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철거할 집이라고 노후도 간과하면 낭패...한 채의 집 쪼개진 상황도 체크해야
영화 <1번가의 기적>에서는 용역 깡패 필제와 챔피언을 꿈꾸는 여성복서 명란의 풋풋한 러브 스토리로 이어진다. 장르는 코미디. 하지만 재개발 시장의 현실을 아는 이들이라면 영화는 그저 영화일 뿐이라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내저을 것이다. 세상의 어느 용역 깡패도 필제처럼 말랑거리지 않는다. 철거 동의서를 받아내야 하는 깡패와 철거를 거부하는 주민들의 사투는 만만치가 않다. 영화 곳곳에는 부동산 투자와 주거권이 충돌하는 현실을 압축한 대사가 종종 등장한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라는 동요를 부르는 아이에게 필제가 툭 던지는 한마디가 바로 그거다. “야, 너희들 강변에 살고 싶구나. 강변 땅값이 얼마인 줄 알아?”
재개발에 투자하는 이유는 하나다. 일반분양보다 싸게 분양권을 받아 많은 시세차익을 얻는 거다. 그렇다고 재개발 지역에 있는 집을 아무거나 사서 원하는 전용면적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느냐. 당연히 아니다.
재가발 지역의 투자 포인트는 첫 번째는 집, 두 번째는 땅이다. 우선 집을 볼때 많은 투자자들이 ‘노후도’를 간과한다. 어차피 철거할 집, 낡은 게 대수냐는 생각에서다. 자기가 살 집이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 사는 거니 당연한 논리다. 그냥 등기사항전부증명서만 보고 사는 셈이다.
하지만 재개발 지역의 집을 살 때도 집의 안과 밖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조합원들에게 아파트를 분양할 때 집과 그 집이 깔고 앉은 땅의 가치를 평가해 금액이 큰 순서대로 넓은 전용면적의 아파트를 분양해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사려는 집의 상태가 원하는 전용면적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을 만큼 가격 평가를 받는지 여부를 반드시 살펴야 한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보자. 모 투자자는 재개발 지역에서 낡은 주택 하나를 샀다. 철거할 집이니 꼼꼼히 노후도를 살피지 않았다. 몇 달 후 장마가 시작됐다. 세입자로부터 항의가 들어왔다. 지붕에서 비가 샌다는 것이다. 세입자는 “당장 고쳐주지 않으면 집을 나가겠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투자자에게는 당장 세를 빼줄 만한 돈이 없었다. 장마철이라 낡은 집에 들어올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 것도 어려워 300만원을 들여 지붕을 수리해줬다. 그러면서 도배장판도 새로했다. 보일러도 고쳐주고, 대들보도 보강했다. 자, 그렇다면 투자자는 이렇게 집을 리모델링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까? 관건은 이 건물이 어떤 금액에 평가받을 수 있는가인데 보일러와 도배, 장판, 지붕 방수공사 같은 소모성 지출은 거의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집 구매 시 집 안팎을 살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동시에 재개발 지역의 집을 살 때는 등기사항전부증명서와 건축물대장까지 잘 살펴야 한다. 재개발 투자는 지분을 얼마나 가졌는지가 가장 중요한데 등기사항 전부증명서에서 지분이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건축물 대장에서는 지분이 쪼개졌는지, 쪼개졌다면 언제 쪼개졌는지를 알 수 있다. 규정상 2003년 12월 30일 이전에 쪼개진 것만 인정되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는 쪼갠 것을 인정하지 않고 아파트 1채만 준다.
또 건축물대장에서 1채의 집(다가구)을 여러 채의 집(다세대)로 쪼개서 여러 사람이 하나씩 나눠 가진 경우다. 변동사항란에 나타나는데 이 경우 쪼개진 전용면적이 얼마인지에 따라 내가 원하는 면적의 아파트를 분양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혹은 아예 임대아파트가 배당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5 가구가 사는 큰 집이 1채 있는데 이 집은 5가구가 서로 방해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주방과 화장실이 가구별로 갖춰졌다. 가구별 전용면적은 A가구 40㎡에서 E가구 85㎡까지 다양하게 나뉘었다. 원래 1채인 집을 5채로 쪼갠 셈이다. 이때 A가구처럼 60㎡ 이하의 전용면적을 가진 가구는 아파트 분양 시 자신이 원하는 전용면적이 아닌 전용 60㎡ 이하의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임대아파트를 받는다. 반면 60㎡ 초과 면적을 보유한 E가구는 이용하던 부분의 전용면적을 평가한 평가금액에 맞는 전용면적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있다. 이는 1채의 집을 여러 사람이 나눠 가진 경우 새로 짓는 가구수보다 아파트 분양대상자 수가 더 많아져 재개발 진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는 점을 방지하려는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