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loyment Stability” 22일 오전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청주지청 앞에 모인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센싸타지회 조합원들이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와 고용불안 조장에 맞서 ‘고용안정’을 의미하는 영문이 적힌 머리띠를 묶었다. 충북 진천에 공장을 둔 센싸타테크놀러지스코리아㈜는 베인캐피탈(Bain Capital)이 소유한 미국계 다국적 기업으로,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터 제어 센서를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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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22일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에서 센싸타 부당 노동행위 규탄과 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출처: 신동준 금속노조] |
조합원들은 이날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소속 간부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투기자본 먹튀자본 베인 캐피탈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즉각 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청주지청에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2006년 회사가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로 매각된 이후 근로조건이 지속적으로 후퇴하다 최근엔 생산설비를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희망퇴직까지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회는 특히 회사가 올 초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혔음에도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회에 따르면 국내 공장장과 글로벌 사장, 글로벌 생산총괄이사는 지난해 새로 인수한 사업부로 전직원을 전환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희망퇴직은 없다는 뜻을 올 초부터 노동자들에게 누차 구두로 약속했다. 그러나 6월말까지 부서 전환 계획을 내겠다던 회사는 7월말까지도 아무런 계획을 내지 않았다. 그 사이 회사는 일부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빼돌렸으며, 현재도 설비 이전을 계속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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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22일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에서 열린 센싸타 부당 노동행위 규탄과 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은미 지회장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출처: 신동준 금속노조] |
이에 심각한 고용불안을 느낀 노동자들은 지난 5일 금속노조에 가입, 센싸타지회를 설립했다. 생산직과 사무직 150여명이 가입했다. 6일에는 설립보고대회를 열고 회사에 공식적으로 교섭을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는 교섭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다음날인 7일 희망퇴직을 공고했다. 지회는 기자회견에서 “지회가 만들어졌음에도 노조 측과 한마디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공고한 것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규탄했다. 특히 지회는 “회사가 지회의 거듭된 교섭요청에도 불구하고 두 주가 넘은 22일 현재까지 그 어떤 답변조차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공교롭게도 베인캐피탈은 미국에서도 고용 파괴 자본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6월말 “베인캐피탈이 미국의 일자리를 중국과 인도로 팔아치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인캐피탈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밋 롬니가 창업한 사모펀드여서 이 문제가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은미 센싸타지회장은 “미국에서도 베인캐피탈의 먹튀 행각으로 노동자들이 폭동 수준의 저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에서의 몹쓸 짓을 한국에서 똑같이 저지르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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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22일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에서 열린 센싸타 부당 노동행위 규탄과 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에 참여한 지회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신동준 금속노조] |
대전충북지부에 따르면 센싸타가 중국공장으로의 설비이전 문제 외에도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상습적으로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부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우선 회사의 최저임금법 위반에 대해 청주지청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센사타는 부채비율이 30%도 되지 않으며, 이자비용도 없는 건실한 회사다. 또 2011년 유동자산 797억원에, 매출 2,161억원, 영업이익 161억원을 내는 등 영업실적도 우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휴=금속노동자)
“금속 가입 후 함께 살자 분위기” |
[현장] 새내기 센싸타지회, “연대 소중함 느껴” |
“회사가 어렵다기에 한겨울에 찬물로 기름때를 씻어도, 화장실에 손 휴지를 없애도 아무 소리하지 않았습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임금이 쥐꼬리만큼 올라도, 심지어 미국발 경제위기로 2009년 임금이 동결돼도 회사가 잘 돼야 한다며 참아왔습니다.” 22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청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문을 읽는 김은미 센싸타지회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기자들 앞에서 처음 마이크를 잡아봐서기도 하겠지만, 그보단 회사에 대한 분노 탓이 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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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미 지회장은 “회사가 진짜 어려워서라면 모르겠지만, 잘 나가는 회사가 노동자들을 쓰다 남은 화장실 휴지조각으로 취급한 채 먹튀행각을 벌이려 하는 데 다들 분노하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예년과 달리 희망퇴직을 신청한 조합원이 현재 한명도 없다”고 전했다. [출처: 신동준 금속노조] | 기자회견을 마치고 만난 김 지회장은 짐작대로 회사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제가 근속 20년차에요. 회사에 청춘을 바치느라 나이 마흔한살 노처녀로 살고 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료들한테 쉬는 날 회사 나와서 열심히 일하자고 독려할 정도로 애사심이 컸어요. 그런 저를 회사가 이렇게 바꿔 놨답니다.”
“베인캐피탈이 회사를 사들이고 난 이후 인원감축을 위한 희망퇴직 프로그램이 2~3년 동안 시행된 적이 있어요. 저임금에 노동강도도 세다보니 일부 동료들이 떠나기도 했고요. 하지만 올해만큼은 노동자들이 순순히 회사에 순응하지 않을 겁니다.” 이재영 지회 정책부장은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분위기”라며 이 같이 덧붙였다.
회사는 올해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생산직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회사 운영에 꼭 필요한 시설, 인사, 경리부서까지 대상으로 삼았다. 센싸타가 과연 한국에서 공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지회장은 “회사가 진짜 어려워서라면 모르겠지만, 잘 나가는 회사가 노동자들을 쓰다 남은 화장실 휴지조각으로 취급한 채 먹튀행각을 벌이려 하는 데 다들 분노하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예년과 달리 희망퇴직을 신청한 조합원이 현재 한명도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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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22일 김은미 센싸타지회장(사진 가운데)과 대정충북지부가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에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측을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출처: 신동준 금속노조] | 아울러 금속노조에 가입하게 된 것이 노동자들을 똘똘 뭉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게 이재영 부장의 설명이다. “노조가 없었다면 예전처럼 목돈 받고 희망퇴직할까 갈등하는 동료들이 있었을 수 있죠. 하지만 이젠 노조가 생겼으니 남아서 다 함께 살자는 분위기에요. 노조 가입대상이 아닌 분들도 따로 후원회를 만들어 우리를 응원할 정도입니다.”
특히 이들은 사업장 울타리를 넘어 함께 연대하는 모습 속에서 투쟁 승리의 희망을 보고 있다. “처음엔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에 대해 잘 몰라 편견을 가진 조합원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역의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이 내 일처럼 여기고 연대하는 모습 보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이제 배운 대로 실천해야죠.” 김 지회장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김 지회장은 “새내기 지회다보니 앞으로 싸움에 대한 두려움도 없지 않다”면서도 “회사가 계속 교섭 요구를 무시하고 과거처럼 일방통행을 고집한다면 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금속노조 가입하자마자 외국 먹튀 투기자본과 한판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 센싸타지회 간부들. 힘겨운 투쟁을 앞두고 있지만 눈빛과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