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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랑 시사랑
 
 
 
카페 게시글
‥‥‥ ♣창작 자작시 스크랩 <시> 자벌레
홍해리 추천 0 조회 23 09.09.18 04:40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가 있는 풍경(서울일보) 2009.9.16. 수요일자 

 

 

                                     

                                                  자벌레

                     洪 海 里

 

 

몸으로 산을 만들었다

허물고,

 

다시 쌓았다

무너뜨린다.

 

그것이 온몸으로 세상을 재는

한평생의 길,

 

山은 몸속에 있는

무등無等의 산이다.

 

 

                                       

 

 

   시 읽기

 자벌레는 자벌레나방의 애벌레이다. 중간 쌍의 다리가 없어 가늘고 긴 원통형 몸으로 앞부분을 쭉 뻗은 후 꽁무니를 머리 쪽으로 당겨 올리기를 반복하며 조금씩 움직인다.

제 몸의 길이를 다하는 걸음 걸음이 마치 자로 길이를 재는 듯한 모습이기도 하고, 산을 만들었다 허물고 쌓았다 무너뜨리는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모든 삶은 움직임이다. 살기 위해 먹어야 하고, 먹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어떤 절명의 한순간도 건너 뛸 수 없는 것이 삶이다.

자로 재면 잴수록 질곡의 수렁 속에 빠지는 것임을 알면서도, 한평생을 자로 재어가며  잘 살고 잘 살아야 하지 않는가.

 

 걸음걸음 산을 만들었다 허물고 쌓았다 무너뜨리는 저 조그만 자벌레도

그 이상은 더할 수 없을 정도의 지극한 삶, 그 무등無等의 산을 넘고 있는 것이다.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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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9.18 15:19

    첫댓글 자벌레 삶을 자벌레의 행보를 이렇게 크고 웅대하게 표현하신 선생님 그리고 하나의 횡으로 표현하신 깊은 의미로 담아봅니다 귀한시 아름답게 수놓으신 고운 시향에 젖어봅니다

  • 작성자 09.09.19 17:18

    자벌레나 우리나 다를 것이 없겠지요. 가을 동안 풍성한 수확을 거두시기 바랍니다.

  • 09.09.19 21:26

    무엇하나 작은것 하나 시인의 마음으로 다 고운 노래가 되는군요 벌레는 그냥 다 싫고 징그러운데 ...자벌레의 시심에 그저 경이롭기만 합니다

  • 작성자 09.09.24 11:07

    과찬의 말씀입니다. 징그럽다고 생각하고 보면 징그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보는 각도, 생각하는 방향을 조금만 바꿔서 보시면 세상이 달리 보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09.09.20 17:40

    저 작은 벌레에게서 저렇듯 높은 시선을 가지신 것도 시인님만의 특출한 재주이기에 부럽기만 합니다........그래서 하나의 삶을 배우고 갑니다........깊은 시심에 감사합니다...

  • 작성자 09.09.24 11:08

    파아란하늘 님에게도 위의 주바라기 님에가 드린 말씀을 그대로 되풀이해야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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