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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100세 기부왕’의 못 이룬 노벨상 꿈
조선일보
강경희 논설위원
입력 2023.09.14. 22:04업데이트 2023.09.15. 00:52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3/09/14/NYUQXUQWCJCQBDJVM4EOYRSX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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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 /조선일보 DB
13일 별세한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이 임종 직전 남긴 말이 “관정 장학생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는 걸 보지 못해 아쉽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회장은 평생 모은 재산 1조7000억원을 자신이 설립한 장학재단에 출연한 ‘기부왕’이었다.
▶1923년 경남 의령군 태생의 이 회장은 마산중학교 시절 일본인 학생들 틈에서 일제 지배를 경험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호기롭게 일본 메이지대 유학길에 올랐지만 일본 유학은 순탄치 않았다. 1944년 대학 2년을 수료하자마자 학병으로 끌려가 사선(死線)을 넘었다. 귀국 후 사업차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나라의 흥망성쇠가 과학기술에 달렸음을 절감했다.
▶이 회장이 사재를 털어 2000년 설립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은 아시아 최대 규모 장학재단이다. 장학생의 80%를 과학 분야 인재 선발에 집중했다. 이 회장은 자서전에서 “의대, 법대, 상경대학생을 외면하고 이공계 학생 중심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이유는 개인의 명예와 이익,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보다는 우리나라 국민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과학 기술을 연구하는 이공계가 더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일본보다 노벨상을 더 많이 받는 나라가 될 때 가슴속 응어리가 풀리지 않겠나”라고도 했다. 지금까지 배출된 장학생이 1만2000명, 박사 학위를 받은 장학생이 750여 명이다.
일러스트=이철원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과학 분야 노벨상(생리의학상·물리학상·화학상) 수상자 79명을 분석했더니 이들이 노벨상 연구 업적을 쌓는 데까지 평균 19.1년 걸렸다. 수상자 연령은 평균 69.1세였다. 201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배리 배리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61세 때 시작한 연구로 81세에 상을 받았다. 2019년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인 존 구디너프 미국 텍사스대 교수는 97세에 사상 최고령자로 수상했다. 과학 분야 노벨상은 시간이 충분히 지나 검증된 연구 업적에 주어진다. 그래서 2000년 이후 수상자 대부분이 1990년대 이전의 성과를 기초로 한다. 그만큼 기초과학 연구에는 축적의 시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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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초과학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20년 남짓하다. 관정 장학생이 배출된 역사도 비슷하다. “관정 장학생이 노벨상 수상자가 되기를 바란다”는 ‘100세 기부왕’의 꿈이 그의 생전에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그의 뜻을 꾸준히 이어갈 수만 있다면 언젠가 실현될 날도 올 것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自由
2023.09.15 00:36:45
조금만 더 살으셨으면 보실수도 있었을텐데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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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
2023.09.15 03:28:32
이런게 바로 애국보은이라 말할수 있다....기업으로 벌은돈을 가치있게 쓴 멋지고 훌륭한 분이다....반드시 그뜻이 노벨상으로 보답하는 과학장학생이 나올 것이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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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3.09.15 05:32:38
삼영화학 이종환 회장은 국가의 보물이요 선구자다. 이런 위인이 많아야 나라가 발전한다. 기업 보국과 인재 양성을 실천한 선견지명의 인물이다. 뜨거운 마음으로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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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아제
2023.09.15 06:17:07
존경하옴니다 관정회장님....이제 편히쉬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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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2023.09.15 04:36:51
곰곰히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 교육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대학입시만을 위해 정답을 고르는 주입식 교육, 영재들이 이공계보다는 의대. 법대를 선호하는 한 노벨상은 요원하다. 언젠가는 배출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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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자유
2023.09.15 08:20:39
고인의 아름다운 기부에 대해 폄하할 생?B은 추호도 없다. 다만, 기자가 일제시대를 보는 역사의 눈은 과연 사실에 근거를 뒀는가 하는 물음을 제기한다. 고인이 일본에 명문대 유학하고, 학병으로 '끌려갔다'는 대목이다. 끌려갔다는 이미지는 마치 노예사냥 당하는 아프리카 흑인들을 연상 시키게 한다. 4년 전에 발간된 '반일종족주의를 읽어 보라. 학병,위안부, 징용공..등에 씌운 그런 프레임 은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국뽕으로 만든 교과서, 소설, 영화 그리고 언론 등이 독자들을 국뽕 중독으로 빠지게 한다. 사실로 역사를 보고 기록하자. 당시 군장교가 되는 건 조선 청년들의 로망이었다.그러기에 지원 경쟁률도 매우 높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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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st
2023.09.15 07:57:02
기업의 가치가 이렇다. 돈많이 벌어 이렇게 쓰는것이다. 초과이익분을 따지는 정치권은 이해못한다. 초과이익 뿐아니라 더욱더 많이벌어 인재를 길러야한다. 스포츠도 돈싸움이다. 밑바탕에 투자없이 유명선수가 나올수있나? 그걸 색안경을 쓰고 보는 이 좌파들은 절대 이해못할일이다. 그 훌륭한분이 의령출신이었구나.. 진주와 의령사이에 뭐가있나? 경제대통령분들이 여기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