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11코스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길이며, 근대사와 현대사가 녹아 있는 길이다.
모슬봉은 이 지역 최대의 공동묘지가 있는 곳으로서 정상부엔 군기지가 있다
정상부로 올라가는 ‘잊혀진 옛길’을 산불감시원의 조언을 얻어 복원했다고 한다.
대정읍에 유배되어 관비로 살다가 생을 마감한 정난주 마리아가 묻힌 성지도 지나간다
신평-무릉간 곶자왈 올레는 제주올레에 의해 처음 공개된 ‘비밀의 숲’이다.
모슬포 하모체육공원에서 모슬봉을 지나 인향동 무릉외갓집까지 17.3km를 걸어간다
모슬포(摹瑟浦)
운전기사가 출발지를 혼동해서 모슬포항에서 내렸다
그동안 우리를 답답하게 했던 마스크를 하늘로 던지며 환호하였다
모슬포는 ‘모실개’의 한자식 표기다. (모실-모래, 개- 갯가)
모래가 많은 바닷가 아름다운 마을이 모슬포의 본래 의미다.
한국전쟁 때는 한술 더 떠서 ‘못살포’로 불리던 서글픈 시절도 있었다
갯메꽃
모슬포의 길가에는 갯메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발음이 좀 어렵고 투박해서 우리의 정서를 닮은 듯한 갯메꽃의 꽃말은 ‘수줍음’이다.
메마른 곳에서도 불평하지 않고 잘 자라며 소박함이 더 매력적인 꽃이다.
방어마을
제주도 서남쪽 끝 모슬포는 요즘은 방어 축제장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최남단인 마라도와, 청보리로 유명한 가파도로 가는 배가 이곳에서 운항되고 있다.
방어마을 답게 길 옆에는 커다란 대방어 모형이 설치되어 있었다
동일리포구
하모마을을 한 바퀴 빙~ 돌아서 동일리포구를 지나갔다
동일리포구는 소규모 마을 어항으로 모슬포항의 북쪽에 자리하고 있다.
돌고래 관광 선박의 출항 장소로 바다에서 뛰어노는 돌고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산이물공원(하모3리)
현무암으로 낮은 돌담을 쌓아 조성한 아담한 산이물공원을 만난다.
산이물은 ‘깊은 땅속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란 뜻으로 바닷가에서 솟아나는 샘물이다.
각종 난개발과 환경 파괴로 제주 용천수의 존재가 위협받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가보지 않았지만
어디에 있는지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에게
모슬포는 슬프다
서쪽에 기운 해
그 주홍빛 눈물을 보면
모슬포는 긴 외로움에
홀로 바다에 떠 있다..........................................................김영태 <나는 모슬포가 슬프다> 부분
동일리마을 안길
동일리마을 안길로 들어서면서 바다와 작별한다
이 골목길을 지나쳐 가는데 마을분이 이곳으로 안내해주셔서 얼마나 고맙던지...
꽃밭을 거닐다
좁은 골목길을 벗어나니 놀랍게도 아름다운 꽃길이 반겨준다
밭담 옆에 활짝 핀 노란 꽃에서 동일리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모슬봉이 보인다
황단보도 앞에 서니 모슬봉이 손에 잡힐듯이 보인다
모슬봉은 대정읍 모슬포 평야지대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오름이다
오름 정상에 공군의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어서 출입통제구역이라 올라갈 수 없다
보리가 익어간다
육지와 다르게 벌써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리밭을 보니 보리 이삭을 따서 불에 구워먹던 옛추억이 떠올랐다
내 유년시절은 보리밥에 물 말아 먹으며 배고픔을 이겨내던 시절이었다
제주막걸리를 마시다
본격적인 오름길에 들어서기 전에 숲속에서 쉬어갔다
누군가의 배낭 속에서 제주막걸리가 나와서 나누어 마셨다
용천수로 만든 제주막걸리는 텁텁함과 깔끔함이 있어 목넘김이 좋았다
공동묘지
모슬봉은 이 지역 최대의 공동묘지가 있는 곳이다
이곳 정상부로 올라가는 ‘잊혀진 옛길’을 산불감시원의 조언을 얻어 제주올레가 복원해냈다.
죽은 자들은 산방산 등 오름들과 마라도와 가파도가 있는 바다를 바라보며 누워 있다
에구구~ 힘들다
모슬봉을 넘어가는 길은 그늘이 없는 시멘트길이라 힘이 들었다
잠시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면 산방산의 미소가 보일텐데....그럴 여유가 없다
휴~ 다 왔다
드디어 모슬봉을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올라서서 땀을 닦았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에 대정현 모슬진 소속의 모슬 봉수가 있었다
일제시대에는 일본군의 전파탐지소가 있었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레이더기지가 있었다
현재도 정상에 공군의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어서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점심 식사
올레길을 걷다보면 점심 식사할 장소를 찾기가 매우 힘들다
기사님이 모슬포에서 어렵게 찾아낸 한정식집을 찾아갔다
푸짐한 수육과 생선구이까지 나와서 가성비가 매우 좋은 식당이었다
감자꽃 피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 주위에는 감자밭과 마늘밭이 끝없이 펼쳐졌다
이렇게 대규모로 감자꽃이 핀 광경은 처음 보았다
모슬포성당 묘지
모슬봉을 내려오니 모슬포성당 교회 묘지가 나타났다
망자들은 예수님과 성모님의 품안에서 편안히 잠들어 있었다
시골마을의 작은 성당에서 이런 묘지를 조성했다니 참으로 대단하다
대정 성지(1)
다산 정약용의 조카딸인 정난주 마리아가 백서사건으로 유배되어 관비로 살다가 생을 마감한 곳이다.
정난주 마리아는 제주의 첫번째 천주교인으로 기록되고 있다.
130년 동안 묻혀 있다가 1970년대에 수소문 끝에 묘를 찾아 순교자 묘역으로 단장하였다
2년 전에는 이곳에서 미사를 드렸는데, 오늘은 주모경만 바쳤다
대정 성지(2)
졸지에 관비 신분으로 떨어진 정난주는 모진 시련을 신앙과 인내로 이겨냈다.
풍부한 교양과 뛰어난 학식 그리고 굳건한 믿음의 덕으로 주위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다
정난주의 모범을 본받기 위해 1994년 제주교구는 신자들의 염원을 담아 대정 성지를 조성했다
신평곶자왈
화산이 분출하면서 요철지형이 만들어지고,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진 곳을 곶자왈이라고 한다.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독특한 숲이다.
신평곶자왈은 제주 올레에 의해 처음 공개되는 비밀의 숲이다
정개왓광장
신평곶자왈에 있는 너른 평지를 말한다.
정개왓의 왓은 '밭'의 제주어로 옛날에 정씨 성을 가진 사람이 들어와 생활했던 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지금은 탱자나무, 개복숭아, 벚나무 등 여러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밭을 일구느라 작은 돌멩이들을 군데군데 탑처럼 쌓아놓았다.
무릉곶자왈
신평곶자왈에서 나와서 무릉곶자왈로 들어간다
'무릉2리'라는 마을 이름에서 착안해 무릉곶자왈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봄에 이 주변에 복숭아꽃이 만발하여 무릉도원이라는 명칭의 근원지가 되었다고 한다
구남물
오래전 큰 구나무(굴참나무)가 있어 훗날 구남으로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초록빛 구남물 주면에는 아름드리 팽나무가 연못을 향해 한껏 몸을 늘어뜨렸다.
철쭉이 만발한 구남물 주변에서 오래도록 쉬면서 사진찍기 놀이를 하였다
무릉외갓집
드디어 종착점인 무릉외갓집에 도착하였다.
무릉2리 50여 농가들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설립한 마을기업이다.
제주의 축복받은 환경 속에서 농부의 정성으로 길러낸 농산물들을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제주에서보다는 오히려 중앙에서 더 유명한 농산물 유통 전문 마을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인향동(무릉2리)
무릉2리는 60대 이상인 속칭 ‘은퇴 세대’가 7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마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에 '무릉외갓집’을 설립하여 잘 꾸려가고 있다.
길가에 세워진 조형물에는 복사꽃이 새겨져 있는데 무릉도원을 뜻하는 것 같다
첫댓글 다시보니 올레길은 배경이 자연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글은 어쩜 이렇게 맛깔스럽게 쓰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