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영산회상도·직지사 석가여래삼불회도·마곡사 오층석탑
용주사 감로왕도, 선림원지 금동보살입상 등은 보물 지정 예고
조선 후기 후불도 두 점과 원나라 불탑 양식을 엿볼 수 있는 고려시대 석탑 한 기가 국가 지정 문화유산 국보로 승격된다.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은 보물 ‘합천 해인사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와 ‘김천 직지사 석가여래삼불회도(釋迦如來三佛會圖)’,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을 국가 지정 문화유산 국보로 승격 지정한다고 10월 30일 예고했다.
‘합천 해인사 영산회상도’. [국가유산청]
‘합천 해인사 영산회상도’는 영조 5년(1729)에 의겸(義謙), 여성(汝性), 행종(幸宗), 민희(敏熙), 말인(抹仁) 등 화승이 조성한 불화다. 조선 후기 불화의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제자의 얼굴 표현, 세부 문양에서 조선 전기 불화 양식을 엿볼 수 있다. 또 불·보살의 상호와 몸, 모든 존상의 복식 문양을 금으로 표현하는 등 뛰어난 예술성을 지녔다.
‘김천 직지사 석가여래삼불회도’. [국가유산청]
‘김천 직지사 석가여래삼불회도’는 중앙의 영산회상도, 왼쪽의 약사여래설법도, 오른쪽의 아미타여래설법도 세 폭으로 구성된, 조선 후기에 유행한 공간적 삼불회도의 전형인 불화다. 영조 20년(1744) 세관(世冠), 신각(神覺), 밀기(密機) 등 화승이 조성했다. 현재 전하는 삼불회도 중 세 폭이 온전하게 남은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규모도 가장 크다.
사방 테두리에 ‘조상경(造像經)’에 근거해 동그란 모양의 범자 진언을 배치한 것이 눈에 띈다. 또 화기에 화승의 역할에 따라 차례를 구분하고, 법명 뒤에 소속 사찰을 함께 적어 화승 연구에 중요한 작품이다.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 [국가유산청]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은 원나라에서 유행한 ‘풍마동(風磨銅)’이라는 1.8m 높이의 금동보탑을 옥개석에 올린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탑이다.
옥개석에 풍마동을 올렸지만, 석탑은 고려시대에 충청과 호남 지역에서 성행한 백제계 석탑 양식을 보인다. 조성 시기는 △2층 탑신 사방불의 머리 장식이 고려 후기에만 보이는 동그란 모양이라는 점 △사방불 중 약사여래가 든 약함이 충목왕 2년(1346)에 조성된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과 같이 뚜껑이 없는 볼록한 형태라는 점 등으로 미루어 고려 후기인 14세기로 추정된다. 석탑 지대석에 새겨진 게 눈 모양의 해목형 안상(蟹目形 眼象)은 이 석탑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국가유산청은 이 탑을 “고려 후기 불교문화의 국제적인 교류 양상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평가했다.
국가유산청은 국보 지정 예고와 함께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와 ‘화성 용주사 감로왕도’, ‘양양 선림원지 출토 금동보살입상’,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詳校正本慈悲道場懺法)’을 각각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국가유산청]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지난해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이다. 침엽수 계통의 나무로 만든 백골 위에 천을 바르고 그 위에 골회(骨灰)를 입혀 자개를 붙인 다음 여러 번 옻칠하여 마감하는 목심저피법(木心紵皮法)으로 제작됐다. 고려 후기의 우수한 공예 기술을 확인할 수 있고, 보존 상태가 뛰어나며, 화려하고 아름다운 문양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학술적, 예술적, 기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는 작품이다.
‘화성 용주사 감로왕도’. [국가유산청]
‘화성 용주사 감로왕도’는 정조 14년(1790)에 상겸(尙兼), 홍민(弘旻), 성윤(性玧), 유홍(宥弘), 법성(法性) 등 화승이 조성한 불화다. 정조가 아버지 장헌세자(사도세자)를 화성으로 옮겨 현륭원을 조성하고 수륙재를 개최할 때 사용할 목적으로 조성한 작품이다. 18세기 풍속화를 연상시키는 여러 장면과 당시 유행한 소설 삽화에 영향받은 표현이 있어 조선 후기 불화에 미친 일반 회화의 영향을 살필 수 있는 작품이다.
‘양양 선림원지 출토 금동보살입상’. [국가유산청]
‘양양 선림원지 출토 금동보살입상’은 2015년 선림원지 승방터에서 발굴된 불상이다. 당시 광배와 대좌까지 온전히 발굴돼 화제를 모았다. 광배를 포함한 높이가 66.7cm로 출토지를 알 수 있는 발굴품 중 가장 큰 보살상이다. 9세기 보살상의 우수한 조형적 특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국가유산청]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은 성종 5년(1474) 세조 비 정희왕후가 세종과 소헌왕후, 세조와 아들 의경왕(후일 덕종), 예종, 성종 비 공혜왕후 등의 천도를 기원하며 조성한 왕실 판본이다. 예종의 계비 안순왕후가 양조모(養祖母)인 신숙화(辛叔和)의 처 김 씨를 천도하기 위해 인출하기도 했다. 간행과 인출 시기, 인출 목적까지 명확하고, 보존 상태가 우수한 10권 5책의 완질본이라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가 높다.
이창윤 전문위원 nolbune@beopbo.com
[1752호 / 2024년 1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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