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 대한 한국작가회의의 입장 성명서

[김명]

운동’에 대한 한국작가회의의 입장 성명서(최종).hwp            

 

안녕하십니까.

신임 사무총장 한창훈입니다.

봄이 가까이 왔습니다만 절기의 변화가 전혀 마음에 와 닿지 않습니다. 매일 되풀이되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회원님들께 편지를 드립니다.

우리사회에 거세게 불고 있는 성폭력 고발 미투(Me Too) 운동은 다들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JTBC에서의 고은 시인에 대한 최영미 시인의 고발 인터뷰 또한 그러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윤택 연출가에 대한 연극계의 고발과 사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편지를 쓰고 있는 22일 언론에는 이씨가 ‘사과 리허설’도 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혹시 이씨가 우리 작가회의 회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저부터 그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확인해보니 전혀 활동이 없었고 회비도 내지 않았지만 그의 이름이 떠억 박혀있었습니다

정치사회에 대하여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시간과 열정을 바쳐 싸워온 정신과 행동이 작가회의의 정체성입니다. 그 원칙을 원동력으로 군부독재와 기득권층의 무지와 폭력, 부조리에 대항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인권에 대한 보편타당 상식적인 해결을 위해 싸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 세대마다 넘어야 할 산이 있어왔습니다. 저는 56세입니다. 지금 기성세대죠. 제 앞 세대는 근대화, 산업화가 산이었습니다. 저희 세대는 군부독재 타도와 민주화였습니다. 세대와 세대는 늘 충돌했습니다. 저희 세대가 앞 세대들과의 민주화에 대한 의견 차이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 속에서도 생각이 곧은 분들은 저희의 발언을 들어주었고 위험을 무릅쓰며 이끌어 주었습니다. 지금 작가회의 선생님들과 선배님들이 그런 분들이시죠.

지금 젊은 세대가 넘고 있는 산은 인권입니다. 특히 젠더와 남성권력입니다. 이 흐름을 자연스러운 사회발전의 거대한 물결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성폭력 고발과 문제제기에 대한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과 비난을 들은 것은 사실입니다. 일단 대처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무엇보다 느슨한 시스템이 그런 상황을 만드는 데 일조했습니다. 그 때문에 이 상태 그대로는 비판과 비난을 받기 가장 좋은 위치에 작가회의가 서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우리 작가회의는 지금 우리를 향해 쏟아지는 사회구성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과 능동적인 행동이 필요한 지점에 서있습니다. 그 판단으로 21일 수요일 오후 4시에 집행부 비상대책회의를 가졌습니다. 이사장님을 비롯해 각 분과장 들이었습니다. 명단은 이렇습니다.

(이경자 신현수 고명철 유용주 서영인 김영주 김근 이종민 홍명진 안현미 오창은 김서령 황규관 권민경 양연주 한창훈)

지회 지회장님들, 죄송합니다. 연락을 드려 당장 이사회를 열까도 생각해봤으나 사태가 다급했고, 다들 지방에 계시며, 더군다나 아직 이사회 인선이 마무리 되지 않은 단계인데다가 (공교롭게도 현 시점이 하필 집행부 교체와 인수인계 시기이지 뭡니까) 등기이사들의 새로운 등기 등록 절차까지 남아있어 이사회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뭘 하래도 이렇게 ‘절차’가 벽처럼 가로놓여 있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집행부비상대책회의부터 한 것입니다.

저희는 오랫동안 깊이 있게 토론하였습니다. 젊은작가포럼 젊은 회원들의 절절한 발언을 경청하며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동지애로 뭉쳐 흘러왔던 지난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형국이고 세상이라는 것을, 그러기 때문에 새로운 인식, 새로운 행동, 새로운 시스템의 필요를 절감했습니다.

회의에서 저희들은 이렇게 뜻을 모았습니다. 그 내용은 뒤에 붙인 <최근 성폭력, 미투 운동‘에 대한 한국작가회의의 입장>에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4월에 있을 정기 이사회까지 기다리기는 시간이 너무 멀어 3월 10일에 이사회를 앞당겨 열기로 했습니다. 이 사안 외에도 그동안 제기 되었던 정관개정, 직선제 등에 대해 이번 이사회부터 열림 마음으로 진지하게 토의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이 저의 첫 출근날입니다.

2018년 2월 22일. 사무총장 한창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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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폭력, 미투 운동’에 대한 한국작가회의의 입장

비루한 세상에서 상처받은 모든 존재들의 아픔을 함께 하며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할 문학의 안팎에서 최근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은 한국문학의 뼈아픈 자기비판과 반성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문학과 한국작가회의는 무엇보다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시대의 현실에서 보다 예민한 촉수와 윤리를 통해 젠더 문제와 관련한 문학 안팎의 쟁점들을 기민하게 다루지 못한 것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부터 피해갈 수 없다.

우리는 촛불혁명 이후 한국사회의 구조적 적폐들을 청산하기 위한 노력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동시에 적폐 청산뿐만 아니라 그 적폐들이 구조화되는 과정 속에서 둔감해지거나 무기력해진 건강한 시민의 윤리감각을 회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최근 미투 운동의 흐름에서 드러나듯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남성중심으로 구조화된 권력의 위계 속에서 관성적 ․ 타성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것은 민주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들이 일체의 차별 없이 동등하게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에 역행하는 반민주주의 구조악(構造惡)이자 행태악(行態惡)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작가회의는 다음과 같은 일련의 후속 조치를 취하기로 한다.

하나, 2018년 3월 10일 이사회를 소집하여, 미투 운동 속에서 실명 거론된 고은, 이윤택 회원의 징계안을 상정 및 처리한다.

하나, 2018년 3월 10일 이사회에 ‘윤리위원회’를 두는 것을 제안하고, 성폭력을 비롯 반사회적 일탈 행위를 한 회원에 대하여 신속한 징계 권한을 ‘윤리위원회’에 부여하기로 한다.

하나, ‘평화인권위원회’에 ‘성폭력피해자보호대책팀’(가칭)을 상설 기구로 둠으로써 피해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하나, 한국작가회의는 미투 운동을 계기로 남성문화권력에 대한 준엄한 자기비판과 냉엄한 비판적 성찰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나, 무엇보다 한국작가회의는 이상의 후속 조치를 포함하여, 건강한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노력한다.

한국작가회의

2018년 2월 22일

전화 02-313-1486~7
전송 02-392-1838
주소 (03965)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산로 128, 마포중앙도서관 5층 (사)한국작가회의
홈페이지 www.hanjak.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