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스승으로 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족과 이웃을 돌보면서 살아가라고 한다. 가끔 두통이 오면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나를 다독인다. 다 괜찮다고.
시골집으로 잠시 여행을 다녀왔다. 겨울에는 걸음을 뜸하게 하니 마음이 쓰여서 바람도 쏘일 겸 해서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떠났다. 아들 침대를 정리하면서 나온 합판을 그동안 거실에 세워두었는데 오늘 시골집에 가져갔다. 창고에 두고 마땅히 쓸 곳이 생기면 사용하려고 한다. 무거운 것을 낑낑대면서 차 안에 싣는 모습을 보니 동갑내기 친구지만 엄마가 언제가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씨알 사람이라고. 듬직하고 생활력도 강하고 여기까지 아들 둘 키우고 내가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해 준 사람이다. 물론 어려울 때 내 곁에서 진심으로 도와준 사람들이 있다. 평생 잊지 않고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간다.
경북 북부에는 군데군데 눈이 보였다. 내가 사는 경산에도 몇 년 만에 눈이 펑펑 내렸으니 산간 지역에는 아직도 눈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희끗한 머리카락을 손가락빗으로 쓸어 넘기는 중년의 남자가 겨울 산이다. 건장한 모습이며 아직은 청춘이 살아있는 그런 남자의 모습이다.
시골집 마당에는 사람 발자국이 없는 천연의 눈밭이다. 눈사람을 만들어볼까 했지만, 뭉쳐지지 않아서 그냥 새해 인사를 남겼다. ‘2025년 해피하기. 파이팅!’
빈집은 꽁꽁 얼었다. 방에 묻어 둔 무를 몇 개 담았다. 아직은 얼지 않아서 다행이다. 쌀 한 포대도 담고 무청을 말린 시래기를 자루에 담아서 왔다. 만지면 부서질까? 애지중지 담았다. 남편이 마당에 쌓인 눈을 한 움큼 시래기 위에 올려놓는다.
또다시 빈집만 남긴 채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오가면서 겨울 풍경을 보았다. 겨울 여행이다. 얼어붙은 강가 풍경도 퍽이나 낭만적이다. 겨울 산도 오래도록 보면서 1월의 여행은 차분하고 조용하고 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