初老의 나는 그 날의 긴 그림자를 돌아 본다 .
오늘만큼 시인이 가까워지기는
처음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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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댓글 성님~~~
좋은 글 잘 읽었답니다
하지만 글로써는 괜찮은데
발음을 조심 하셔야 할 듯요 ㅎㅎ
조팝나무? 조밥나무? ㅋㅋㅋ
봄이라고 다들 야단법석들인데
온 몸이 는적거리니
봄을 타는건지 봄이 내 몸을 는실난실거리는건지
도대체가 기운이 없다
봄이라는 건 참 요상한 것이어서
묘한 충동에 몸살을 앓기도 하나보다
하얀 목련꽃잎이 처연하게 낙화 된 길
누렇게 빛 바랜 그 큰 꽃 잎 나뒹군다
떨어진 그 꽃 잎들 무심하게 이리저리 밟히고
허전한 요내 심사도 뭉게져 내리던 봄날이
어느새 저 만치 멀어져 가고있다
스침에 대하여/ 송수권
직선으로 가는 삶은 박치기지만
곡선으로 가는 삶은 스침이다
스침은 인연, 인연은 곡선에서 온다
그 곡선 속에 슬픔이 있고 기쁨이 있다
스침은 느리게 오거나 더디게 오는 것
나비 한 마리 방금 꽃 한 송이를 스쳐가듯
오늘 나는 누구를 스쳐가는가
스침은 가벼움, 그 가벼움 속에
너와 나의 온전한 삶이 있다
저 빌딩의 회전문을 들고나는 스침
그것을 어찌 스침이라 할 수 있으랴
아침 저녁 한 사무실에서 만나는 얼굴
그것을 어찌 스침이라 할 수 있으랴
그러니 스쳐라, 아주 가볍게
덕수궁이나 한강 둔치를 걸으며
우리는 어제라고 말하지만 어제의 문은
스쳐 갔을 뿐
단 한 번도 밟은 적이 없다
부족한 원문보다 금은보석으로 치장한 댓글이 ...
인생은 스침의 연속선상에서 춤추는 일 ...
스쳐도 가슴이 베이는데 ....ㅠ
꽃핀 모양이 튀긴 좁쌀을 붙여놓은것 같다는..
사월에 보이는 저 꽃이 조팝나무 이군요.
꽃말처럼 노련하게 4월 마무리 하시기를 빕니다.
허접한 꽃도 가꾸니 멋을 뽑내더라구요 ~^^*
충무로 쪽으로 하얀백반 나무가 늘어섰으니 조밥보다 이팝으로 ^^
오월에는 한양엘 가야지
이러다가 집돌이 되것어 ㅎ
집돌이 될 즐 몰랐습니까 ?
집순이 한 사람 만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