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큰스님이 꼭 부처님처럼 보였습니다”
수십 년 일종식 장좌불와 토굴수행…원통불교 중흥 염불수행 대중화 선지식 ‘열반 20주기 청화대종사’ 800여 법문 저작 등 바탕 김용출 작가가 엮어 낸 ‘위대한 스승’ 전기 주목
2023-11-23 김선두 선임기자
수십 년 장좌불와와 일종식, 토굴 수행을 감행하며 원통불교의 중흥과 염불선의 대중화를 이뤄낸 청화대종사를 김용출 작가의 ‘청화 전기: 위대한 스승’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자비로운 미소를 간직한 생전 스님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수십 년 장좌불와와 일종식, 토굴 수행을 감행하며 원통불교의 중흥과 염불선의 대중화를 이뤄낸 청화대종사를 김용출 작가의 ‘청화 전기: 위대한 스승’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자비로운 미소를 간직한 생전 스님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청화 전기 : 위대한 스승’(김용출 글/한울아카데미) 표지
‘청화 전기 : 위대한 스승’(김용출 글/한울아카데미) 표지
“행장도 감동적이었지만, 원통불교 사상과 정통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수행법의 회통, 염불선의 대중화 등 그의 사상도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부처님과 정통 조사들의 다양한 에피소드에, 풍성한 철학과 현대 과학이라니. 독서와 공부 범위는 책에서 논문, 법문 자료로 번져나갔고, 어느 순간 노트북에 그 내용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에필로그)
논픽션 작가로 활동 중인 세계일보 김용출 기자가 수십 년 장좌불와(長坐不臥)와 일종식, 토굴 수행을 감행하며 원통불교의 중흥과 염불선의 대중화를 이뤄낸 청화대종사(1923~2003)의 행장과 사상을 가감 없이 그려낸 <청화 전기 : 위대한 스승>을 펴냈다. 책은 현직 기자인 저자가 800여 개의 법문과 저작, 역주서, 편지를 정독하며 5년의 시간으로 그려낸 기록이어서 독자들에게 더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다.
청화스님은 일제강점기인 1923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한평생 석가모니 부처님의 정신을 우리 시대에 펼쳐 보이다가 2003년 곡성 성륜사에서 원적에 들었다. 2023년 올해로 탄생 100주년과 열반 20주기를 맞이했다.
“해제를 하고 며칠이 지나니, 큰스님의 이가 그냥 쑥 빠졌습니다. 이를 쓰지 않고 영양 섭취가 안 돼 그냥 빠져버린 것입니다. 그때 큰스님의 모습은 마치 부처님 고행상 같았습니다. 저는 큰스님이 꼭 부처님처럼 보였습니다. 큰스님께서는 배가 등에 붙을 정도로 되자, 좌복을 배에 대고 끈으로 몸에 묶었습니다. 몸을 지탱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절대 벽에 기대지도 않고 눕지도 않으시니 그렇게라도 하신 것입니다.” (155쪽 ‘치열한 구도와 만행’ 중에서)
청화스님은 한국의 대표적인 선승으로, 오랫동안 일종식과 장좌불와, 토굴 수행을 감행하면서 정통 불법의 부흥을 통해 인간론적 신앙관, 선오후수적 정혜쌍수, 화두선과 염불선의 회통, 다른 종교와의 대화를 모색하는 ‘원통불교론’을 주장했다. 계속되는 분열과 대립, 전쟁, 물질만능주의, 기후와 환경 위기 등 심각한 현대 사회의 위기 헤쳐 나아갈 이념과 사상이 필요한데, 원통불교야말로 원효와 의상, 대각 의천, 보조 지눌, 태고 보우, 나옹 혜근, 서산 휴정, 사명 유정 등 역대 고승 대덕들이 역설해 온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특성이자 세계불교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불교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불교 내의 회통을 넘어서 기독교와 이슬람교 등 다른 세계종교와의 대화와 회통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통종교’를 강조하기도 했다.
청화스님은 정통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수행법의 회통과 공존을 추구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염불선의 대중화를 시도한 것으로도 큰 주목을 끌었다. 즉, 우주만유는 진여불성뿐이고 마음이 곧 부처라는 반야의 지혜를 여의지 않고 수행한다면 모든 수행법이 선이 될 수 있다며 간화선뿐만 아니라 염불선, 묵조선 등 다양한 수행법의 회통과 공존 가능성을 열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수많은 참고문헌과 무려 800개가 넘는 실로 방대하고 꼼꼼한 주석, 찾기에 편리한 찾아보기 등을 통해 대종사의 행장과 사상 전모에 대해 진실성과 구체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점도 부실한 주석이 범람하는 이 시대의 전기ㆍ평전류 저술 속에서 가히 모범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2003년 논픽션 <최옥란 평전>과 2006년 <독일 아리랑>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논픽션그룹 ‘실록’ 멤버들과 함께 <역사 논픽션 3ㆍ1 운동>을 집필 중이던 2018년 두 권의 책을 통해 청화스님을 처음 만났다. 청화스님의 행장뿐만 아니라 그의 원통불교 사상과 염불선 등에 매료된 저자는 실로 방대한 자료를 5년 동안 찬찬히 읽고 듣고 많은 관계자들을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청화스님의 탄생부터 출가, 치열한 구도와 만행, 사상의 형성과 대중 법문, 태안사 및 성륜사에서의 하화중생, 6년간 미국 전법, 생애 마지막 시기와 열반 모습 등 청화스님의 일대기를 과장이나 축소 없이 논픽션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책에는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추천사도 실려 신뢰를 더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곡성 성륜사나 서울 광륜사에서 청화대종사를 뵐 수 없습니다. 환한 미소와 하심으로 사부대중을 따뜻하게 제접해 주시던 대종사를 더 이상 만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종사의 삶과 사상을 정확하게 담은 책 <청화 전기 : 위대한 스승>을 통해서 대종사의 풍모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