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441
천자문058
동봉
0217빌 공空
0218골 곡谷
0219전할 전傳
0220소리 성聲
공Ball은 둥근 형태입니다
그 공이 축구蹴球공Football이든
농구籠球공Basketball이든
배구排球공Volleyball이든
골프高尔夫공Golfball이거나
야구野球공Baseball이거나
탁구卓球공Tabletennis ball이거나
일반적으로 둥근 모양에
그 속에는 공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아! 탁구를 다른 말로 핑퐁이라 하지요
이 핑퐁ping-pong이란 말은
중국어 핑팡乒乓ping-pang에서 온 말로
탁구공이 '이리 핑 저리 팡'날아다닌다는
의성어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여기에 공 구球자를 덧붙여
핑팡치어우乒乓球pingpangqiu라 하고
이 말이 영어로 표현될 때
핑팡이 핑퐁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리고 골프를 '高尔夫'라 했는데
'고이부'라고 발음하는 것은
서울을 '首尔'라 표기하고
'수이'라 발음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대로 국적불명의 언어가 되겠지요
이때는 중국어로 읽어야 합니다
高尔夫는 '까오알푸'로
首尔는 '써우얼'로 읽어야 합니다
골프가 생긴 역사가 오래되지 않기에
한문은 없고 중국어 표기만 있으니까요
밥을 담아 먹는 작은 그릇이 있습니다
공기空器Bowl라고 부릅니다
밥을 담으면 공깃밥이고 밥공기지요
라이스 보울Rice bowl입니다
그렇다면 발우鉢盂의 '발'이
'보울Bowl'과 비슷한 말이냐고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공식적으로 답을 하긴 어려우나
스포츠 구기 종목의 공과
바리때 곧 발우钵盂의 '발'과
밥공기의 '공기'에 담겨있는 것은
한결같이 공기空氣Air입니다
이들을 떠나 공空을 설명한다는 게
말이 되기도語成說 하고
말이 안 되기도語不成說 합니다
여기 천자문에서의 공空은 어떤 공일까요
이들 구기 종목에서 말하는
공Ball에 들어있는 공
바리때에 들어있는 공
밥공기에 들어있는 공
설마 이들 공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천하 모든 사람들이 다 아니라 하더라도
내 생각에는 같이 비어있음일 뿐입니다
공空은 비어있다는 뜻 외에도 많습니다
1. 없다 2. 헛되다 3. 쓸데없다 4. 쓸쓸하다
5. 공허하다 6. 비게 하다 7. 구멍을 뚫다
8. 통하게 하다 9. 막히다 10. 곤궁하다
1. 구멍 12. 공간 13. 하늘 14. 공중
15. 틈 16. 여가 17. 부질없이 18. 헛되이
여기서 얘기하는 뜻은 빔입니다
텅 빈 골짜기에 메아리가 번지듯
소리가 전달된다는 것인데
비어 있음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비어있음空을
수냐타Sunyata라 하고 있는데
이는 일체개공一切皆空의 원어이지요
사실 불교에서는 빔을 얘기할 때
'빔' 또는 '텅 빔'이라는 우리말보다
공空이라는 말을 즐겨 쓰고 있습니다
'공空'이라 하면 뭔가 철학적이고
뭔가 깊이가 있어 보이는데
빔이라는 우리말은 부족해보이는 듯
그런 느낌을 받곤 합니다
비어 있되 다시 보면 비어있지 않은
이른바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진리
사실 이 말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
진리는 미美=아름답습니다
진리는 선善=순수합니다
진리는 진眞=멋있습니다
멋과 순수와 아름다움이야말로
진리가 가진 가장 소박한 가치입니다
그런데 진공묘유입니다
다른 말로 얘기하면 묘유진공이지요
묘유하기 때문에 진공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진공의 세계는
자연과학 천체물리학에서 얘기하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공기도 산소酸素Oxygen도 없는 곳
수소水素Hydrogen도 없고
헬륨氦气Helium도 없는 게 아닙니다
어떤 원소元素Element도 없는
공집합空集合empty set이 아닙니다
만일 공집합이라고 한다면
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매질이 없습니다
매질이 없다면 소리의 전달만이 아니라
어떠한 생명체도 살 수 없습니다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세계를 두고
진리라 할 수는 없습니다
진리는 가장 소박한 세계입니다
가장 멋지고
가장 순수하고
가장 아름다운 세계이어야 하는데
공기가 없어 생명이 살 수 없다면
이는 소박한 가치의 진리계가 아닙니다
불교에서 진공묘유를 얘기할 때
묘유세계가 함유된 진공이야말로
아름다운 공의 세계입니다
진공眞空이란 물리적으로
아무 것도 없는 공空이 아닙니다
진공의 진眞은 진짜의 '진'이 아니라
묘유를 함유한 공空의 세계가
고스란히 '진리'라는 뜻의 진眞입니다
천자문의 공곡空谷이 비어있나요
공곡, 곧 빈 골짜기에도
나무가 자라고 숲이 있습니다
깎아지른 절벽이 있고
솟아오른 바위가 있습니다
새와 나비들이 지저귀고 날며
풀벌레가 짝을 찾아 바쁘게 움직입니다
빈 골짜기이지만 늪지가 있고
양서류가 조용히 먹이를 기다립니다
빈 골짜기에 길게 울리는 메아리
이 메아리가 울리는 법칙은
이미 다들 알고 계시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여름보다 겨울이 잘 전달되고
흙 산보다 바위 산이 잘 울립니다
소리 물결音波을 흡수하지 않고
반사했을 때 잘 전달되는데
잎이 무성한 여름보다
잎이 다 떨어진 겨울 산골짜기는
흡음이 잘 안 되므로
메아리 전달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단 여기서 '빈 골짜기'라는 표현은
세간살이를 다 뺀 빈 방에서는
소리 물결이 곧바로 벽에 부딪히면서
웅웅거리는 이른 바 에코가 발생하지요
왜냐하면 소리를 내는 사람과
소리 물결을 반사시키는 거리가 가까우면
메아리가 아니라 소음이 됩니다
좋은 말로는 에코지만 실은 소음이거든요
0217빌 공空
빌 공空은 구멍 혈穴 부수에
장인 공工자를 아래에 놓은 글자입니다
구멍이라고 하는 것이 나무에 뚫든
산 밑으로 굴Tunnel을 꿇든
해저 터널Undersea tunnel을 뚫든
뚫어서 구멍이 생겼다면
메우지 않는 한 그 터널 공간은
텅 비어있지 않겠습니까
여기서 나온 표현이 빌 공空입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장인 공工자는 인위적인 뜻이 강합니다
장인 工자는 인위적이지만
구멍 혈穴자는 자연적입니다
갓머리宀 자체가 우주를 뜻하니까요
우주는 인위적이지 않습니다
우주가 생기고 팽창하고
그 속에서 중성자별이 생을 다할 때
블랙 홀Black hole이 만들어지고
이 블랙홀은 또 다른 별들을 집어삼킵니다
이 블랙홀이 인위적인가요
사람의 손길이 아니라면 자연적입니다
공空은 자연적 구멍을 빌렸으나
인위적으로 만든工 것도
비어있을 수 있다 하여 쓰인 글자입니다
0218골 곡谷
엊그제 골 곡谷자에 대해 설명하면서
곡谷자는 여성의 이미지라 했습니다
두 팔上八 두 다리下八에
아래 입 구口자는 여성의 생식기라고요
그런데 이 골짜기를 함축해 표현한 게
바로 사람의 조감도, 곧 얼굴입니다
얼굴 용容자가 사람의 조감도라고요
얼굴 용容자의
갓머리宀는 이마며 머리카락이고
위의 팔八자는 두 눈썹이고
아래 팔八자는 두 눈입니다
그리고 입 구口자는 으레 입입니다
얼굴 용容자는 얼굴의 그림문자이지요
얼굴이 골짜기와 같다는 것은
얼굴에는 실제 움푹 들어간 곳만 아니라
콧등이나 코 끝처럼 솟아오른 곳도 있습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 사람의 삶의 모든 희노애락이
얼굴에 담겨있다는 방증徬證입니다
관상觀相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의 몸 곳곳에 골짜기와 마루가 있는데
마루, 곧 릿지Ridge를 포함한
골짜기, 곧 벨리Valley가 얼굴입니다
따라서 사람의 얼굴에는
그의 삶의 프로젝트가 들어있습니다
얼굴의 표정 훈련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원리 때문입니다
데칼코마니아Decalcomania기법이
같은 공간에서 대칭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아주 천천히 인생의 삶에서
시차를 두고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그의 얼굴 표정과
그의 생각과
그의 언어와 행동이
아! 그의 카르마의 패턴이
삶의 데칼코마니아 기법으로 말입니다
0219전할 전傳
사람 인亻변에 오르지 전專자인데
중간 전달자는 오롯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가령 주는 사람이
잘 익은 5개의 사과 1kg을 주었다면
전하는 사람은 어떤 경우든
숫자와 무게가 그대로이어야 합니다
중간에 슬쩍한다거나 바꿔치기를 한다면
트랜스퍼Transfer의 임무
딜리버Deliver의 임무를 저버린 것입니다
0220소리 성聲
소리는 싸운드Sound로 표현되고
보이스Voice로도 표현되지요
다 아다시피 보이스는 사람의 목소리고
싸운드는 사람 목소리를 포함하여
다른 생명들의 우짖는 소리와
음향 소음 잡음 소란 소식 통지 신호 등
모든 소리를 통틀어 일컫습니다
성殸도 '소리 성'자이고
성声도 '소리 성'자입니다
성殸은 옛 악기 경쇠磬의 본자입니다
경쇠는 옥이나 돌로 만들었는데
조선 최고의 과학자이자 물리학자였던
장영실 선생이 만든 경쇠가
우리나라 궁중음악사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소리의 세 가지 요소는 잘 아시지요?
소리 성聲자에 담긴 뜻을 새기면
경쇠声를 쳐殳서 나는 소리가
귀耳에 들리는 것으로서
음폭의 세고 여림과
음정의 높고 낮음과
음색의 길고 짧음 등을 판단하였습니다
아! 참 그렇구나!
03/16/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