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1주일 휴가를 받았다.
휴가 1일차(7/29)
부산에서 손주들이 할애비 보러 온다고 하여
이른 아침부터 5일장(이곳 장날은 4일과 9일)에 들러
손주들이 좋아하는
해산물(문어, 바다고둥, 멍개, 해삼, 생선 등)을 구입하여
오후 5시부터 마당에 퍼질러 앉아
할애비가 구입한 해군과 딸이 갖고 온 육군 고기들을 구워 먹었다
휴가 2일 차(7/30)
이웃하고 있는 영암 기찬랜드 물놀이장에서
손주들을 튜브에 태워 이리 당기고 저리 당기다 보니
1시간도 채 안되어 체력이 고갈되어 자식에게 바통을 넘겨주었다.
점심시간 때 영암에서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이 가져다준
기찬면옥의 포장 비빔냉면과 물냉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간식으로 통닭과 빵 음료수까지 가져다주어
동료들이 자식들에게 가난한 애비의 체면을 살려주어 뿌듯하였다.
휴가 3일 차(7/31)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제15회 장흥 물놀이 축제에 갔었다.
비 때문에 사람들이 많질 않을 것이라 기대를 하였는데
전국에서 온 관광객과 자매결연 지방자치에서 온 주민들
특히 외국인이 많이 와서 YTN에서는 외국인 인터뷰를 많이 하였으며
간이풀장에서 노는 손주들은 50cm 크기의 물총으로
밖에서 지키는 할애비의 눈. 코. 입 귓구멍에 사정없이 물총질을 해대는데 싫지 않았다.
휴가 4일 차(8/1)
완도군 신지도의 명사십리 해수욕장에 갈 계획이었는데
아침부터 빗줄기가 강해 보성군 율포해수욕장에 있는 해수녹차탕 온천엘 갔다.
할애비의 얄팍한 생각은 온천에 가면 편할 줄 알았는데
웬걸 손주들 등에 태워 물속으로 잠수 5m 10m를 하다 보니
손주들과 야외 물놀이하는 것보다 더 힘이 들어 녹초가 되어 버렸다.
휴가 5일 차(8/2)
간간이 내리는 비 때문에 물놀이 가는 것을 포기하고
청자박물관. 다산박물관. 사의제. 영랑생가. 생태공원을 구경하고
잠심은 마량항에 있는 단골 횟집에서 하모 구이와 하모회를 먹었다.
저녁은 손주들과 이곳에서 마지막 날이기에
지인에게 소개받아 한우고깃집엘 갔었는데 아뿔싸 할애비가 실수를 했다.
메뉴판을 보니 3인분에 42,000원이라 적혀 있어 6명이 10인분을 먹었다.
계산을 하려고 하니 고깃값 밥값 음료수 값 합하여 460,000원을 청구하여
고깃집 사장에게 계산이 잘못되었다고 하니
"아버님! 3인분에 42,000원이 아니고
1인분에 42,000원이며 3인분 이상 주문하라는 내용이 메뉴판에 적혀 있습니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처음으로 고깃집에 가 본 촌할배가 고깃값 때문에 낭패를 본 날이다.
휴가 6일 차(8/3)
자식들 차에 얹혀 경상남도 양산에 있는 부모님 산소에 벌초를 갔다.
부모님께 자주 찾아오지 못하는 불효자식 용서해 달라고 엎드려 있는데
왼쪽 눈썹이 뜨끔하여 놀라서 일어나니 잔디에 숨어 있던 벌레가 도망을 가 버린다.
순간적으로 가려워 긁기만 하면서 별일 아니다 하고 고속버스 편으로 이곳으로 오는데
눈덩이가 계속 가려워서 긁기만 하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피곤하여 잠을 잤다.
휴가 7일 차(8/4) 휴가 마지막 날
20여 점 키우고 있는 분재에 물 주기 위해 6시에 일어나니까
오른쪽 눈은 말짱하고 왼쪽 눈은 퉁퉁 부어 있어 앞이 보이질 않는다.
거리 초점을 못 맞추고 왼쪽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 움직이기 싫다
배꼽시계의 알람도 귀찮아 종일토록 굶으니 성한 오른쪽 눈은 더 들어가고
자리에 누워 얼음찜질을 하며 두 눈을 감고 있으니 영락없이 심봉사가 된 기분이다.
이럴 땐 뺑덕어미라도 함께 있으면 엄살 부려 배꼽시계 알람을 종료시킬 수 있는데.......
아니야! 아니야!
뺑덕어멈이 내 사는 모습을 보면 알거지인 것을 알고 일언반구도 없이 떠나 버렸겠지.
휴가를 보내면서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한 여름휴가를 보낸 것 같다.
7월 초순 자식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여름휴가는 묻지도 따지지 말고 시골집에서 함께 보내자고 했더니
대답이 시큰둥하여 애비의 처지를 강하게 어필하며 마지막 부탁이라고 애원을 하였다.
그동안 자식들과 길고 깊은 시간 가져 본 적 없고
더군다나 손주들에게 할애비의 참모습을 못 보여 준 것 같아
시골로 숨어 들어온 나의 아지터에서 애비로서 할애비로서
그동안 못해주었던 한을 풀고 싶다고 설득을 하니 오케이 사인을 하였다.
6일 동안 함께하면서 첫날 저녁과 5일간의 아침은
시골집에서 내가 직접 요리를 하고 밥을 지어 자식들은 물 한 방울 못 만지게 하였다.
나머지 끼니들은 주변 맛집을 찾아다니며 후하게 대접을 하였다.
강진만 한정식. 독천의 갈낙탕. 장흥의 민물장어. 병영 서가네의 연탄불고기.
마량의 하모회. 읍내 금두꺼비의 한우구이. 고금도 초입에 있는 중국집의 중화요리.
군동의 황칠 오리구이와 백숙. 장터의 보리밥집.
아이들과 함께 첫 아침을 먹을 때
아들늠이 "어릴 때 아빠가 해주시던 볶음밥이 맛있었다"라고 고백을 한다.
나의 기억 한편에 남아 있지도 않은 볶음밥 기억을 들추어 내니
내가 볶음밥을 만들어 준 적 있나? 기억을 못 하는 나의 늙음이 슬프기만 하다.
휴가기간 동안 반 달치 봉급이 사라졌다.
자식들에게 휴가비용 한 푼도 사용 못하도록 엄포를 놓았기에
휴가비용 전액은 못난 애비가 부담을 하고
자식들이 부담한 금액은 휘발유값이 전부이다.
내가 휴가비 전액을 부담한 이유는
밀양에서 애비가 할머니를 모신다는 핑계로
자식과 손주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던
그 시절의 죄스러움을 조금이라도 보상해주고 싶어
이번 휴가만큼은 애비 마음대로 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나의 조그만 소망을 이루고 보니
이게 왠 날벼락인가? 눈탱이 밤탱이가 되었으니........
자식과 손주랑 헤어진 후 추한 모습이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휴가 여행 중에 눈탱이 밤탱이가 되었으면 즐거운 휴가가 되질 못하였을 것이다.
어제 출근을 하면서
25분 걸리는 거리를 한쪽 눈으로 안전운전을 하다 보니 50분이나 걸렸으며
안과 치료 후 지금은 부기가 거의 다 빠져 이렇게 자판을 두들기고 있습니다.
첫댓글
즐겁던 휴가는 지나가 버리고
눈이 부어서 큰일 났네요.
지금은 부기가 빠졌다 하시니
손자들과 행복했던 시간 생각하면
별 것 아닌 게 되었네요.
꽃뱀보다 더 악질인 버러지가
샘이 났나 봅니다.
꽃뱀을 만났으면, 큰일 난 것 아닌가요.
여름 휴가 잘 보내셨으니
눈도 빨리 회복 되시기를 바랍니다.
행복한 할배 입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네요~~^^
해프닝에
웃음이 납니다.
이곳 합덕에도
1인분 4-5만 원 해요
순진하시군요
오늘
주말이라
마을 사람들하고
토종닭 세 마리 잡아
한 마리는 볶음
두 마리는 녹두 백숙
잔치했습니다
좀 지혜롭게 사세요. ㅎ
뜻한대로 얻은 즐거움이 크니
버러지의 횡포쯤이야
애교로 치부 하시지요!
그 즐거움 자주자주 느끼며 사시길...
나이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는 명언(?)이
있는데요. 지혜롭고 현명하게 사시네요.
개인적으로 무남독녀 외동딸이 다음 달에 손녀를 낳는다고해요. 이제 막 할미(전혀 감은 안오지만 암튼)
입문이거든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어머나 ~
나무랑님 축하드려요.
할머니 닮아서 천사같은 마음을 가진
어여쁜 손녀가 태어나겠네요. ^^
손자들에게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주셨네요.
뿌듯하다는 말은 이런 때 쓰는 것이겠지요.
한우 고기값 때문에 낭패보시긴 했지만
손주들에게
여름휴가 잘해 주셨네요.
눈 상처 조속히
회복 되시길 바랍니다.
손자들과 함께 휴가를 즐겁게 보내시고
눈도 완쾌되었다니 다행입니다.
힘든 일을 느끈하게 ,수월하게
하십니다.
수발 드는 것 만큼 고된 것도 없는데
말이지요.ㅎㅎ
보슬비님을
존경해야겠습니다.^^
그래도 잊지못할 휴가였네요
가족들과 줄거운 여름휴가를
보내셨네요.
특히나 손주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더 즐겁지요.
잔디곧에 숨어있던 벌레한테 쏘인
것 같으네요.
얼른 화복되시기 바랍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