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시청 쪽으로 냉면을 먹으러 갈 일이 있어서 지나가다 발견한 집입니다.
겉은 허름해 보였지만 왜인지 깔끔하면서도 노포다운 분위기가 난다고 느껴서,기억해 두었다가 돌아와서 검색해 보니까 의외로 엄청나게 유명한 국수집이더군요.
나중에 지인 한분과 같이두명이 같이 갔습니다.
일단 외관은 그다지 깔끔하지 않고,영락없는 80년대 인테리어지만,쇠락한 듯한 느낌은 없이 꼿꼿하더군요.
반가웠던 것은 아직도 음식값이 한자로 적혀 있다는 점.90년대가 되면서 거의 보지 못했던 광경이라 좋았고,음식값을 그 와중에도 올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그것 또한 기분 좋았습니다.
안은 2층으로 되어 있었는데,좁고 테이블은 몇 없더군요.머리가 희끗희끗하게 나이드신 한분과 합석했습니다.그분은 뜨거운 국수를 맛있게 드시고 계셨는데,면발이 손으로 만든 듯 울퉁불퉁해 보이더군요.제가 갔을 때 손님들은 거의 50 넘긴 분들이셨습니다.
식탁 위에는 겨자,식초 등의 메밀국수용 부재료가 놓여 있고,커다란 통에 썰어놓은 파를 한가득 담아 놓았더군요.뭔가 기분좋은 인심이 느껴졌습니다.
메밀국수(4,500원)하고 메밀송옥국수(5,000원)를 주문했습니다.
일단 주전자에 국물을 한가득 내어 주길래 조금 마셔 보았습니다.
진하고 잡티없이,단맛과 짠맛의 밸런스가 잘 맞는 국물이었어요.
조금 있다 메밀국수와 메밀송옥국수가 나왔습니다.
메밀국수는 판에 두겹으로 주더군요.국물을 담는 공기가 통상의 조그만 그릇보다 커서,손도 편하고 기분도 좋았습니다.
국수는,메밀이 꽤 많이 섞여 있는지 쉽게 끊어지고 약간 쌉쌀한 맛이 나더군요.국물과 마찬가지로 잡티가 없는 산뜻한 맛이었는데,연한 맛이었는데도 꽤 강한 국물맛에 지지 않더군요.면과 국물이 잘 어우러진 느낌이었습니다.
뜨거운 메밀송옥국수는 커다란 대접에 하나 가득 내어 주는데,조개 몇 개와 푼 달걀,튀김과 버섯,어묵 등을 푸짐하게 고명으로 얹어 냅니다.특기할 만한 것은 커다란 튀김덩어리인데,휴게소 우동에 흔히 나오는 고명과 비슷하지만,훨씬 크고 갓 튀겨낸 튀김처럼 맛이 고소합니다.작지만 새우도 몇개나 섞여 있어서 기분도 좋고요.
면은 역시 메밀이 많이 들었는지 잘 끊어집니다.국물맛은 비교적 연한 편이더군요.아마 테이블 위에 놔둔 간장과 고추가루로 간을 맞추는 게 취향에 따라서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저는 담담한 맛을 좋아하는 편이고,그것도 충분히 맛있어서 그냥 먹었지만요.
다른 손님분들은 정신없을 정도로 열심히 드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메밀은 물론이고 통상 밀가루면도 잘 하시지만,여름철의 메밀국수가 가장 유명하더군요.
서비스는 체계적이거나,깔끔하진 않지만 서빙해 주시는 아주머니가 꽤 정있게 굴어 주셔서,되레 좋은 느낌입니다.
광화문 쪽에서 처음 시작해서,현재의 자리인 남대문로 조흥은행 뒤로 옮긴 것 까지 합쳐서 38년간 국수 한가지만 만들었다고 하셨습니다.내공의 이력이겠지요.
위치는 2호선 시청역 7번 출구에서 나와서,북창동 옛 차이나타운 쪽으로 들어가서,남대문 쪽 출구까지 가다 보면,길목 오른쪽에 나옵니다.중국 식재료 파는 가게가 근방에 많이 있어요.옛날 차이나타운 자리였다고 들었습니다.
지나가면서 혼자 국수 한 그릇 하거나,친구와 같이 점심할 때 좋은 집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데이트 장소나 모임장소가 아니라면,거의 모든 경우에 최고일 듯합니다.
......박한 지식으로 두번째 글을 써버렸습니다.세번째는 좀더 제대로 써보겠습니다-_-;;
첫댓글 아하하~ 항상 저를 실망시키지 않는 맛집 소개글이군요 ^-^ 조금 빨리 등급업 해드렸구요~ 앞으로도 소개 많이 해주세여 ^-^
헉......! .....아직 2호점인데.감사합니닷!!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