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을 걸으며(5-3)
(변산해변∼채석강, 2024년 8월24일∼25일)
瓦也 정유순
하얀 꽃 배롱나무는 이매창의 이화우(梨花雨)인 양 매창공원을 빠져나오는 일행들에게 꽃잎이 휘날린다. 버스는 부안 읍내를 지나 변산 해변으로 속도를 더한다. 부안에는 맛과 풍경, 그리고 풍부한 이야기의 즐거움이 있어 변산삼락’(邊山三樂)이라 불린다. 특히 영조 때 암행어사 박문수는 어염시초(魚鹽柴草 물고기, 소금, 땔나무)가 많아 부모를 봉양하기 좋으니 ‘생거부안(生居扶安)’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부안 변산반도에는 조선 때 배를 만들기 위해 공급하는 질 좋은 소나무가 있어 장흥 천관산, 태안 안면도와 함께 선재봉산(船材封山)으로도 유명했다.
<하얀 꽃 배롱나무>
부안이라는 이름은 조선 태종 16년(1416)에 부령현(扶寧縣)과 보안현(保安縣)을 합쳐 생겨났다. 부안의 지형은 북동쪽으로 동진강을 경계로 김제와 맞닿은 곳은 기름진 평야가 펼쳐지고, 남서쪽으로는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에서 뚝 떠내어 던져놓은 것 같은 산 덩어리들이 툭 불거져 반도를 이루고 서해와 만나 덩실덩실 춤을 추듯 가슴을 활짝 펴고 변산(邊山)을 이룬다. 그 변산 해변 남단(南端)에 있는 송포항에서 채석강까지 향하는데, 서해랑길은 역방향이요 변산마실길로는 정방향이다.
<변산해변>
송포항(松浦港)은 변산해수욕장 서남부에 있으며, 서쪽 암석 지대가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고 북측 방파제가 변산 해변에서 유입되는 모래를 막고 있는 작은 어항이다. 어업 인구는 30여 명, 어선 10여 척이 조업하며 지역 특산물로는 노랑조개, 도다리, 오징어 등이 있다. 작은 어선을 정박해 놓는 항구로, 주로 변산 마실길을 즐기는 사람들이 찾는다. 송포항은 변산 마실길 2코스인 노루목 상사화길의 시작점이다. 봄에는 송포항 앞 야산 언덕에 하얀 샤스타데이지꽃이 만발한다고 한다.
<송포어항>
송포항을 지나 계단을 타고 언덕으로 들어가면 붉노랑상사화가 반긴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붉노랑상사화는 잎이 봄에 먼저 나왔다가 사라진 다음에 꽃대가 올라와 꽃을 피운다. 꽃의 색깔은 연한 노란색이지만 직사광선이 강한 곳에서는 붉은 빛을 띤다. 잎과 꽃이 서로 보고 싶어 사모하지만 만나지 못해 상사화(相思花)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국내의 상사화속 식물은 붉노란상사화, 위도상사화, 진노랑상사화, 백양꽃, 석산(石蒜, 꽃무릇) 등이 있다.
<상사화 군락지>
상사화에 취했다가 몇 구비 오르내리며 운산리 출렁다리를 지나자, 늦잠에서 막 깨어난 청설모가 낯선 나그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다. 발길은 잠시‘고사포와 노리목’해안(海岸)에서 멈춘다. 고사포(鼓絲浦)란 옥녀탄금(玉女彈琴)혈의 풍수지리에서 나온 것으로 “옥녀가 장구치고 거문고를 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리목은 거문고의 중심부인 ‘노루목’같이 생겼다 하여 ‘노래목’으로 불려왔던 곳이다. ‘고사포와 노리목’ 해안은 2㎞에 달하는 송림과 하얀 모래 백사장이 유명하다.
<운산리 출렁다리>
<고사포해변>
고사포해수욕장은 널찍한 주차 공간과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어 캠핑장으로도 유명하다. 소나무 숲에는 유독 더웠던 여름의 마지막을 즐기려는 가족 단위 텐트로 가득하다. 샤워장과 화장실 등 부대 시설이 잘 갖추어진 것 같고, 주변에 펜션 등의 숙박시설도 자리한다. 솔숲 앞으로 평화로운 바다가 펼쳐지니 모든 걸 내려두고 쉬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이곳에서는 여유로운 시간으로 해수욕과 조개잡이를 즐기면 안성맞춤일 것 같다.
<고사포 울창한 소나무>
고사포 앞바다에는 원불교 성지인 하섬이 있다. 하섬은 변산반도국립공원에 속해있는 섬으로 ‘바다에 떠 있는 연꽃 같다’하여 연꽃 하(荷)자를 쓰기도 하고, ‘새우가 웅크리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하여 새우 하(鰕)자를 써 하섬이라고 한다. 섬 안에는 200여 종의 식물이 있고 소나무 숲이 울창하여 솔바람 소리와 솔향이 가득하고, 매월 1일과 15일쯤에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열린다. 현재는 원불교 재단에서 사들여 해상수련원으로 쓰고 있어 수양을 위해 예약한 원불교 신도나 신도와 동행해야 출입 가능하다.
<하섬>
고사포해변에서풀섶을 해치고 들어선 곳이 변산면 격포리에 있는 부안 적벽강이다. 수성당이 있는 용두산(龍頭山)을 돌아 절벽과 암반으로 펼쳐지는 해안선 약 2km(면적 291,042㎡)를 적벽강이라 하는데, 이는 중국의 적벽강만큼 경치가 뛰어나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변산해변의 절경을 빚어내고 있는 적벽강(赤壁江)은 붉은색을 띤 바위와 절벽으로 해안이 이루어져 있어 맑은 물에 붉은색이 영롱하며, 특히 석양 무렵 햇빛을 받아 바위가 진홍색으로 물들 때 장관을 이룬다. 전북특별자치도기념물(1976년 4월 2일)과 명승(2004년 11월 17일)으로 지정되었다.
<적벽강과 용두산>
<적벽강>
적벽강 일대는 선캠브리아기에 속하는 화강암과 편마암을 기반암으로 하고 약 8천만 년 전에서 6천만 년 사이 중생대의 백악기에 퇴적된 셰일(Shale) 또는 혈암(頁岩)과 석회질 셰일, 사석(沙錫, 砂錫), 역석(礫石) 등의 호층(互層)을 이루고 있다. 중생대 말기에 분출한 규장암(珪長岩)이 퇴적층(堆積層)을 뚫고 들어왔고, 단층(斷層)과 습곡(褶曲)이 유난히 발달 되어 있는 구조다.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해안절벽은 해식(海蝕)굴이 발달하였고, 그 앞으로는 썰물 때 모습을 나타내는 바위 바닥은 자연이 빚은 예술이다.
<바닥에 자연이 새긴 적병강>
<바닥에 자연이 새긴 적병강>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바닥에 새겨진 작품 속에서 짧은 꿈을 꾸다가 용두산 정상에 있는 수성당으로 향한다. 수성당(水聖堂)은 이 지방의 해안마을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마을의 공동 신앙 장소로, 건평 4평의 단칸 와당(瓦堂)이다. 이곳은 칠산바다를 관장하는 개양할미와 그녀의 딸 8자매를 함께 모시며 해마다 음력 1월 14일에 당산제를 지낸다. 개양할미는 키가 매우 커서 나막신을 신고 서해를 걸어 다니며 수심이 깊은 곳은 메우고, 풍랑을 다스려 어부들이나 이곳을 지나는 선박들을 보호하는 바다의 신이다.
<수성당>
그래서 부안 앞바다의 깊이는 ‘개양할미 버선목’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 격포 마을에서는 3색의 과실과 술, 과일, 포 등의 간단한 제물을 차려 놓고 풍어(豊漁)와 무사고를 비는 제사를 올린다. 1992년 발굴 조사에서 3세기 후반에서 7세기 전반의 백제, 가야, 통일신라부터 조선을 비롯해 고대 중국과 일본에서 만들어진 유물이 출토되었다. 이 유물을 통해 이곳에서 중국, 일본 등 외국 사람들도 제사에 참여하고 제사가 끝나면 제기를 포함한 각종 물품을 땅에 묻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수성당 내부>
수성당의 상량(上樑)에 ‘崇禎紀元後四甲子朝鮮純祖四年, 1804 六月’이라는 기록으로 보아 1850년(철종 원년) 이전부터 신당이 있었음을 알 수 있고, 1864년(고종 원년)에 3차로 중수한 것으로 보이며, 1940년에 4차로 중수하였다. 옛 원형은 찾아볼 수 없고, 지금의 신당은 1973년에 중건한 것이다. 이 수성당 주변은 성스러운 곳으로 함부로 접근이 금지되었으며, 절벽 주변에는 동백나무와 시누대가 무성하다. 1960년대 초까지 개양할미의 영정이 있었는데, 외부인의 출입이 많아지면서 없어졌다고 한다.
<용두산 정상의 해식굴>
<시누대 숲>
수성당에서 되돌아 나오면 남쪽으로 죽막마을 후박나무 군락지가 보인다. 이곳의 13그루 후박나무가 천연기념물(제123호)로 지정된 것은 자생지로는 북방한계선이기 때문이다. 높이 20m 정도로 자라며 수피는 갈색으로 껍질눈이 있으며 어린 가지는 녹색을 띤다. 표면은 녹색이고 질이 두꺼우며 양면에 털이 없다. 꽃은 양성화로 5~6월에 잎겨드랑이에 황록색의 꽃이 핀다. 한국이 원산지로 울릉도와 남부 지방의 바닷가에서 자라는 상록활엽교목이다. 추위에 약한 편이지만 비옥한 해안지방에서 잘 자란다.
<후박나무>
물이 빠져야 접근할 수 있는 닭이봉 아래 채석강을 보기 위해 서해랑길을 역(逆)으로 짚어 왔다. 변산반도 맨 서쪽에 있는 해식절벽(海蝕絶壁)인 채석강(彩石江)은 그 형상이 수 만권의 책을 쌓아 놓은 모습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지만, 당나라 이태백이 배 위에서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비슷하여 붙여졌다고도 한다. 옛 수군(水軍)의 근거지이며 조선시대에는 전라우수영(全羅右水營) 관하의 격포진(格浦鎭)이 있던 곳이다. 채석강의 면적은 12만 7372㎡다.
<채석강>
<채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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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을 걸으며(5-3)
서해랑길을 걸으며(5-3) (변산해변∼채석강, 2024년 8월24일∼25일) 瓦也 정유순 하얀 꽃 배롱나무는 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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