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또와 나
김져니 지음
[그 겨울]
10년 전, 해리와 폴라리또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아니, 그건 우연보다 조금 더 특별한 일이었다.
(32)마드렝 씨와 빨간 자전거 - 김져니
해리는 세탁물에서 찾는 지폐들을 모아 중고 자전거 한 대
정도는 거뜬히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왔었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다. 농담반 진담반, 바지 주머
니에서 나오는 지폐들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지갑 속
이 꽤나 두둑해진 것이었다.
해리와 폴라리또가 살던 거리에는 주로 식당과 카페들이
있었고, 그 거리 끝 모통이에는 너무 작아서 아는 사람이 거
의 없는 자전거 가게가 하나 있었다. 해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 가게를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자전거에 대한 남다른 애정
을 가진 가게 주인 마드렝 씨 때문이다.
그 애정은 마드렝 씨가 매일 아침마다 치르는 정숙한 의식
에서 알 수 있었다. 가게에 손님이 오는 일은 매우 드물었지
만, 그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마다 자전거를 손수 닦았
다. 폐달을 손으로 돌리며 체인을 검수하고, 타이어의 기압을
확인하는 일종의 마드렝 씨만의 의식을 치렀다. 그리고 나면,
가게로 들어가 커피 같은 것이 든 머그컵을 들고 나와 가게
앞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이 시간대는 주로 해리가 사무실로
나가는 시간과 얼추 비슷하여, 해리는 마드렝 씨와 자주 눈인
사를 한 적이 있다.
지폐가 두둑히 모인 지갑을 주머니에 넣으며, 해리는 드디
어 마드렝 씨와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레
었다. 분명, 폴라리또 역시 마드렝 씨를 좋아할 거라는 확신
도 들었다.
「 마드렝 씨, 좋은 아침에요! 중고 저전거도 혹시 판매 하
시나 해서 왔어요. 돈을 조금 모아뒀거든요.」
마드렝 씨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가게로 들어갔다. 그리고
는 빨간색 자전거를 한 대를 끌고 나왔다.
「 판매하기에는 조금 오래된 자전거에요. 선물로 드릴게요.
두 분이 타실 수 있게 뒤에 안장을 하나 더 달아드릴게요. 안
장 값만 내세요.」
마드렝 씨는 자전거에 달 부품들을 찾으러 다시 가게로 들
어갔다. 폴라리또는 마드렝 씨가 들어가자마자 입을 열었다.
「내가 보기에 저분은 정말로 자전거를 사랑하시는 것 같
아, 그렇기 때문에 이 자전거에 값을 메길 수 없는 거야. 」
해리는 아직까지도 마드렝 씨의 빨간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
언젠가 마드렝 씨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의 빨간 자전
거를 얼마나 소중히 타고 다녔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 마드렝 씨의 아침
마드렝 씨는 매일 아침 기게 문을 열었다. 마드렝씨는 그의 할아버
지와 아버지의 뜻을 잇기 위해 자전거를 물려받아 삼대에 걸쳐 이
어오고 있었다. 마드렝 씨의 가족 중에는 사이클 선수도 있었고,
외발자전거 묘기를 부리는 서커스 단원도 있었으며, 자전거 오래
타기 기네스 기록을 보유한 분도 있었다. 해리는 마드렝 씨도 역시
젊은 시절 자전거를 타고 어떤 특이한 일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첫댓글 좋은글 다녀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