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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원고 신라문화동인회 특강 2016.12. 29 하이쿠 속의 경주이미지 곽 대 기.hwp
하이쿠 속의 경주이미지 곽 대 기
- 목 차 -
Ⅰ. 들머리
Ⅱ. 하이쿠 속의 경주이미지
1. 일본어하이쿠
1) 일본인에 의한 경주 하이쿠
2) 경주 하이쿠의 소재
2. 경주 이미지
1) 고도(古都)이미지
2) 이국(異國)이미지
3) 전원(田園)이미지
4) 경박단소(輕薄短小)
Ⅲ. 마무리 및 제언
Ⅰ. 들머리
경주는 고유의 지역성과 함께 다양한 국제성을 지닌 곳이다. 지리적인 요인 등으로 삼국 가운데 가장 늦게 대륙의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고유의 지역성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여건으로 작용하였다. 하지만, 편협되고 배타적인 지역성에 머물지는 않았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국제성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문화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향가, 특히 처용가등은 좋은 예의 하나이다. 화려한 금관의 일본 니가타산 곡옥과 크기가 남다른 오키나와산 조개를 포함한 국립경주박물관 전시 유물 중의 보물 제634호 목걸이 보물 제635호 장식보검 보물 제620호 유리 잔 등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사적 제26호 원성왕릉(괘릉) 무인석상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경주라고 하는 지역성의 소재와 국제성의 장르가 교차하는 지점에 하이쿠가 위치한다. 따라서 본고의 목적은 경주를 소재로 창작된 하이쿠에 나타난 경주이미지를 살펴 지역의 문화와 관광발전 등에 기여하는데 있다. 방법적으로는 창작된 작품 소재를 통하여 이미지를 밝히고자 한다. 대상과 범위는 일제강점기부터 2014년 12월까지 일본인에 의한 일본어 하이쿠로서 전문적인 하이쿠 잡지『蕗』『阿蘇』등에 등재된 것과 필자가 일본현지에서 직접 발굴한 것으로 한정한다. 본고에 인용 등장하는 일본어 포함 외국어 작품의 한국어 번역은 모두 필자에 의한다. 일본연호 등 연도는 서기로 환산하여 표기하며, 일본어 등의 한국어표기는 국립국어원 외국어표기법 규정에 따른다.
Ⅱ. 하이쿠 속의 경주이미지
조선시대 일본으로 파견된 조선통신사 중의 일부는 일본에서 하이쿠를 접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인으로 하이쿠를 최초로 남긴 사람은 1748년 제10차 조선통신사 일원이었던 소통사(疎通使) 박덕원(朴德源)이며, 부채에 홋쿠를 남긴 것이다. 당시 조선통신사는 정사 부사 종사관으로 불리는 삼사(三使)와 일류의 학자 의사 화가 등 500명 규모의 대단위 사절단이었다. 대마도번(藩)의 호위를 받으면서 6척의 배로 일본의 수도 에도(江戶)까지 갔다. 호위하는 대마도의 무사 800명에 마부 가마꾼 등을 합쳐 2천에서 3천명에 달하는 엄청난 행렬이었다. 조선통신사 일행의 여정은 1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각 지역을 통과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조선통신사 일행으로부터 시편 등을 구하는 행위 등 다양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던 것이다. 그 결과물 중의 일부로 다양한 종류의 하이쿠 유물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아마가사키시(尼崎市) 교육위원회 소장의 조선통신사 통역관 조경안(趙景安)의 하이쿠 부채와 일본 하이진 치요조(千代女) 등이 지어 조선통신사에게 헌상한 부채 족자 병풍 등이다. 하지만 조선통신사의 일본행은 하이쿠에 관한 제한된 인식에 머물렀으며, 경주와 관련된 구체적인 하이쿠는 발견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경주와 관련된 하이쿠는 근대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1. 일본어하이쿠
1) 일본인에 의한 경주 하이쿠
(1) 경주 --- 도코(凍 江)
(새해 첫 아침 / 서기(瑞氣) 띤 소나무의 / 푸르름이여)
(2) 경주 --- 이쓰인(逸 因)
(새해 첫 염색 / 선명하게 드러난 / 새하얀 비단)
(3) 경주 --- 쇼도(松 堂)
(황밤 수 센 후 / 차곡차곡 제단 위/ 쌓는 새 아침)
(4) 경주 --- 마쓰야마(松 山)
(국화 분갈이 / 끝마치고 즐거운 / 저녁식사여)
(기도 가는 길 / 오동나무 낙엽길 / 이슬에 젖네)
(5) 京城 --- 라엔(螺 炎)
-경주의 숙소에서-
(비에 저물고 / 잠옷차림 쌀쌀한 / 산속의 숙소)
(6) 경주 --- 모쿠진(默 人)
(쌀 넣어 둔 궤 / 물어뜯는 쥐 소리 / 추운 밤이여)
조선하이쿠일만집은 한국 최초의 일본 전통시가 하이쿠 단행본이다. 1926년 회사원 도다 사다요시(戶田定喜)가 편집하여 조선하이쿠동호회 이름으로 오늘날의 서울 경성(京城)에서 발행하였다. 1904년부터 1926년에 이르기까지 주로 한국에 거주하던 일본인 중심의 동인하이쿠를 수록하고 있다. 물론 일본에 거주하면서 여행으로 한국과 대륙을 오고 간 사람들 하이쿠와 소수의 한국인 하이쿠도 포함되어 있다. 경성일일신문(京城日日新聞)에 응모한 하이쿠를 중심으로 전국 각지의 신문 잡지 속의 우수한 작품을 발췌한 것이다. 편집인 도다 사다요시는 5년간에 걸쳐 전국을 돌며 작품을 수집하여 발행한 공로는 있으나, 당시 일본의 식민지 정책을 옹호하는 의도를 품고 있다. 한국 거주 일본인들의 일상을 통하여 한국적인 이미지를 담고자 하였으나, 그 근본적인 목적과 의도는 차별적인 식민지 정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주 거주 일본인의 하이쿠와 서울 경성에서 경주로 여행을 온 일본인의 작품이다. 특히 여행 온 일본인 작품의 경우, 경주의 숙소에서 지은 것임을 밝힌 머리말이 하이쿠 앞에 드러나 있다. 다만 일본인 본명 대신 동강(凍 江) 등의 하이고(俳號)라고 하는 필명이라 더 이상 구체적인 인적사항을 밝힐 수 없는 점이 아쉽다.
(7) 대구 --- 가사하라 마사야스(笠原正保)
-경주 불국사-
(여름철 구름 / 뭉게뭉게 떠나기 / 어려운 석탑)
-불국사 석굴암-
(천년 세월의 / 석탑 초여름 햇살 / 내려쌓이네)
(석불 참배 후 / 나무그늘 아래서 / 맛있는 점심)
(녹음 우거진 / 유명한 찻집 있고 / 엿보며 가네)
조선하이쿠일만집 같은 대규모의 구집 외에도 개인적인 작품집도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발굴 작업을 해 온 결과, 부분적으로 성과가 있었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의 전신인 대구의학전문학교(大邱醫學專門學校) 가사하라 마사야스(笠原正保:1921~1944, 아호: 古泉樓 이하 고센로)의 구를 찾을 수 있었다. 고센로는 후쿠오카현에서 의업(醫業)을 가업으로 삼는 집안의 6남 3녀 중 4남으로 태어났다. 스스로 고센(古泉)으로 호(號)를 정하였는데, 형들이 공부 등으로 집을 떠나게 됨에 따라 그의 거처가 2층으로 올라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고센로가 되었다. 1939년 고센로는 대구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여 1942년에 제11회 졸업생이 된다. 당시 대구의학전문학교 한 학년의 학생 수는 64명으로 일본인이 46명 한국인이 18명이었다. 전쟁의 격화로 조기 졸업을 하였고, 고센로는 군의관으로 경성육군병원을 거쳐 남태평양 뉴기니아 동부전선에서 전사하였다. 고센로는 어릴 때부터 하이쿠와 친숙하였고, 대구의학전문학교 시절에도 꾸준히 하이쿠를 창작하였다. 2012년 12월 13일부터 2012년 12월 17일까지 고센로의 동생 가족이 살고 있는 야마구치현 호후시(防府市)를 방문하여 전후 사정을 확인하였으며, 소중한 경주 하이쿠 4구를 발굴할 수 있었다. 여름철 불국사 하이쿠이다.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너무나 감동스런 모습에 석탑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내용이다. 1941년 5월 4일 경주로 여행을 와서 시내 관광을 한 후, 5월 7일 드디어 불국사와 석굴암을 방문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경주여행은 대구의학전문학교 불교연구회 일원으로 참가한 것이다. 불국사에서는 석탑에 내려쬐는 따사한 초여름 햇살을, 석굴암에서는 가슴 설레는 감동에 석불을 참배한 후, 근처 신록으로 빛나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준비해 온 점심을 먹은 것으로 되어 있다. 불국사와 석굴암을 방문 후, 이미 들어서 그 존재를 알고 있던 유명한 찻집을 확인하였으나 들리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그 찻집이 현재 불국사 경내의 찻집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고센로의 존재는 이미 국내에 소개된 바 있으나실제로 하이쿠의 경우, 한국하이쿠연구원 일본 현지 방문단에 의한 발굴이 최초이다. 앞으로 더 많은 관련 분야의 발굴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8) 일본 --- 구라타 고분(倉田紘文)
(역사 속 자취 / 천년왕조 신라국 / 수많은 고분)
(9) 일본 --- 무나카타 유노비(宗像夕野火)
(골목길 나서 / 여기에도 고분들 / 청명한 가을)
(고도 경주의 / 호숫가에 묵게 된 / 보름달 두 밤)
(묵언 실천의 / 부처님의 가르침 / 가을 구름아)
(마치 동안의 / 천년 신라 석불에 / 잠자리 날고)
(10) 일본 --- 마유즈미 마도카(黛 まどか)
(가을 깊은데 / 토끼 앞세운 바다 / 용황님 만나)
(매미 소리에 / 자꾸만 눈을 감는 / 한국 부처님)
(천년 고도의 / 서라벌에 감도는 / 뭇 벌레 소리)
(이제야 왔네 / 까치 오작교 건너 / 한국 땅으로)
(천년의 연회 / 포석정을 감도는 / 가을바람아)
(치마를 입고 / 들판에 선 한국의 / 허수아비여)
(온돌 방바닥 / 넓게 펼친 여행의 / 옷가지 지도)
(겨울 밭일에 / 바쁜 할아버지께 / 노랫말 물어)
(11) 일본 --- 구로다 모모코 (黑田杏子)
(경주의 까치 / 저녁노을 등지며 / 모여드는데)
(울려 퍼지는 / 신라의 종소리에 / 기러기 날며)
(따스한 겨울 / 햇살에 기와 웃고 / 신라 사람들)
(얼굴 모습의 / 둥근 처마 기왓장 / 기러기 날고)
(하늘 울리며 / 스며드는 종소리 / 땅도 겨울에)
(경주의 까치 / 종소리 여운 따라 / 하늘도 차고)
(초겨울 날씨 / 신라의 종소리는 / 울려 퍼지고)
(범종 소리에 / 십일월의 여운이 / 드리워지고)
(범종 소리에 / 공양하는 선녀도 / 겨울에 들고)
(모과 열리고 / 신라 대종 종소리 / 그치지 않네)
(가고 또 가고 / 또 가도 물 밑바닥 / 겨울 단풍뿐)
(깊게 불타듯 / 아스라이 뒹구는 / 겨울 낙엽들)
(유모차 밀며 / 고분에 스며드는 / 초겨울 햇살)
(낙엽 찬 계절 / 참새목 까마귀과 / 그대 쓸쓸해)
(고분 사이로 / 차가운 낙엽 따라 / 걷는 나그네)
(서릿발 소리 / 따라 첨성대 이어 / 고분군으로)
(사물놀이의 / 사물소리 하늘로 / 차디 찬 낙엽)
(초겨울 햇살 / 옛 신라왕 목소리 / 몹시 그리워)
(지금 이 세상 / 노랗게 물든 버들 / 지는 곳 일뿐)
(따스한 겨울 / 고분을 돌고 돌아 / 나를 만나고)
(12) 일본 --- 니노미야 미사오(二宮 操)
(고기 구우며 / 여행 3일째 맞는 / 쌀쌀한 이 밤)
(가는 곳마다 / 까치 만나게 되는 / 한국의 겨울)
(경주를 찾은 / 과객 겨울 하늘에 / 물들고 마네)
(온통 한글뿐 / 읽지 못하는 간판 / 추운 밤이여)
(대한민국의 / 바람조차 평온한 / 겨울 남새밭)
(어디를 가도 / 겨울 까치와 서리 / 나 지금 경주)
(단단히 챙겨 / 입고서 찾아가는 / 경주박물관)
(낮은 산들과 / 물이 말라버린 강 / 지금의 경주)
(텅 비어 있는 / 겨울철 신라식당 / 주인공 파리)
(둥근 고분을 / 넘어 선 바람 맞는 / 나무 잎이여)
(겨울 고분들 / 수첩에 옮겨 적는 /손가락 자취)
(13) 일본 --- 초 하루코(長 晴子)
(경주의 겨울 / 푸른 하늘을 나는 / 정겨운 까치)
(따스한 겨울 / 까마귀 꼬리 쫓아 / 까치 모이고)
(밤하늘 별 들 / 바라보는 차디 찬 / 경주의 석탑)
(따스한 경주 / 둥근 모습 고분군 / 백오십 넘어)
(석굴암에서 / 아득히 바라보는 / 겨울 바다 빛)
(지금 불국사 / 어느 때보다 고운 / 겨울 단풍들)
(실로 차디 찬 / 가운데 적막하네 / 토함산 단풍)
(이말 저말들 / 얼키고 설킨 파편 / 겨울 하늘 별)
(14) 일본 --- 도리이 쓰키키요(鳥井月淸)
(대종 종소리 / 널리 널리 퍼지는 / 따스한 겨울)
(대종에 새긴 / 글자 한자 또 한자 / 읽는 겨울날)
(까치가 날아 / 가는 방향은 이미 / 겨울 저녁놀)
(창문 열고서 / 가을 소리 새소리 / 듣는 몸이여)
(곳곳의 까치 / 무리를 지어 우는 / 겨울 저녁놀)
(돌 나무 소리 / 더불어 겨울 까치 / 울음소리뿐)
(건너야 하는 / 건널 수 없는 다리 / 눈 반딧불이)
(기도에 기도 / 남아 있는 단풍에 / 또 다시 기도)
(15) 일본 --- 후카쓰 겐지(深津健司)
(눈부시도록 / 빛나는 노란 단풍 / 경주의 공기)
(한국 여행길 / 포근함 이어지는 / 겨울의 경치)
(저녁노을과 / 노란 단풍의 경주 / 가까운 산들)
(끝없이 넓은 / 겨울 하늘 종소리 / 그침도 없어)
(따뜻한 겨울 / 안녕하세요 인사 / 또 감사 인사)
(유난히 맑은 / 겨울날 오체투지 / 끝없는 신심)
(화투놀이로 / 둥글게 마주 앉은 / 마른 잔디밭)
(단풍 찬 기운 / 강하게 느껴지는 / 돌 드러난 산)
(둥근 고분군 / 맨 꼭대기 잔디는 / 이미 시들고)
(16) 일본 --- 니카이도 미쓰에(二階堂光江)
(나무 가지에 / 앉아 있는 까치와 / 지는 겨울 해)
(까치가 날다 / 푸른 겨울 하늘의 / 저 품속으로)
(저녁 때 까치 / 돌아 와 자신만의 / 겨울나무에)
(부처 손바닥 / 희미한 겨울 햇살 / 아련해지고)
(호젓한 산길 / 스치는 젊은 승려 / 겨울 털모자)
(천마총 주변 / 이곳저곳 목 내민 / 추운 겨울 풀)
(차디 찬 겨울 / 하늘의 별 점치는 / 우뚝 선 석탑)
(이제 겨울도 / 얼마 남지 않았고 / 내 방울 소리)
(17) 일본 --- 시로시타 요지(城下洋二)
(수많은 까치 / 푸른 겨울 온 하늘 / 눈이 아프네)
(수많은 까치 / 오십 마리 백 마리 / 해지는 서산)
(따뜻한 겨울 / 호숫가 물새 찾는 / 한가한 사내)
(산은 잠들고 / 석가모니 부처님 / 담담한 홍조)
(하이쿠 동인 / 모여 다 함께 먹는 / 냄비 요리들)
(양지바른 곳 / 가공의 암수 까치 / 사랑의 무덤)
(태양 등지고 / 고분 또 고분이네 / 겨울 남새밭)
(18) 일본 --- 모리미쓰 우메코(森光梅子)
(경주의 하늘 / 봄 날씨 벚꽃 같은 / 겨울 단풍잎)
(대종 종소리 / 겨울 하늘 깊숙이 / 내 몸 깊숙이)
(산 공기 차고 / 자리 잡은 본존불 / 바다를 향해)
(젊은 스님은 / 버스 기다리는데 / 낙엽은 지고)
(19) 일본 --- 나리오카 미쓰코(成岡ミツ子)
(대종 종소리 / 저 푸른 겨울 하늘을 / 퍼져 나가네)
(겨울 안개 속 / 오늘 여정의 하루 / 저물어 가고)
(20) 일본 --- 이리사와 마키코(入澤まき子)
(겨울 하늘로 / 사라지는 종소리 / 아이들 소리)
(노랗게 물든 / 은행나무 고목의 / 따스함이여)
(색 바랜 잔디 / 신라시대 고분들 / 노니는 까치)
(낙엽이 쌓인 / 옛 멋의 한옥 건물 / 지붕 기와들)
(따스한 겨울 / 햇살 받아 붉어진 / 석불의 입술)
(21) 일본 --- 아사미 히로코(淺見宏子)
(노랗게 물든 / 나무들 강기슭의 / 오른쪽 왼쪽)
(온돌에서 연 / 내일 한국 떠나는 / 이별 잔치여)
(따뜻한 겨울 / 햇살 받은 전방후원 / 사랑의 무덤)
(석불에 단풍 / 떨어지고 차디 찬 / 붉은 입술아)
(22) 일본 --- 시바타 아야코(柴田綾子)
(아버지 조상 / 땅을 빼닮은 산들 / 겨울들 모습)
(고도 하늘을 / 나는 까치 무리들 / 때는 겨울날)
(옛 신라 시대 / 즐거운 소리 함께 / 낙엽이 지네)
(초겨울 산사 / 청아한 불경 소리 / 풍경 소리도)
(때로는 태양 / 흩어지고 구름에 / 비켜 가기도)
(물가의 나무 / 아직 나목이라고 / 할 수 없는데)
(옛 천년 왕조 / 왕릉을 건너가는 / 마른 들녘 빛)
(토담집 흙 담 / 민가에 지는 태양 / 산은 잠들고)
(23) 일본 --- 고토 요(後藤 洋)
(경주의 마음 / 조용히 배어나는 / 저 겨울 하늘)
(넉넉하게도 / 여운이 시작되는 / 겨울 단풍들)
(겨울새들아 / 먼저 천마총부터 / 해가 저물어)
(낮에는 쌈밥 / 신선한 저녁 해물 / 극락이로세)
(24) 서울 --- 야마구치 레이코(山口禮子)
(시신을 모신 / 무덤에 쌓아 올린 / 냉냉한 돌돌)
(보타락산의 / 관음보살 발아래 / 산은 잠들고)
(뜻하지 않게 / 약식이라고 하여 / 삼계탕 먹고)
(25) 일본 --- 도요타 야스시(豊田やすし)
(따스한 햇살 / 아름다운 고분군 / 곡선미로세)
(기요마사의 / 옛 이야기 떠올려 / 팔짱만 낀 채)
(황금의 나라 / 신라 단풍 노랗게 / 물들어 있고)
(26) 일본 --- 요코야마 마사노리(橫山全德)
(겨울 여행길 / 한 벌 빌리고 싶네 / 석굴암 천의)
(푸른 하늘아 / 늙은 농부 혼자서 / 파밭 가꾸고)
(천마 달리고 / 푸른 겨울 하늘에 / 신라왕 있네)
(27) 일본 --- 세키구치 교코(關口敬子)
(끝 모를 성벽 / 마음 따라 길 나선 / 한여름 여행)
(28) 일본 --- 이시모토 히로유키(石本弘之)
(초여름의 밤 / 자욱한 연기 피는 / 비탈진 가마)
(29) 일본 --- 구사바 도시히코(草場俊彦)
(쌀쌀한 추풍 / 시리도록 느끼는 / 이국 이 순간)
(30) 경주 --- 혼고 다미오(本鄕民男)
(홀로 된 귀부 / 기면서 세월 재는 / 바로 자벌레)
(새해 첫 아침 / 눈길 밟으며 나선 / 마애불 참배)
(얇게 내린 눈 / 가볍게 머리에 인 / 아미타부처)
(봄의 여신은 / 노란 꽃들로 물든 / 여기가 한국)
(불에 그을린 / 까맣게 탄 소나무 / 싹을 틔우네)
(공자 모시는 / 향사 지역 어른들 / 굽은 등 펴네)
(오래 된 사찰 / 정화수 가져 와서 / 떡국 끓이네)
(눈부신 태양 / 강하게 반사 되는 / 꽁꽁 언 서천)
(외국서 맞는 / 시가지 오고가는 / 음력설 풍경)
(홍매화 피면 / 어둠도 싫지 않는 / 하이쿠 시인)
(찾아 간 공방 / 체험과 점심식사 / 느긋한 하루)
(어스름 새벽 / 이곳저곳 고도의 / 불법승 보네)
(절간 나무에 / 보살 천의 감는 듯 / 등꽃이어라)
(자연스럽게 / 본존으로 길안내 / 반묘 벌레여)
(맨발 수행 중 / 삼귀의문 암송에 / 목탁의 소리)
(붉은 팥으로 / 악귀 모두 내쫓는 / 한국의 동지)
(천년의 고도 / 온전히 어둠 깨는 / 두견새 소리)
(3의 3배수 / 늘어나는 꽃이여 / 바로 능소화)
(옛 신라왕국 / 마치 유적 파수꾼 / 메밀꽃이여)
(살며시 담장 / 넘은 나팔꽃이여 / 너는 자유인)
(천년의 안개 / 무겁게 내려앉은 / 고도의 아침)
(31) 대구 --- 데라구치 히사코(寺口緋紗子)
(올해 첫 단풍 / 깊고 깊은 이미지 / 고도의 저녁)
2) 경주 하이쿠의 소재
경주 하이쿠의 소재 대상으로는, 소나무를 비롯하여 비단염색, 국화분갈이, 오동나무 낙엽길, 비에 젖은 산속 숙소, 추운 밤 쥐 소리, 불국사 석탑,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 석굴암 석불, 석굴암 불상 천의, 고분, 불상, 보문호수, 고추잠자리, 문무대왕 수중릉, 매미, 서라벌의 벌레 소리, 까치 오작교, 포석정, 한복의 치마, 허수아비, 온돌, 할아버지 농부, 라디오의 한국가요, 경주의 저녁노을, 성덕대왕 신종 종소리와 명문, 경주 사람의 미소, 신라인의 미소 기와, 범종 종소리, 모과나무 열매, 겨울 까마귀, 단풍, 유모차, 겨울 낙엽, 첨성대, 사물놀이, 버드나무, 불고기, 경주의 맑은 하늘, 경주의 공기, 화투놀이, 잔디밭, 한글 간판, 겨울 남새밭, 서리, 경주박물관, 경주의 산과 강, 불고기 파티, 한식당의 파리, 토함산 단풍, 경주의 겨울 하늘과 별, 겨울 바다, 저녁놀, 오체투지의 108배, 눈 반딧불이, 서산에 지는 해, 지는 햇살 속의 부처, 새소리, 마른 잔디, 스님의 털모자, 천마총, 쌈밥, 해물탕, 삼계탕, 물새, 한국 냄비 요리, 구름, 토담, 시골버스, 산사, 풍경소리, 은행나무, 한옥, 기와지붕, 온돌, 성벽, 토기 굽는 가마, 이국의 가을바람, 석탑의 귀부, 자벌레, 눈길, 향교 공자 향사, 정화수 떡국, 겨울 서천, 음력설, 홍매화, 공방, 불법승, 등꽃, 반묘 벌레, 목탁소리, 동지 팥죽, 두견새 소리, 능소화, 메밀꽃, 나팔꽃, 고도의 아침 안개, 고도의 저녁단풍 등 다양하다. 방문 시기 등에 의해 계절적인 제한이 있을 수 있으나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2. 경주 이미지
위와 같은 일본인에 의한 경주 하이쿠를 통하여 알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시기별 구분에 따르면, 1920년대 일제강점기 7인과 해방 후에서 2014년에 이르기까지 24인 등 31인이다. 거주지별로는 경주를 포함한 국내 10인과 일본 21인으로 국내외를 통하여 일본인들이 경주를 소재로 하이쿠를 지어 왔다. 국외 일본 거주의 경우, 21명이 120구의 하이쿠를 지었으며, 국내 경주 등 거주의 경우, 10명이 36구의 하이쿠를 지어 전체적으로 총 31인이 156구를 남기고 있다. 출신지를 살펴보면 국내의 경우, 경주를 비롯하여 대구 서울 등이며, 국외 일본의 경우, 도쿄를 비롯하여 오사카, 교토, 오이타, 구마모토, 가나가와, 이와테, 나가사키사이타마 야마구치 등 다양하다. 하이쿠에 나타나는 대상과 소재로서의 경주의 모습은 어떤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흥미와 관심을 끄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경주의 문화 관광 사업의 올바른 지향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1) 고도(古都)이미지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2013년 3월 23일 시행, 법률 제11690호) 제2조(정의)에 의하면,고도란 과거 우리 민족의 정치 문화의 중심지로서 역사상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경주 부여 공주 익산,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을 말한다. 일본인의 입장에서 볼 때, 4곳 중에서 경주는 수많은 문화재와 함께 고도의 조건을 잘 구비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하이쿠 속에도 표현되고 있다. ( 고도 하늘을 / 나는 까치 무리들 / 때는 겨울날 ), ( 어스름 새벽 / 이곳저곳 고도의 / 불법승 보네 ), ( 천년의 고도 / 온전히 어둠 깨는 / 두견새 소리 ), ( 천년의 안개 / 무겁게 내려앉은 / 고도의 아침 ), ( 올해 첫 단풍 / 깊고 깊은 이미지 / 고도의 저녁 ) 등에서 보듯 직접적으로 17자의 하이쿠 속에 고도의 어휘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고도의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문화재를 통하여 고도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경우는 훨씬 더 많다. 방문자의 눈에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유형의 문화재는, 시내에 산재한 왕릉 고분을 비롯하여 불국사 석탑,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 석굴암 석불, 석굴암 불상 천의, 고분, 불상, 문무대왕 수중릉, 포석정, 성덕대왕 신종과 명문, 신라인의 미소 기와, 첨성대, 지는 햇살 속의 부처, 천마총, 성벽, 석탑의 귀부 등이다. 이 중에서 가장 빈도수가 높은 것은 성덕대왕 신종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이국(異國)이미지
일본인 방문자의 경주 방문 목적 중에서 이국 이미지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경주는 일본인 방문자에게 이국의 조건을 잘 구비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다음의 하이쿠 속에 표현되고 있다. ( 쌀쌀한 추풍 / 시리도록 느끼는 / 이국 이 순간 ), ( 이제야 왔네 / 까치 오작교 건너 / 한국 땅으로 ), ( 치마를 입고 / 들판에 선 한국의 / 허수아비여 ), ( 온돌 방바닥 / 넓게 펼친 여행의 / 옷가지 지도 ), ( 겨울 밭일에 / 바쁜 할아버지께 / 노랫말 물어 ), ( 유모차 밀며 / 고분에 스며드는 / 초겨울 햇살 ), ( 사물놀이의 / 사물소리 하늘로 / 차디 찬 낙엽 ), ( 고기 구우며 / 여행 3일째 맞는 / 쌀쌀한 이 밤 ), ( 온통 한글뿐 / 읽지 못하는 간판 / 추운 밤이여 ), ( 어디를 가도 / 겨울 까치와 서리 / 나 지금 경주 ), ( 경주의 겨울 / 푸른 하늘을 나는 / 정겨운 까치 ), ( 따스한 겨울 / 까마귀 꼬리 쫓아 / 까치 모이고 ), ( 까치가 날아 / 가는 방향은 이미 / 겨울 저녁놀 ), ( 곳곳의 까치 / 무리를 지어 우는 / 겨울 저녁놀 ), ( 가는 곳마다 / 까치 만나게 되는 /한국의 겨울 ), ( 따뜻한 겨울 / 안녕하세요 인사 / 또 감사 인사 ), ( 화투놀이로 / 마른 잔디밭 위에 / 둥글게 앉아 ), ( 나무 가지에 / 앉아 있는 까치와 / 지는 겨울 해 ), ( 까치가 날다 / 푸른 겨울 하늘의 / 저 품속으로 ), ( 호젓한 산길 / 스치는 젊은 승려 / 겨울 털모자 ), ( 수많은 까치 / 푸른 겨울 온 하늘 / 눈이 아프네 ), ( 수많은 까치 / 오십 마리 백 마리 / 해지는 서산 ), ( 하이쿠 동인 / 모여 다 함께 먹는 / 냄비 요리들 ), ( 양지바른 곳 / 가공의 암수 까치 / 사랑의 무덤 ), ( 색 바랜 잔디 / 신라시대 고분들 / 노니는 까치 ), ( 낙엽이 쌓인 / 옛 멋의 한옥 건물 / 지붕 기와들 ), ( 온돌에서 연 / 내일 한국 떠나는 / 이별 잔치여 ), ( 고도 하늘을 / 나는 까치 무리들 / 때는 겨울날 ), ( 저녁 때 까치 / 돌아 와 자신만의 / 겨울나무에 ), ( 낮에는 쌈밥 / 신선한 저녁 해물 / 극락이로세 ), ( 뜻하지 않게 / 약식이라고 하여 / 삼계탕 먹고 ), ( 따스한 햇살 / 아름다운 고분군 / 곡선미로세 ), ( 초여름의 밤 / 자욱한 연기 피는 / 비탈진 가마 ), ( 공자 모시는 / 향사 지역 어른들 / 굽은 등 펴네 ), ( 오래 된 사찰 / 정화수 가져 와서 / 떡국 끓이네 ), ( 외국서 맞는 / 시가지 오고가는 / 음력설 풍경 ), ( 붉은 팥으로 / 악귀 모두 내쫓는 / 한국의 동지 ) 등.
이국 이미지의 표현 방법으로는 이국의 직접적인 사용 외에 일본어 원문 어휘를 한국어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치마 온돌 할아버지 한국어 유행가 가사의 K-pop 등이다. 이 같은 한국어 어휘 사용은 친근감의 표시에 더하여 자신이 현재 일본이 아닌 이국에 있음을 강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의 발로이다. 유아용 유모차가 할머니들의 이동 보조 수단으로 이용되는 모습, 사물놀이, 한글 간판, 한국어 안녕하세요 인사말, 화투놀이, 스님의 털모자, 한옥 지붕, 고분의 곡선, 토기 굽는 한국식 전통 가마, 향교 등의 공자 제전, 정화수 문화, 음력설, 동지 팥죽 등은 일본인에게 자국에서 쉽게 보고 경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음식도 좋은 이국 이미지에 포함될 수 있다. 한국식 불고기, 한국식 냄비요리, 쌈밥과 해물탕, 삼계탕, 한국식 떡국 등이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까치이다. 일본에서는 까마귀는 쉽게 볼 수 있으나 까치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이 같은 이유로 일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이국 이미지의 하나로 까치가 각인되게 되어 하이쿠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까치는 경주시 상징의 시조(市鳥)이다.
3) 전원(田園)이미지
경주시 발행의 안내서에 의하면, 경주중심(불국사권, 남산권, 시내권, 보문관광단지권)과 경주근교(서악권, 북부권, 동해권)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시내권 외 다양한 권역으로 구분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듯이 경주는 시내권 특정한 곳만의 이미지가 아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주를 찾는 일본인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전원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하이쿠 속에도 표현되고 있다. ( 대한민국의 / 바람조차 평온한 / 겨울 남새밭 ), ( 태양 등지고 / 고분 또 고분이네 / 겨울 남새밭 ), ( 노랗게 물든 / 은행나무 고목의 / 따스함이여 ), ( 토담집 흙 담 / 민가에 지는 태양 / 산은 잠들고 ), ( 황금의 나라 / 신라 단풍 노랗게 / 물들어 있고 ), ( 푸른 하늘아 / 늙은 농부 혼자서 / 파밭 가꾸고 ), ( 찾아 간 공방 / 체험과 점심식사 / 느긋한 하루 ), ( 살며시 담장 / 넘은 나팔꽃이여 / 너는 자유인 ), ( 봄의 여신은 / 노란 꽃들로 물든 / 여기가 한국 ) 등.
고도 이미지의 문화재 중심에만 몰입하지 말고 자연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자연에 길이 있다. 일본 환경성에서 2001년 전체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향기로운 풍경 백선을 선정하였는데 홋카이도의 라벤다가 1위를 차지하였다. 향의 여왕 또는 성처녀 마리아의 식물이라는 칭송의 라벤다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허브 가운데 하나이다. 정신을 편안하게 하여 숙면에 도움을 주어 결과적으로 정신을 진정시켜 준다. 종류에 따라 5월에서 9월까지 보라색, 자색, 분홍색, 백색 등의 꽃이 아름답다. 방향유 성분이 잎과 꽃의 표면을 얇게 덮고 있어 빛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관상용 허브로 인기가 높은데, 특히 개화기 때는 보랏빛의 화려함이 더욱 신비롭다. 2001년 일본방송협회 NHK에서 전체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21세기 남기고 싶은 일본 풍경 백선을 조사 한 바 후지산에 이어 2위에 오른 것이 벳푸의 온천증기이다. 벳푸는 한국인이 자주 찾는 규슈의 온천도시이다. 특정한 온천 지구에 한정되지 않고 도시 전체에서 온천증기가 쉼 없이 솟아오르기 때문에 마치 지옥을 연상하는 모습이 관광객을 압도한다. 지역 주민들은 이 같은 자연을 그냥 두지 않았다.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관광코스를 만든 것이다. 벳푸지옥순례이다. 두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자연을 관광자원으로 삼은 점이다. 경주의 자연과 전원은 아름답고 꽃 또한 다양하다. 지금부터 고도 이미지에 어울리게 스토리를 입혀서 경주만의 이미지로 살려야 한다. 은행나무에 못지않은 노란 개나리는 경주시 상징의 시화(市花)이다.
4) 경박단소(輕薄短小)
경박단소의 의미는 가볍고 얇고 짧고 작은 것의 의미이다. IT기술에 의해 보다 가볍고 얇고 짧으며 작아진 제품을 형용하는 것이다. 고도경제성장시대의 산업과 문화는 소품종 대량생산을 전제로 한 중후장대(重厚長大)의 중공업중심이었다. 이에 비하여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산업구조나 문화적 취향은 소프트 파워 중심으로 이행되게 됨에 따라 경박단소의 의미는 크게 부각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하이쿠는 가장 짧은 시로 인정받고 있으며, 일본인의 경주 이미지에도 예외가 아니다. ( 쌀 넣어 둔 궤 / 물어뜯는 쥐 소리 / 추운 밤이여 ), ( 마치 동안의 / 천년 신라 석불에 / 잠자리 날고 ), ( 가을 깊은데 / 토끼 앞세운 바다 / 용황님 만나 ), ( 매미 소리에 / 자꾸만 눈을 감는 / 한국 부처님 ), ( 울려 퍼지는 / 신라의 종소리에 / 기러기 날며 ), ( 얼굴 모습의 / 둥근 처마 기왓장 / 기러기 날고 ), ( 모과 열리고 / 신라 대종 종소리 / 그치지 않네 ), ( 텅 비어 있는 / 겨울철 신라식당 / 주인공 파리 ), ( 건너야 하는 / 건널 수 없는 다리 / 눈 반딧불이 ), ( 홀로 된 귀부 / 기면서 세월 재는 / 바로 자벌레 ), ( 홍매화 피면 / 어둠도 싫지 않는 / 하이쿠 시인 ), ( 절간 나무에 / 보살 천의 감는 듯 / 등꽃이어라 ), ( 자연스럽게 / 본존으로 길안내 / 반묘 벌레여 ), ( 천년의 고도 / 온전히 어둠 깨는 / 두견새 소리 ), ( 3의 3배수 / 늘어나는 꽃이여 / 바로 능소화 ), ( 옛 신라왕국 / 마치 유적 파수꾼 / 메밀꽃이여 ), ( 살며시 담장 / 넘은 나팔꽃이여 / 너는 자유인 ) 등.
하이쿠의 소재로서의 작은 대상은 식물 곤충 새 등 다양하다. 외형적인 웅장함에 매몰되지 말고 일상의 작은 대상을 다시 보는 혜안이 절실하다. 경주는 경박단소의 문화적 소프트 파워에 강점이 많은 곳이다.
Ⅲ. 마무리 및 제언
일본인 31인의 경주 하이쿠 156구를 중심으로 하이쿠 속의 경주 이미지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일본과 이웃하며 수려한 자연은 물론이며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경주는 하이쿠에 매력적인 곳이다. 고도 경주를 찾아오는 일본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소나무를 비롯하여 비단염색, 국화분갈이, 오동나무 낙엽길, 비에 젖은 산속 숙소, 추운 밤 쥐소리, 불국사 석탑,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 석굴암 석불, 석굴암 불상 천의, 고분, 불상, 보문호수, 고추잠자리, 문무대왕 수중릉, 매미, 서라벌의 벌레 소리, 까치 오작교, 포석정, 한복의 치마, 허수아비, 온돌, 할아버지 농부, 라디오의 한국가요, 경주의 저녁노을, 성덕대왕 신종 종소리와 명문, 경주 사람의 미소, 신라인의 미소 기와, 범종 종소리, 모과나무 열매, 겨울 까마귀, 단풍, 유모차, 겨울 낙엽, 첨성대, 사물놀이, 버드나무, 불고기, 경주의 맑은 하늘, 경주의 공기, 화투놀이, 잔디밭, 한글 간판, 겨울 남새밭, 서리, 경주박물관, 경주의 산과 강, 불고기 파티, 한식당의 파리, 토함산 단풍, 경주의 겨울 하늘과 별, 겨울 바다, 저녁놀, 오체투지의 108배, 눈 반딧불이, 서산에 지는 해, 지는 햇살 속의 부처, 새소리, 마른 잔디, 스님의 털모자, 천마총, 쌈밥, 해물탕, 삼계탕, 물새, 한국 냄비 요리, 구름, 토담, 시골버스, 산사, 풍경소리, 은행나무, 한옥, 기와지붕, 온돌, 성벽, 토기 굽는 가마, 이국의 가을바람, 석탑의 귀부, 자벌레, 눈길, 향교 공자 향사, 정화수 떡국, 겨울 서천, 음력설, 홍매화, 공방, 불법승, 등꽃, 반묘 벌레, 목탁소리, 동지 팥죽, 두견새 소리, 능소화, 메밀꽃, 나팔꽃, 고도의 아침 안개, 고도의 저녁단풍 등 다양하다. 경주에서 단순한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하이쿠를 통하여 주인공으로서 참여와 함께 소통을 추구한 것이다. 어디 이곳뿐이겠는가? 아직도 곳곳에 일본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도 많다. 경주는 하이쿠를 전략적으로 문화관광산업으로 삼을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오늘 날에는 하이쿠를 단순히 국제화된 문화의 하나로 여기지 않고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통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그림과 결합하여 「하이가/俳畵」, 사진과 결합하여 「샤하이/寫俳」가 탄생하여 시너지효과를 낳고 있다. 그림을 전공하거나 좋아하는 일본인과 사진을 전공하거나 좋아하는 일본인을 관광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현대의학과의 결합은 눈부시다. 특히, 흔히 치매라고 하는 인지능력장애의 예방과 치료에 하이쿠를 도입하였고, 2008년에 하이쿠를 전반적인 현대인들의 질병 예방과 치료 나아가서는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까지 활용하고자 「하이쿠요법학회」(Haiku Therapy Association)가 설립되어 다양한 성과물을 내놓고 있다. 경주의 자연환경에 의한 하이쿠가 자연 치유 힐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경주는 자연 환경이 좋은 곳이다. 유채꽃과 연꽃에 한정되지 않고 우리들이 풀 하나 나무 하나 벌레 하나 아니 스쳐지나가는 바람 그리고 머리 들어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하늘의 구름 조각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머리만의 영역이 아니라, 곧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내가 지금 바로 여기서. 이것이 하이쿠의 통한 경주이미지의 핵심이며 행동강령이다. 곧 바로 자신의 위치에서 방문객을 위하여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경주시민은 이문화(異文化)와 경주이미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며, 그 바탕 위에서 구체적인 행동 실천 방안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의 관광안내용 지도를 보완하여 걸으면서 또는 자전거 등으로 이동할 때 손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의 권역별 또는 주제별 골목길 상세도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일상 모습 속에서 방문객은 또 다른 경주 하이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경주의 10대 장수식품도 하이쿠를 통하여 명품브랜드 이미지를 갖게 하여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소비로 연계되어야 한다. 경주 이미지 제고와 방문객 유치를 위한 민․관․산․학의 실행위원회의 설치를 제안하며, 거시적 담론에만 머물지 않고, 미시적 실천 방안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대상과 범위가 일제강점기부터 2014년 12월까지 일본인에 의한 일본어하이쿠로 제한 된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2014년 12월 이후에 입수 발굴된 것을 보태고, 일본인 외 외국인과 한국인의 경주 하이쿠를 포함한 경우까지 확대 고찰하여 보편성과 객관성을 제고하고자 한다.
■ 【곽 대 기/郭 大 基/Dae Ki, Kwak】
▷ 학력 / 해외 연수 / 유학
*1956년 경남 출생 *진주고, 국립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외국어교육학과
*숭전대학교(한남대) 대학원 일어일문학과, 부산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전공,
부산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일어일문학과(문학박사)
*일본 와세다대학(早稻田大學)-(호시엔)-: 일본문화/문학, 일본어교육/早稻田大學
*The Japan Foundation-(국립일본어국제센터): 일본어교육, 일본문화/국제교류기금
*규슈대학(九州大學)대학원(大學院)-(인문과학연구원)-:한일비교문화/문학, 중국사상/
일한문화교류기금, 외 다수
▷ 경력
*한국전자통신연구소(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정보실, 일본어 통역번역사
*경상대, 진주교대, 부산외대, 동의대, 동아대, 부경대 외래강사
*부산광역시 교육연수원 외래강사(중등교원 전공연수)
*경상대 대학원, 부산외대 대학원, 동서대 대학원, 부산외대 교육대학원 외래강사
*동부산대학 일본어과 관광일본어과 교수 학과장 학보사 주간교수 국제교류담당관 명예교수
*경일대학교 글로벌경영대학 외국어통역학부 특임교수
* 1998년 하이쿠전문잡지『蕗』등단 하이쿠 작가(현)
*한국하이쿠연구원(韓國俳句硏究院) 원장(현)
▷ 학회 봉사 활동
*한국일본어교육학회 부회장 역임 *대한일어일문학회 총무이사, 부회장 역임, 종신회원
*동아시아일본학회 이사 역임 *한국일본어학회 이사 역임
*Pan-Korea 영어교육학회 종신회원 *일본근대학회 정회원
*International Society of TAKUBOKU Studies 정회원 *한국하이쿠/바쇼연구회 총무 역임
*한일일어일문학회, 학술위원장, 부회장, 한일일어일문학회 회장(2006~2008) 역임 종신회원
▷ 창작 활동
*1998년 1월호(통권 제313호) 하이쿠(俳句) 전문지 『蕗』���(일본에서 발행하는 월간지/1972년 창간)에 하이쿠(俳句)작품을 발표함에 따라 정식 하이진(俳人)으로 등단하였으며, 2016년 12월 현재 국내의『펜문학』『自由文學』등, 해외의 하이쿠(俳句) 전문지 『阿蘇』(일본에서 발행하는 월간지/1929년 창간) 등 국내외에서 하이쿠 창작 활동 및 발표 중이다. 하이고(俳號): 눌원재(訥原齋)
▷ 연구실적물(논저)
일본문화(문학)논문 20편, 일본어교육논문 15편, 저서/역저/공저 7권, 하이쿠 작품 집(공동) 6권
-주요 논저-
「일본근세문학 속의 마쓰오 바쇼」(2001년)
『한일비교문화연구-시조와 하이쿠를 중심으로』(2003년)
『한국인이 읽어야 할 일본헌법』(2007년)
「한국의 하이쿠」(2007년)
「경주의 하이쿠」(2008년)
「향가와 하이쿠」(2010년)
『합동작품집 담쟁이』제1집(2007년)~제6집(2016년) 등
▷ 수상
*2010년 다카마도노미야기념일한문화교류기금(일본/도쿄) 문화부문 본상 수상(주일본국대한민국대시관-도쿄)
*2011년 제13회 요코미쓰 리이치(橫光利一)국제하이쿠대회 특선(特選)
무라카미 마모루(村上 護)평론가상 수상(일본-우사) 등
▷ 연락처 우편번호 38141 경주시 북성로 61 명사마을 110-201 휴대전화: 010-2680-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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