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방법: 좌측에 두줄(문장)을먼저 읽은 후 우측에 두줄을읽는순서로 반복하여 읽는다.
화전가(花煎歌)
어화청춘 벗님내요 낙목한천 1)어데가고
이내 말씀 들어보소 세우삼춘2) 돌아왔네.
동군님내 3)넓은 덕택3) 백오양신4) 좋은 때도
곳곳마다 만났도다 이십사변 화신풍이라5)
물물군생6) 자라나서 지지한간 반송은7)
만화방창8)좋을시고 울울함 만취라9)
작작한 원중화는 10) 양류세지 12)사사록이요
조발환선11) 되었도다 도화만발 점점홍이라13)
인생에 춘흥이야 시중천자 이태백은14)
고금에 일반이라 도리원에 놀으실 때 15)
.
촛불을 밝히시고 송시문장 구양수는16)
밤에도 놀았도다 춘복춘주 행장 차려17)
등산임수 완상할제18) 오류촌 도연명은20)
경일망귀 놀으시고19) 평택령 21)계시다가
오두곡22)을 사례하고 추월춘풍 사시경을
오류촌에 기지잡고 음풍영월 놀으시고23)
수천년 지나가도 우리같은 인생들도
높은이름 전해 온다 청춘홍안 좋은시절
무심히 허송하면 시호 시호 부재렸다24)
갱소년키25) 어려워라 아니놀고 무엇하리
어화우리 동유26)내야 규중심처 깊은 곳에
화전27)놀음 하여보세 일시여가 바이 없어
한탄무궁 하였더니 명월같이 밝은 경대28)
오늘날에 놀아보세 사창29)앞에 차려 놓고
흑운같이 검은 머리 향기좋은 각색화장
곱게빗어 단장하고 차례대로 바른 후에
칠보단장 녹의홍상30) 요조숙녀 덕행이요
태도 있게 입었으니 만고절색 태도로다
섬섬옥수31) 서로잡고 조용히 완보32)하여
삼삼오오 짝을지어 백석탄33) 좋은 곳에
자리잡고 앉은 후에 천봉만학 높은 봉에
좌우산천 살펴보니 기화요초34) 난만하고
기암괴석 기이한데 천강에 자던 백구
폭포성35)이 징징하다 반공중에 높이 뜨고
동정호36)에 놀던 오리 소상강37)에 큰 기러기
저 천강38)에 와서놀고 수면상에 배회한다
천하명승 어디런고 앞동산에 우는 황조39)
일시선경 여기로다 환우성40)이 분명하고
뒷동산에 포곡새41)는 어화청춘 벗님내요
시화연풍42) 노래로다 시절노래 볼작시면
동방예의좋은 나라 밀어닥친 서양풍속
미풍양속 간 곳없고 뉘라서 막아내리
삼강오륜 간곳 없고 남녀분별 전혀 없고
인의예지 볼수없다 노소질서 끊어졌네
이럴수록 방심말고 충효사상 더욱 힘써
동동촉촉43) 조심하세 사회풍조 바로잡세
어화청춘 벗님내요 악양루44)도 식후경이라
이내 말씀 들어보소 화전구워 먹고 노세
이산저산 올라가서 송이송이 피는 꽃은
좌우로 살펴보니 방긋방긋 웃는구나
홍홍백백 난만한데 천자만홍 붉은 중에
가지마다 춘색이라 봉접45)이 춤을춘다
녹수청산 깊은곳에 연화삼월 신록속에
두견성46)이 처량하다 금의공자47) 노래로다
높은 암상 올라가니 잠시잠깐 쉬은 후에
춘풍이 소슬하다 꽃따기로 힘을 쓴다
화전등 48) 올라가니 운담풍경49) 근오천에
꽃향기가 가득하다 방화차50)로 여기왔나
섬섬옥수높이들어 한 광주리 가득따서
상지하지 후려잡아 화전굽기 공사로다
백설청유51) 맑은기름 사각송반52) 너른 반에
두견화로 지져내서 몇몇 반을 구웠는고
노소를 막론하고 한번집어 맛을보니
순서있게 노놨구나 그 떡맛이 선미로다
적구충장53) 먹은후에 보기좋은 살구꽃은
꽃노래를 하여 보세 행화촌에 희롱하고
희고 붉은 도화이화 봉을봉을 두견화는
도리원에 희롱하고 앞뒤동산 희롱하고
화중군자 모란화는 주렴개54)에 애연화는
사랑앞을 희롱하고 연당앞에 희롱하고
도연명의 애국화는 홍도백도 앵도화는
구월구일 희롱하고 옥창밑에 희롱하고
장미화 고은 꽃은 초당앞에 백일홍은
담장앞을 희롱하고 백일홍을 희롱하고
아름다운 계수꽃은 명사십리 해당화는
월궁황아 희롱하고 꽃중에도 신선이라
희희낙락 놀다보니 일락서산 다다르니
동산에 돋은 해가 금조성55)이 난잡하다
장장춘일 긴긴날에 어린가슴 맺힌 한을
해지도록 놀다보니 십분일도 못풀도다
해후상봉 만난 동유 부운56)같은 우리 인생
악수논정57) 하는 말이 아니놀고 무엇하리
이팔청춘 고은얼굴 화무십일홍이요
백수지면 어이하리 달도차면 기우느니
인생한번 죽어지면 노세노세 젊어노세
만수장림 운무58)로다 아니놀고 무엇하리
어화노소 벗님내요 서산에 지는 해는
상전벽해59) 웃지마소 양류사60)로 잡아매고
동정추월61) 돋은 달은 화류춘풍 좋은시절
계수나무 머물러라 못다놀면 여한이라
석양이 재산하니 파좌하고 떠날적에
단발초동 농적환62)이라 화고(63)불러이별하고
잘있거라 잘있거라 이제가면 언제볼꼬
나는간다 나는간다 명년삼월 다시보자
하도 마음 궁금하여 무식한 견문으로
화전가로 지었으나 불성실로 지었으니
노소를 물론하고 구곡간장 맺힌 한을
이 글보고 미소마소 화전가로 풀어본다.
註
1)낙목한천(落木寒天): 나뭇잎 앙상한 추운 겨울
2)세우삼춘(細雨三春): 가랑비 내리는 봄 계절
3)동군(東君): 태양, 봄의
4)백오양신(白五良辰): 冬至부터 寒食까지 105日간
5)이십사변 화신풍(二十四邊 花信風): 24계절중 봄계절을 말함
6)물물군생(物物群生): 생명이 있는 모든 만물
7)지지한간 반송(遲遲閑澗 畔松): 천천히 흐르는 도랑가위의 소나무
8)만화방창(萬化方暢): 봄날 온갖 꽃들이 피어남
9)울울함 만취(鬱鬱含 滿翠): 울창한 숲은 푸르름을 가득 머금고 있다
10)작작한 원중화(灼灼한 園中花): 눈부시게 및나는 집뒤안의 꽃(후원 뜰에 핀 꽃)
11)양류세지 사사록(楊柳細枝 絲絲綠): 실버들 가지는 가지마다 푸르르고
12)조발환선(早發紈扇): 일찍 핀 꽃은 비단 부채같다
13)도화만발 점점홍(桃花滿發 點點紅): 복숭아꽃은 가지마다 붉게 피었네
!4)시중천자 이태백(詩中天子 李太白): 중국 당나라 시인
!5)도리원(桃李園): 복숭아 꽃동산(즉 이상세계)
!6)송시문장 구양수(宋詩文章 歐陽修) 중국의 송나라 유명한 서예가
!7)춘복춘주(春服春酒): 봄옷과 봄술
!8)등산임수 완상(登山臨水 玩賞): 산과 냇가에서 봄의 경치를 구경함
!9)도연명(陶淵明): 당나라 시인
20)경일망귀(竟日望歸): 하루가 다하도록 시를 짓고 놂
21)평택령: 벼슬 이름
22)오두곡(五頭穀): 나라에서 받는 녹봉(祿俸)
23)음풍영월(吟諷詠月):맑은 바람과 밝은 달에 시를 짓고 놂
24)시호시호 부재(時好時好 不再):지금 이 시간은 두 번 다시 있지 않다
25)갱소년(更少年): 다시 소년으로 돌아오다
26)동유(同遊)내: 같이 노는 동무들
27)화전(花煎): 꽃잎을 따서 부침게를 하여 먹는 떡의 일종
28)경대(鏡臺): 거울
29)사창(紗窓): 엷고 가는 비단으로 바른 창
30)칠보단장 녹의홍상(七寶丹粧 綠衣紅裳): 여러 가지 화장을 하고 녹색 저고리와 분홍치마를 입음
31)섬섬옥수(纖纖玉手): 여인의 갸날프고 고은 손
32)완보(緩步): 천천히 걸음
33)백석탄(白石灘): 경북 청송군 안덕면 고와리에 있는 명승지
34)기화요초(琪花瑤草): 아름다운 꽃과 풀
35)폭포성(瀑布聲): 언덕에서 쏟아지는 물소리
36)동정호(洞庭湖): 중국 호남성에 있는 호수
37)소상강(瀟湘江): 중국 호남성에 있는 瀟水와 湘水를 말함(소상팔경
38)저 천강(저 川江): 맑은 강물
39)황조(黃鳥): 꾀꼬리
40)환우성(喚友聲): 친구를 부르는 소리 (새소리
41)포곡새(布穀鳥): 뻐꾸기
42)시화연풍(時和年豊): 태평성대에 풍년이 듦
43)동동촉촉(動動觸觸): 움직이고 닿을 때마다. 즉, 말하고 행동할 때마다
44)악양루(樂陽樓): 중국의 유명한 누각
45)봉접(蜂蝶): 벌과 나비
46)두견성(杜鵑聲): 소쩍새 소리
47)금의공자(錦依公子): 꾀고리
48)화전등(花田登): 고와리 자하산 자락에 위치한 산이름(속칭 꽃밭등). 두견화 군락지
49)운담풍경(雲淡風輕): 구름은 맑고 바람은 가볍게 분다
50)방화차(訪花次): 꽃을 찾아
51)백설청유(白雪凊油): 흰 떡가루와 맑은 기름
52)사각송반(四脚松盤): 네 다리 소나무반상
53)적구충장(適口充腸): 입맛대로 먹어 배를 채우다
54)주렴개: 중국 문장가의 이름
55)금조성(禽鳥聲): 날짐승들의 울음소리
56)부운(浮雲): 뜬 구름
57)악수논정(握手論情): 손잡으며 정을 나누는 의논
58)만수장림 운무(萬樹長林 雲霧): 숲속의 구름과 안개
59)상전벽해(桑田碧海): 뽕나무 밭이 변해 푸른 바다가 됨
60) 양류사(楊柳絲): 버드나무 실가지
61)동정추월(洞庭秋月): 동정호의 가을 달
62)단발초동 농적환(斷髮樵童 籠笛還): 단발머리 초동이 부는 피리 소리가 들려 온다
63)화고(花姑): 꽃神.꽃을 피게하는 여신
-丙戌 正月 염八日 謄書- 碧山 金鎭出 謹撰
* 창작년대
화전가는 저자가(碧山 김진출.저의 선친) 1943년 일본에 강제징용을 2년 갔다 온 이듬해(1946년) 32세 때 생환귀국하여 해방의 기쁨과 새봄에 천자만홍이 피어나는 고향 백석탄 (白石灘)천변에서 화전놀이 즐거움을시절가조(時節歌調): 4 4 4 4 . 4 4 44 음보)시조 형식의 가사체로 저술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