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 빗새
주인에게 다섯 번이나 버림을 받았다는
둠치는 눈치가 빠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는지 아는 것 같다
그런데도 버림을 받았으니...
그러다 보니 둠치는 반가움도
과잉 반응을 한다
새로운 주인에게 최대한 반가움을 표시해야만
다시는 버림을 받지 않는다는 걸 직감적으로 아는 것 같다
둠치의 반가움에는 늘 애절함이 묻어있다
큰애가 이사한다고
내 집에 둠치를 맡기고 간 그날
둠치는 또 한 번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했는지
세상이 무너진 듯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딱했든지
나도 울고 둠치도 울었었다
이제는 표정에 여유로움도 생겼고
털에도 윤기가 흘러 아픈 기억이 사라졌나 했는데
오늘 아이들 집을 들렀다가
근처 공원을 한 바퀴 산책하고
큰애를 집에 내려주고는 돌아왔는데
우리가 같이 들어올 거로 생각했던지
둠치가 현관문 앞에서 계속 기다린다고
아이가 영상을 보내왔다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에 극도로 예민한 둠치
그 녀석에게 집에 간다고 안심이 되는
인사를 못 하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렸다
둠치에겐 이별이 그냥 이별이 아니라
대못을 박는 이별이 된 일이 많았던 때문에
말없이 떠나는 이별을 못 견디는 것 같았다.
저토록 정에 예민한 둠치가
다섯 번이나 주인에게 버림받을 때마다
그 마음은 얼마나 무섭고 슬픈 시간이었을까
큰아인 둠치를 만나자마자 마이크로 칩에
자기가 엄마라고 관계를 넣었다고 한다
결혼도 안 한 큰아인
미혼모 자격으로 강아지의 엄마가 되었지만
어떤 노련한 엄마보다도
둠치의 슬픔을 이제는 끊어주었으면 좋겠다.
첫댓글 빗새님 시를 읽고, 영상을 보니 저도 마음이 짠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