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 땅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대체로 한적한 시골길, 산길이 주를 이룬다.
하동은 섬진강의 동쪽, 지리산의 남쪽에 있다.
지리산은 섬진강 모래사장을 그윽하게 굽어보며 엎드려 있다.
하동은 지리산과 섬진강의 막내딸이다.
오목조목 예쁘고 옴팡지다.
산과 강을 좌우에 끼고 있어 오동통하다.
대축마을 – 입석마을(2.2km) – 윗재(2.7km) – 원부춘마을(3.6km) <총 8.5km>
대축마을
지난 달에 걸음을 멈추었던 경남 하동군 악양면 대축마을에 다시 섰다
대축마을을 알리는 거대한 표지석 앞에서 단체 촬영을 하였다
간간이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서 걷기엔 최적의 날씨였다.
악양천
악양천을 가로지르는 축지교를 건너간다
익양천은 거사봉과 시루봉 자락에서 시작해 섬진강으로 흘러간다.
전체 길이가 10.5㎞인데 악양 들판 오른쪽 가장자리를 따라 흐른다
악양천 제방길
4월에는 축지교륵 건너 왼쪽으로 걸었지만 오늘은 오른쪽 길이다
그야말로 산책 삼아 걷기 좋은 길이다.
모자가 벗겨질 만큼 불어오는 바람을 가르며 걷는 기분이 상쾌하였다.
무딤이들
평사리 들녘은 물이 넘나든다는 뜻의 ‘무딤이들’이라고 부른다.
평사리 들녘은 섬진강 500리 물길이 부려놓은 가장 너른 들이기도 하다.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와 붉은 양귀비꽃이 둘레꾼들의 시선을 끌었다.
형제봉이 보인다
오늘은 형제봉 아래 750m 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아득하게 보이는 형제봉 출렁다리가 오늘은 더 높아 보였다
입석마을
입석마을에 들어서자 골목길에 가꾸어 놓은 빠알간 장미꽃이 반겨 주었다
입석마을은 지리산 형제봉과 평사리 들판의 기운을 받는 곳이다.
이러한 자연환경은 입석마을이 단박에 장수마을임을 눈치채게 만든다.
봄도 봄이지만
영산홍은 말고
진달래 꽃 빛까지만
진달래꽃 진 자리
어린잎 돋듯
거기까지만
아쉽기는 해도
더 짙어지기 전에
사랑도
거기까지만
섭섭기는 해도 나의 봄은
거기까지만....................................................................................정희성 <연두> 전문
입석마을 보호수 푸조나무
입석마을 입구에서 4~5분 오르면 수령 300년의 보호수 푸조나무가 나타난다
커다란 두 개의 가지가 양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이곳에서 당산제를 올린다고 한다.
프랑스 자동차 푸조는 본적 있으나 나무 이름으로는 처음이다.
생긴건 꼭 팽나무와 비슷해서 개팽나무, 검팽나무 등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입석마을의 선돌
선돌이 있던 곳이 아예 마을 이름으로 굳어진 지역이다
선돌(입석)은 마을의 표시 또는 경계로 삼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마을의 평안을 비는 제를 지낸 곳이라고 하는데...이젠 사라진 전통이 되었으리라
마을미술관 <선돌>
마을 한가운데에 '선돌'이라는 마을미술관이 있었다
지리산 골짜기 외딴 마을에 미술관이 있다는게 여간 신기하지 않았다
미술관에서는 '꽃에게 말을 걸다' 라는 자수 컬트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그냥 지나쳐서 미안하였다
때죽나무꽃 피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가에 때죽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가지마다 벌떼처럼 매달린 때죽나무꽃은 향이 엄청 진해서 코를 자극하였다
나무결이 때를 쭉쭉 민 것처럼 보인다 해서 때죽나무라 한다고 전해진다
형제봉주막을 지나치다
입석마을 한복판에 '형제봉주막'이 자리잡고 있었다
<Open 17:00>라는 알림판이 걸린채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빈 탁자에 마주 앉은 마르도니오 부부는 지금 한 잔 생각이 간절하다 ㅎㅎ
섭바위골 개서어나무
입석마을에서 올라가다 보면 화장실과 쉼터가 있는 곳이 섭바위골이다.
그곳 바로 옆에는 개서어나무가 여러 개의 바위로 둘러싸인채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 바르바라가 가져온 토마토 쥬스를 마시며 힘을 비축하였다.
매실이 익어간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매화꽃이 만발했던 길이다
꽃이 진 자리에서는 매실이 함함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나무는 미련없이 꽃을 버려야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산길로 스며들다
이제 동네길을 벗어나서 본격적인 산길로 스며든다
끊임없이 오르는 산길이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흙길이어서 편안하였다
숲 그늘에 앉아서 장수사과를 먹는 맛이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서어나무 숲
길 양쪽에 울창한 서어나무 숲을 지난다.
서어나무는 주변의 나무와 확연히 달라 쉽게 구별이 간다.
그늘이라 시원하긴 해도 지그재그 산길 오르막이라 조심조심 올라갔다.
윗재에서 점심을 먹다
해발 631m인 윗재에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골짜기를 타고 불어오는 바람이 매우 서늘하여서 자켓을 꺼내 입었다
윗재는 지리남부능선의 형제봉과 신선봉을 잇는 아주 중요한 루트이다
윗재를 지나면서 악양면과 헤어지고 이제부터는 화개면으로 들어가게 된다
지리산 도사를 만나다
지리산에서 수도중인 은발의 도사가 잠시 외출하였다
이쁜 처자들을 만난 도사는 결국 수도를 포기하고 환속하고 말았다 ㅋㅋ
결과적으로 우리는 씻을 수 없는 대죄를 지었다
상사바위
서어나무숲을 지나 웃재 직전 왼쪽 사면에 길게 누워있는 바위.
뜻을 이루지 못한 머슴이 이곳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해서 '상사바위'라고 부른다.
죽은 머슴은 상전의 딸을 좋아했는지, 마님을 좋아했는지 모를 일이다
구름다리 가는 길
점심 식사 후 코스에 없는 구름다리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윗재에서 편도 1.1km라는 이정표를 보고 다소 쉽게 결정하였다
그러나...수많은 암봉과 바위틈을 통과해야 하는 고행의 길이었다
이 맑은 눈동자이고 싶다
이 여린 마음이고 싶다
바스스 일어나는 신록을 보아라
가벼이 손짓하는 신록을 보아라
바람과 만나
햇살과 만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한결 싱그럽구나............................................................................임강빈 <신록에> 부분
신선대 구름다리
해발 900m 지점에 매달린 구름다리에 도착하였다
137m 길이의 구름다리는 어찌나 견고한지 거의 흔들림이 없었다
이 구름다리는 재작년 3월에 기존 출렁다리를 철거하고 새로 설치했다고 한다.
시들어가는 철쭉꽃
구름다리를 건너 신선대로 가는 산은 철쭉꽃으로 인해 색깔이 고왔다
비록 시들어가는 꽃일망정 꽃은 꽃이었다
신선대까지 다녀오자고 발길을 떼었지만 1.4km 라는 이정표를 보고 포기하였다
흔적을 남기다
구름다리에서 내려가는 숲길 입구에 많은 꼬리표들이 달려 있었다
우리의 자랑스런 '송천동성당등산동호회' 이름표도 매달았다
올해로 창립 16년을 맞는 역사와 전통이 빛나는 이름이다
다시 윗재
약 2시간의 거친 산행 끝에 윗재로 돌아왔다
구름다리에 가지 않고 남아있던 동지들은 이미 내려가고 없었다
원부춘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돌계단이 많아서 여간 힘들지 않았다
어머니의 산
산길을 걷다가 은밀하고 소중하게 숨겨진 산새 둥지를 보았다
어미새는 먹이를 구하러 나갔는지 새끼들만 꼬물거리고 있었다
지리산은 모든 생명을 품어주는 어머니의 산이다
휴~ 다 내려왔다
삐걱거리는 무릎을 달래가며 하산을 완료하였다
몇몇 회원들은 무릎 통증이 심해서 하산이 늦어지기도 하였다
오늘 걸은 길은 둘레길이 아니라 거의 산행 수준이었다
해후의 기쁨
숲길이 끝나는 쉼터에서 먼저 내려온 일행과 해후하였다
마지막 내려오는 후미팀을 박수로 환영해 주었다
부춘마을
부춘마을회관에 이르러 길고 힘들었던 걸음을 멈추었다
이름 그대로 풍요롭고(富) 따뜻한 봄날(春) 같은 동네이다.
서로가 볕이 되는 날, 온 세상은 부춘(富春)이 되리라.
탁족을 즐기다
버스에 짐을 내려놓고 길 아래에 있는 냇가로 내려갔다
가장 고생을 많이 한 발을 차가운 물에 담그니 피로가 일시에 가시었다
전주로 돌아와 <소나무>에서 삼겹살을 구워 그윽한 즐거움을 나누었다
첫댓글 신록이 우거진초록빛 숲길과 마을이 참 예쁘네요
출렁다리도 멋지고~~
동행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원부춘에서 넘어온 기억이 그때는 출렁다리 바꾸기 전인디
다음 달에는 아해가 사랑하는 하늘호수 차밭 쉼터를 지나갑니다
시간을 내어 함께 가드라구
@나마스테 그러고는 싶은데 토요일에 모회사 납품을 3년째 하고 있어 쉽지 않네요 어서 빨리 방역제한이 풀리기를 기다릴뿐입니다. ㅎㅎㅎ
우리가 구름다리 갔다 온 것은 정말 잘한것같습니다. 할까 말까 할땐 하는것이 후회가 없드라고요.
맞습니다. 맞고요
구름다리 안 간다고 취소한 강혜자님한테 미안해지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