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구단주인 이재명 시장 이야기가 언론에서 사라졌다. 이재명 시장도 이미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성공했고, 팀도 잔류에 성공했으니 프로축구연맹과 나쁜 관계를 계속 유지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연맹만 이미지를 구기고 어느 정도 사건이 마무리된 것 같다. 그런데 이제 다른 팀의 구단주가 축구계와 축구팬들의 마음을 심난하게 하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시자 겸 경남FC 구단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경남FC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한 후에 팀 해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발언을 한 것이다. 이재명 성남 구단주가 구설수에 올랐을 때, 홍준표 경남FC 구단주가 뜬금없는 상황에서 경남FC 운영비를 언급하면서 축구는 6일 내내 하지 않아서 야구처럼 인기가 없다는 등 이야기를 한다 싶었다. 아마도 경남FC 해체를 말하기 위해 복선을 깐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경남FC가 이렇게도 쉽게 해체되는 것은 옳지 않다. 경남FC가 대기업 오너의 한 마디에 좌지우지 되는 클럽이 아니고, 도민들이 함께 만들어진 클럽이기 때문이다.
1. 도민구단의 정체성. 수익과 도민 복지.
홍준표 도지사가 지적한 것처럼 팀이 재정적으로 건전하지 못하다는 것은 분명한 문제이다. 팀의 성적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고 운영에 필요한 돈도 적은 것이 아니다. 도정을 운영하는 모든 예산이 정말 철저하게 쓰이고 있는가는 별개로 하더라도, 경남FC의 140억의 운영비가 적은 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경남FC가 예산을 허투루 쓰고 있다면 ‘도민’ 구단의 구단주로서, 그리고 도지사로서 가만히 있지 않아야 한다. 최근 홍준표 지사는 경남도청 산하 공기업의 부채를 탕감하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경남FC의 해체 논의 역시 이런 정책의 흐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수익을 못 올리는 ‘팀’은 해체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오히려 ‘기업 구단’에게 어울리는 방식이다. K리그보다도 훨씬 많은 관중 몰이를 하고 있는 야구 구단들 역시 기업의 지원 없이는 팀을 운영할 수 없다고 하니 K리그 구단들이 예외일리는 없다 . 즉, 기업구단들이라고 해도 재정적으로 자립한 구단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광고효과가 떨어지고 팀이 적자만 내는 상황이라 기업의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면, 기업에서 구단 매각에 나서기도 하고 해체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도민 구단들은 기업 구단과 같은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시/도민 구단은 ‘공공재’와 ‘복지’의 성격을 띠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 논리에 따르자면 적자 경영을 면치 못하는 상태라고 해야겠지만, 애초부터 수익을 내기 위한 ‘기업’과는 역할이 다르기에 경남FC가 팀 설립 당시의 목적에 부합하는 역할을 아예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기엔 지역의 정체성 확보, 지역 사회의 통합, 지역의 오락 문화 제공, 유소년팀 운영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등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복지는 효율성의 측면에서만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경남FC가 존재함으로 해서 분명히 ‘혜택’을 입는 이들이 있고, 더 많은 도민들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다.
현재의 성적이 좋지 못하다고 해서 혹은 수익을 내지 못한다고 해서 무작정 해체할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경남FC의 운영을 어떻게 쇄신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볼 시점이다. 일본의 대표적 인기구단인 우라와 레즈는 오히려 2부리그로 강등된 후 관중수가 증가했다고 한다. 팀이 위기에 빠지자 팬들이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경남FC 역시 ‘강등’이라고 하는 위기를 맞았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도민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고, 진정 경상남도를 대표하는 구단으로 지역민들의 자부심이 될 수 있다. LG세이커스와 NC다이노스가 프로구단으로 경남에 위치하고 있지만 ‘경남’이란 이름을 내건 팀은 경남FC 뿐이다. 그리고 기업이 운영하는 팀과 달리 ‘도’에서 운영하는 팀이 경남도민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2. ‘도민주주’와 ‘도민구단’ – 절차의 문제
우선 경남FC라는 팀은 ‘도민’ 구단이다. 팀이 만들어진 2005년에 도민들의 공모를 받아서 현재 팀 지분의 약 40퍼센트를 도민들이 갖고 있다. 이에 반해 구단주인 홍준표 도지사는 4년이란 임기를 가진 구단주이다. 앞으로 약 3년 6개월의 긴 임기가 남아있다고는 해도, 그는 ‘임시’로 팀을 맡고 있는 구단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팀을 ‘설립’한 적도 ‘인수’한 적도 없다. 그는 도지사로 당선되어 자연스럽게 구단주의 지위를 얻게 되었을 뿐이다. 도민공모주를 제외한 나머지 60퍼센트를 경남도청 산하 경남체육회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법적인 면을 고려하자면 경남도청이 팀을 해체하겠다고 나서면 그것을 막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팀의 설립에 앞장섰던 약 4만명의 도민을 무시하고 ‘당선되어 나타난’ 구단주가 독단적으로 팀의 해체를 논하는 것은 적절해보이지 않는다.
홍준표 구단주는 ‘투표’라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도를 대표하는 도지사가 되었다. 중앙 정계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정치인으로서 그는 누구보다 ‘민주적 절차’에 대한 이해가 높을 것이라 믿는다. 경남FC의 모든 팬들 혹은 4만명 가까이 되는 도민 주주들과 일일이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들의 대표와는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 경남FC 서포터즈연합회 박성진(32) 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남도청이 대주주라고는 하지만 지분의 상당 부분은 도민들 것이다. 경남FC는 홍 지사 개인의 결정으로 해체될 수 있는 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도민들 중 분명히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는 이들이 있는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개인적 판단에 따라 해치워 버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분을 가진 도민들이 직접 연관되어 있기에 경남도청 산하의 다른 공기업들의 구조조정과는 다른 문제라는 이야기이다.
3, 축구계를 위해서도 해체는 NO.
경남FC는 FA컵에서 2회 준우승 하는 등 시민 구단 가운데는 좋은 성적을 낸 팀이다. 경남FC에서의 활약으로 국가대표에 뽑힌 이들도 적지 않다. 김주영, 윤일록, 이용래, 윤빛가람 등이 경남에서의 활약을 기반으로 이름을 알리고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다. 특히 조광래 감독이 이끌던 시절의 경남은 아기자기한 축구를 앞세워 성적과 동시에 인기도 잡았던 팀이다. 불과 탄생한지 10년이 되었지만, 이제는 K리그에 없어서는 안 될 팀이다. K리그의 역사의 한 축을 이뤘던 팀이 이렇게 도지사의 한마디로 없어진다는 것은 축구계에도 큰 손실이다.
시민구단들이 언제나 선두권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K리그의 구성원으로서 리그를 흥미롭게 하고 신인 선수들에게는 출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점을 생각해보면 한국 축구에 기여하는 바가 무척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형적으로 ‘국가대표팀’과 ‘월드컵’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다. 국가대표팀의 강화를 위해선 K리그가 우선 튼튼해져야 한다. 현재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선수들은 모두 K리그를 거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독일에서 프로선수로서 생활을 시작한 손흥민 역시 서울의 유소년팀을 거쳤다. K리그를 튼튼히 하는 시민구단의 존재는 한국 축구 발전에 꼭 필요하다.
특히 경남FC가 사라지고 나면 다시 경남을 대표하는 팀이 나타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팀의 창단은 우리가 누누이 지켜보았듯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부천FC가 창단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새로운 예산 확보에 대해 부천시에서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부족한 예산이나마 책정되어 있기에 팀이 유지될 순 있지만, 새로이 팀을 창단한다는 것은 아예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많은 시/도민 구단이 경남FC와 같은 고민과 어려움을 갖고 있기에 다른 시/도민 구단에게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겨줄 수 있다. 경남 지역의 축구 팬들, 경남FC의 선수수와 유소년 선수들, 경남지역의 축구 는 물론 대한민국 축구 전체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너무도 쉽게 팀의 해체를 이야기하는 홍준표 경남도지사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미생’에서 ‘최 전무’는 ‘천 과장’에게 풍치를 어떻게 해야 좋겠냐고 묻는다. 아프고 걸리적거리니 뽑아야 하는지 아니면 그대로 두어야 하는지. 지금 홍준표 도지사에게 경남FC는 예산을 잡아먹는 ‘풍치’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뽑아버린다면 당장은 시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빠진 이를 다시 심으려면 더 고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남FC는 구단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평균관중이 1만명 정도를 기록한 적도 있었고, 2010년에는 25000명 이상의 관중을 모으면서 최대관중 기록을 세우기도 했었다. 당시 경기력도 훌륭했다. 경남FC 절대 인기가 없는 꼴찌 구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남FC를 어떻게 해서 다시 인기구단으로 만들어낼지, 공공재로서의 도민구단을 어떻게 운영해야 도민들에게 도움이 될지를 우선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책임감 있는 ‘구단주’로서의 모습이고 도민들을 생각하는 ‘도지사’의 모습이다. 팀 해체 결사반대를 외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수익의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이고, 또 많은 당사자들이 있기에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준표 도지사는 경남FC를 손익의 '숫자'로만 이해했지는 모르겠으나, 경남FC가 가진 가치 전부가 '숫자'로 표시되는 것은 아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경남FC의 강등과 구단 해체 논란이 그들에게 좋은 약이 되어 K리그에서 높이 비상하여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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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해체 삼가하고 예산 적은 편성으로 다시 시작할것 그리고 창원에서 많이 하지 말구 경상남도 마땅한데서 2번씩 순회활동을...
이 문제는 서포터들보다 4만 명이나 된다는 도민주주들이 들고일어나야 할 것 같은데... 그분들이 너무 조용한 것 같네요. 홍 지사보다 주주들을 설득하는 게 최우선 아닌가요?
주주들 중에 분명히 이제 잊고 지내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글에 나온 회장님도 도민주주신 건 마찬가지고요. 게다가 법적으론 주주들 없이 해체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