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팀 사상 최초로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한 중랑FC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1년 창단 이후 팀을 지켜봐온 임동진 감독은 기적을 이끈 원동력으로 끈끈한 동료애와 자율훈련을 내세웠다.
중랑FC는 지난달 막을 내린 제51회 춘계한국고등학교연맹전 결승에서 오상고를 1-0으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청구고, 광명공고, 매탄고 등 학원축구의 강자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결승에 오른 중랑FC는 결승전에서도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공수 밸런스를 선보였다. 대회 7경기 동안 9득점 1실점을 기록한 중랑FC는 개인타이틀 부문에서도 최우수선수상, 수비상, 골키퍼 상 등을 휩쓸었다.
대한축구협회가 2009년 출범시킨 초중고리그를 통해 탄생한 일반 클럽팀이 고교축구의 중심에 섰다는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는 유소년 육성 시스템의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학원축구나 프로 유스팀이 아니어도 대회 성적을 내고 잠재력 있는 유망주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 현실로 입증된 셈이다.
3월 초 중랑FC의 면목동 숙소를 찾아가 임동진 감독을 만났다. 기자가 숙소를 찾았던 오후 7시쯤, 선수단은 하루 한 차례의 팀 훈련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선수단은 다소 허름해보이는 건물 2,3층을 빌려 숙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곳에서 이들의 꿈이 자라고 있었다. 임 감독은 “우승 이후 클럽팀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며 말문을 뗐다.
- 먼저 우승을 축하한다. 우승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우승 이후 우리 팀에 아이를 보내고 싶다는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늘어났다. 확실히 우승을 하고나니 주변의 시선도 달라진 것을 느낀다.”
- 팀을 창단하게 된 배경은. “창단 감독인 장민석 감독(현 광동고 감독)과 내가 중랑구 토박이다. 원래 고등학교 축구부를 만들 생각이었는데 중랑구에서 축구부에 관심이 있는 학교가 없었다. 그래서 장 감독과 대화하면서 ‘차라리 이럴 바엔 클럽팀을 만들자’고 했다. 장민석 감독이 중랑FC 감독을 맡다가 작년 8월 광동고로 가면서 내가 감독을 하게 됐다. 장 감독이 잘 해서 지금 팀의 기반을 만들어놨다. 앞으로는 내가 더욱 성장시켜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
- 클럽팀을 운영하며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이다. “가장 힘든 점은 축구선수를 학생으로 받아주는 학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클럽팀 선수들도 학생으로 등록이 돼야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데 마땅히 넣을 학교가 없다. 성곡고, 면목고 등 몇몇 우호적인 학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중랑구에 축구부가 있는 중학교는 장안중, 용마중 뿐이고 고등학교 축구부는 아예 없다. 그래서 중학교를 졸업한 우수 선수들이 프로 유스팀이나 중경고, 언남고 등 서울의 다른 지역 학교로 간다. 안타깝다.”
- 훈련장이나 숙소 문제는 어려움이 없나. “훈련장은 중랑구청의 도움으로 인근의 용마폭포공원을 용마중과 함께 쓰고 있다. 홈경기도 신청해서 하고 있다. 지역 시의원과 국회의원 분들의 도움으로 다른 클럽보다는 편하게 훈련한다. 지원에 감사 드린다. 숙소와 웨이트 트레이닝장, 구단 버스는 학부모 운영회비를 통해 마련했다.”
- 선수 수급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우리는 주로 풍생중, 재현중, 천호중, 용마중에서 선수를 받고 있다. 작년까지는 클럽팀이 성적을 내지 못하니 반신반의했는데 이번에 전국대회 우승을 하니까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 아직까진 힘들지만 부모님들이 점점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니 힘이 난다. 이런 계기를 만들어준 3학년 멤버들에게 고맙다.”
- 감독님 말씀대로 현 3학년들이 운이 따르는 것 같다. “2013년 대통령금배 저학년 우승, 2014년 서울시장기 우승을 하고 올해 춘계연맹전 정상에 섰다. 1년에 한 번씩 성적을 낸다. 이놈들이 상복이 있나보다. 작년 서울시장기는 때마침 제주 전국체전과 기간이 겹쳐 3학년 주력멤버가 저와 함께 제주로 내려갔다. 그때 2학년(현 3학년)끼리만 토너먼트 3경기를 뛰며 우승했다. 결승에서는 중경고를 이겼다. 서로 똘똘 뭉치고 팀 분위기를 주도하는 모습도 마음에 든다.”
- 팀 훈련은 하루에 딱 한 번만 한다고 들었다. “내 목표 때문에 아이들을 심하게 몰아치면 대학 가서 금방 다치고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 진짜 중요한 건 성인무대에서 빛을 발하는 선수를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만 훈련을 시키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리고 충분히 쉴 시간을 주며 스스로 부족한 점은 개인훈련을 통해 보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내가 선수 생활을 할 때보다 특색있는 선수가 적다. 개인훈련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기 때문이다.”
- 좋은 성적을 거둔 원동력은 무엇인가. “나는 다쳐서 20대 후반에 선수 생활을 일찍 그만 뒀다. 은퇴 후 3년간 브라질에 지도자 연수차 다녀왔다. 그때 브라질 선수들이 힘들어도 웃으면서 훈련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브라질의 피지컬 훈련 프로그램도 배워와 팀에 접목시켰다. 지금 세대는 지도자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선수들이 알아서 한다. 지도자를 판단하는 세대다. 나는 항상 선수들과 재밌게 놀아주고 동기유발을 하려고 노력한다.”
- 춘계연맹전에서는 청구고와의 경기를 뺀 6경기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우리 팀은 골키퍼 김정민이 잘 한다. 김정민은 1학년 때 매탄고와의 경기에서 일대일 찬스를 8개 가량 막아내 지도자들에게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수비수들이 몸을 날려 막아내 골키퍼는 놀았다. 좋은 선수인데도 실력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또한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키가 작지만 공중볼을 잘 따냈다.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하던 선수들이 잘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서 여러 모로 즐거웠다.”
- 감독님이 수비수 출신이라 수비가 강한 모양이다. “공격수 출신 지도자는 스타 플레이어를 만들어내지만 수비수 출신 지도자는 우승을 많이 한다고 하지 않나. 하지만 내가 마냥 수비축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맞붙는 경기를 좋아하고 양쪽 풀백에게도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주문한다. 그래야 대학에 가서도 경쟁력이 생긴다. 요즘은 어느 감독도 수비만 하는 선수를 선호하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도 양쪽 풀백이 자신의 역량보다 더 잘해줘 고마웠다.”
-앞으로의 목표는.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클럽팀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더 좋은 선수들을 데려오고 싶다. 또한 선수들이 이 곳에서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 박지성 같은 좋은 선수를 매년 길러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