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로 기록된 글은 비슷해도 말은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르다.
팔레스타인 자치도시 헤브론 / 김동문
(미디어인뉴스=김동문 객원기자) 한 전문가의 강의 동영상에서 "22개 아랍국가의 아랍인들은 말이 완벽하게 소통한다"라는 주장을 접했다. 정말일까? 전혀 아니다. 왜, 그럴까? (이 글은 학문하는 글이 아니고, 나의 개인 경험에 바탕을 둔 이야기이다. 아랍어나 아랍문학 전문학자의 견해는 나와 다를 수도 있다.)
"흔히 '중동'이라고 하는, 25개 나라에 초점을 맞추어 보겠습니다. 노랗게 표현된 나라들이 아랍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아랍 국가입니다. 가장 오른쪽 끝에 있는 나라가, 여러분 들어보셨던 두바이이고, 가장 왼쪽 끝에 있는 나라가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입니다. 두 도시 사이에는 약 4천700km 떨어져 있습니다. 이 22개 노란 국가들이 자기들끼리 서로 말이 통할까요? 완벽하게 소통됩니다. 아니, 수천 년 동안, 수천 킬로 떨어져서 고립해서 살고 있는데, 어떻게 아무 불편 없이 스스로 말이 통할까요? "
이라크 바그다드 / 김동문
아랍 지역의 사람들은 서로 말이 통할까? 아니다. 아랍어 알파벳으로 적혀 있는 글을 읽고 쓸 수 있다고 하여, 아랍어(말)를 잘하는 것, 서로 통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말과 글은 다른 것이다. 말과 글은 다르다. 말을 할 수는 있어도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할 수가 있다. 글을 읽고 쓸 수 있어도 말을 하거나 다른 이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의 영어 사용 현실이 대표적이지 않나. 어려운 영어 문장을 해석해도 외국인과 영어로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떠오른다. 문장 독해 능력과 회화 능력은 별개이다.
요르단 암만 / 김동문
한자를 두고 한자를 아는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이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완전히 이해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인이 한국어로 적혀 있는 문장을 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물며 1,000년 전, 1,200년 전 고대 문헌을 그냥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한자어로 쓰인 문장을 한자에 익숙한 중국 일본 한국인이 읽고 뜻을 안다 치자. 그런데 입을 열어 말을 한다면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로 말을 한다면 통하지 않을 것이다. 글을 주고받으면서 완벽하지는 않아도 필담이 가능해도 그것도 한계가 있다.
시리아 크락 데 슈발리에 / 김동문
설명이 길어진다. 아랍인, 아랍어를 모국어로, 국어로 사용하는 22개국 아랍국가, 이른바 아랍인으로 부른다면, 그 아랍인 사이에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하다? 아니다. 말, 안 통한다. 필담이 가능하다고 해도, 읽기 쓰기 아랍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말로 말하면 안 통하는 나라들 사람들 매우 많다. 말은 너무 다르다.
"어떻게 지내십니까?"를 아랍어로 한다면, 이자이 약? 아일 에? 슈 로넥? 에쉬 로넥? 키이팍? 라바-스? 케이프 할? 카이파 할루카? How are you? 이런 식이다.
위키페디아
위키피디아에서 아랍 이슬람 지역의 각 나라, 각 지역, 종족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다양한 말을 확인해 보자. 중동 지역 22개국의 사람들은 아랍어(글)도 제대로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다. 하물며 말이 완벽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묘하지만 북아프리카 아랍인들의 말을 걸프 지역 아랍인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도, 북아프리카 아랍인들은 걸프 지역 아랍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이집트 카이로 / 김동문
오만에서부터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지역은 그래도 서로 알아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라크는 많이 다른 이라크 아랍어를 사용한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같은 의문사도 완전히 다르고, 명사와 동사의 발음 규칙도 아주 다르다. 게다가 이집트 아랍어, 역시 독특하다. 여기도 이라크 아랍어와도 다르고, 인근국가의 아랍어와도 사뭇 다르다. 리비아는 읽기 쓰기 아랍어를 아는 이들에게 그래도 불편함이 적은 나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튀니지를 비롯하여 모로코에 이르는 지역의 아랍어는 또 다른 세계이다. 이른바 북아프리카 지역 또는 마그레브 지역이라 부르는 곳의 아랍어는 독특하다. 아랍지역에 아랍인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아랍 본토인에게도 소통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하물며 태어날 때부터 아랍인이 아닌 외국인에게도 따로 배워야 할 말일 뿐이다.
모로코 / 김동문
아주 오래전 모로코를 방문했을 때, 내게 익숙한 아랍어로 아랍인에게 말을 걸면 알아듣고 대답해주는 모로코인을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모로코 현지인들이 주고받는 말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대학에서 아랍어를 배우고 이집트를 방문했을 때의 나의 충격은 더욱 컸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도착했던 그해 11월 초, 내가 하는 말을 이집트 현지인이 알아주고 내가 배운 읽기 쓰기 아랍어로 대답을 해주곤 했기에, 안심을 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현지인이 서로 말을 주고 받을 때,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의 4가지 영역에서 내가 겨우 접했던 읽기 쓰기 아랍어 수준으로, 아랍어로 듣기 말하기가 아닌 이집트인들의 고유한 말(사투리)이 외국어로 다가왔었다.
UAE 두바이 / 김동문
한국에서 그리고 다양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아랍인이 있다면, 그에게 그 나라의 고유한 말(사투리라 부를 수도 있을 듯하지만) 말로 말을 섞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문어체(읽기 쓰기 아랍어) 아랍어로 말을 걸 때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상대가 반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