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그만하면 됐다. 더나가면 추하다

<img src="https://t1.daumcdn.net/cfile/cafe/22271A38530DDE7431" class="txc-image" style="FLOAT: none; CLEAR: none" actualwidth="700" data-filename="20140226124607256.jpg" exif="{}" border="0" hspace="1" vspace="1" width="700" id="A_22271A38530DDE7431727D"/>     친구에게서 카톡으로 긴 문장의 글이 날아들었다 내용인 즉, 이번 피겨에서 금메달을 탄 소트니코바에 대한 유머 섞인 비방의 글이었다 순간, 화가 나기도 하고 허탈해지기도 했다.   잠시 멈춰 생각해보자 김연아, 그는 분명 우리에게 커다란 기쁨을 준 선수임에 틀림없다 빙상에 선 다른 피겨 선수들의 모습은 그냥 스포츠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연아가 빙상에 서면 느낌이 달랐다 가만히 있어도 그에게서 뿜어져나오는 존재감, 스포츠가 아니라 잘 만들어진 하나의 무용작품을 보는 것 같아, 보는 나도 황홀했다.   그러나 요즘 언론이나 떠도는 글들을 보면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는 기분이 든다 어제, 소트니코바의 피겨 갈라쇼를 인터넷을 통해 봤다 갈라쇼를 중계하고 있는 아나운서의 멘트가 걸작이다 긴 막대에 천을 달고 나온 그녀의 모습을 보고 아나운서가 처음으로 한 멘트는 “많이 준비를 했네요” 였다 그런데 공연 도중 그녀가 실수를 했다 아나운서가 다른 멘트를 날린다 “저런 건 왜 갖고 나와” 순간, 얼굴이 화끈거린다 지상파 방송에서 아나운서가 할 수 있는 멘트인가 뒷담화로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도 아닌 방송이다 우리의 수준이 저 정도인가 싶었다   좀 더 솔직히 들여다보자 우린 편파판정에서 자유로운가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을 기억해보자 그 때 우리가 저지른 홈그라운드의 텃세는 세계 언론의 빈축을 샀고 그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자국민이면서도 그런 우리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러시아의 편파판정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과거 부끄러운 모습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평창에선 더 이상 그런 부끄러운 모습을 되풀이 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스포츠는 하나의 이벤트고 축제다 그 자체로 즐기면 그만이다 거기에 애국이니 민족이니 이런 것들을 끼어 넣지 않고 그냥 축체로 다함께 즐기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금, 은, 동메달로 국가의 순위를 매기는 것도 좀 우습다 순위를 매기는 것도 우습지만 그 기준이 과연 정당한가   이해인 수녀님이 연아에게 쓴 시 중에 그런 글귀가 있었다 ‘온 국민의 희망도 춤을 추었지’ 우리 나라가 연아 하나 때문에 희망에 춤 추는 그런 국가인가 세계인이 알지 못하는 저 어디쯤에 있는 빈민국인가 연아로 인해 우리 나라가 세계인에게 알려지는 그런 위치인가 아니다 순위 안에 드는 세계 강대국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소치에 묻힌 관심을 기울여야할 일들이 산적해있다     사회심리학 용어로 ‘긍정적 가치의 확립 현상’이라는 단어가 있다  강준만은 그의 책 "감정 독재"에서 이것을 패거리 문화라고 했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자기상을 지니고 싶어 하며, 자기상의 일부분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의해서 구성되기 때문에, 자기 집단을 무조건 긍정적인 것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 계층이 낮을수록 자존감이 낮은 집단일수록 자신이 속한 집단과 자신을 동일시 함으로써 자신의 자존감을 고양시키고 싶은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나찌즘이다   난 왜 이번 연아사건을 보면서 이 단어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연아의 영광은 연아 개인의 영광이다 물론 그가 우리나라 국민이라는 것은 기쁘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스포츠에서 금메달 하나 더 땄다고 우리 나라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니다 그냥 잠시 기쁠 뿐이다 이왕 벌이는 축제, 거기서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기쁘다 거기 까지다.   또한 소트니코바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그 아이가 심판들하고 작당하고 편파판정을 내린 것이 아니다 그런 편파판정을 내린 어른들이 문제지, 그 일에 대해 그 아이가 무슨 책임이 있는가 어찌 보면 그도 피해자이다 어린애 가지고 금메달에 눈이 먼 어른들이 파렴치한 것이다   피겨국가대표 연아와 자연인 연아를 좀 구별할 필요도 있다 얼마전 황교수가 연아의 교생실습 문제를 거론한 것과 연아가 술광고를 한 것이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었고 거기에 대해 적잖은 국민들의 비난이 있었다 지금 연아가 갈채를 받고 있는 것은 피겨국가대표 연아지 자연인 연아가 아니다 빛이 강하면 어둠이 짙다 연아에게 쏟아졌던 찬사가 어느 날 비난으로 쏟아질까 염려된다 그게 대중의 심리다 피겨국가대표 연아에게도 적당한 갈채, 자연인 연아가 살아가면서 혹 있을지도 모를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도 도를 넘지 않는 적당한 비난이 있었으면 좋겠다 쏟아지는 갈채만큼이나 부담도 컸을 것이다 연아야, 애썼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