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 산골의 사립중학교를 졸업한 촌놈이 청운의 꿈을 품고 부산으로 내려와 국립 부산사범학교를 다녔지요. 그 때는 세상이 온통 밝고 푸르기만 하였답니다.
음악, 미술, 체육 어느 한가지 잘하는 것도 없으면서, 좋은 선생님이 되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입학한 학교였지요.
43년간 오직 한 길을 걸으면서 못난 스승으로 아쉬움만 남기고 퇴임한지 벌써 11년째에 접어듭니다. 이제 건강이 허락하고 시간이 있으니 가끔 부산의 여기저기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남포동 지하철역에서 내려 올라오니 자가치 팻말이 보입니다.
저 멀리 천마산도 보이고요.
부산시청이 있던 자리엔 롯데백화점이 들어서 있고.
유명했던 영도다리가 있던 자리가 보입니다.
광복동 거리--50년 전에는 굉장한 번화가였지요. 우리나라 유행의 1번지였고요.
50년 전에는 이승만대통령 호를 따서 雩南공원이라고 했지요.
초대 건국대통령이신데 동상 하나 세워 드려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충무공 이순신장군이 바라보는 부산항과 바다는 연무가 심해서 사진에 담지
못하고...
동광초등학교 자리엔 기념비만 서 있고 주차장으로 변해버렸더군요.
동광초등학교와 남일 초등학교가 하나의 학교로 통합되었나 봅니다. 두 학교 모두 사범학교 제2부속초등학교라 여기서 교생 실습을 하였지요. 나의 잊지 못할 은사님도 남일 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었지요. 지금은 먼 나라로 가시고 내 마음 속에만 계시는 박호진 은사님.
6.25 한국전쟁 때에 북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의 애환이 서린 40계단.
"사십계단 층층대에 홀로 앉은 나그네...."
옛날 전신주
40계단 옆에 설치한 계단 없이 돌아 올라가는 새 통로.
남성여자고등학교 언덕
국제시장에서 영주동으로 넘어가는 길--초량에서 1년간 있을 때에 허위, 최학수와 셋이 자주 다니던 등하굣길이었지요.
그 유명하던 국제시장 ---지금은 그 명성을 잃은 것 같습니다.
국제 시장 옆 보수동 뒷골목 헌책방 골목.--새교과서 값 받아 와서 한책 사고, 남은 돈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빵집과 단팥죽 집에 자주 갔답니다. 옛 추억도 되새기고 큰 옥편 한권 샀습니다.
옛날 내 모교가 있던 바로 밑에 검정다리가 있었지요.
보수동 네거리
동대신동에 살면서 부산 어시장에서 일하던 형님 만나러 걸어서 다니던 그 길을 오늘 걸어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중부세무서는 50년 전에도 이 자리에 있었습니다.
세무소 조금 아래에 유명한 단팥죽 집이 있었지요.
구덕야구장--옛날 학생들은 입장료가 없어서 담을 넘어서 들어가기도 하였지요.
지금은 여든을 바라보는 점잖게 늙어가는 노인들이 다 되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