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쿠버 올림픽 ◆
이정수(21ㆍ단국대)가 1500m에 이어 1000m까지 석권하면서 한국이 쇼트트랙 강국임을 재확인했다.
쇼트트랙은 치열한 자리 다툼과 엄청난 스피드가 혼합된 '스릴만점'의 스포츠다. 약간의 접촉만 있어도
실격으로 처리될 만큼 엄격한 경기 룰을 가지고 있어 변수도 많다.
하지만 그 어떠한 조건 속에서도 한국은 꾸준히 세계 최고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오랫동안 쇼트트랙 최강 자리를 지키며 체득한 '쇼트트랙 DNA'를 갖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의 명품기술은 그동안 후배선수들에게 계속 이어져 왔고 이번에도 진화를 했다.
◆ 외다리주법(김기훈)
= 김기훈 쇼트트랙 대표팀 총감독(43)은 1992년 알베르빌올림픽과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김기훈은 '외다리주법'을 세계에 알렸다.
지금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사용하고 있는 이 주법은 당시 혁신 그 자체였다.
두 다리를 엇갈리며 트랙을 빙속처럼 달릴 경우 원심력 때문에 몸이 바깥으로 밀려나 계속 인코스에서
달리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러나 한 쪽 다리를 들고 왼손으로 얼음판을 짚고 코너를 돌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인코스에서 계속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
김기훈은 외다리주법을 사용해 '쇼트트랙의 황태자'가 됐고, 지금도 전설로 남을 수 있었다.
◆ 날 밀기(김동성, 전이경)
=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최고의 장면은 역시 김동성(30)의 '날 밀기'였다. 1000m 결승에서
김동성이 중국의 리자쥔을 날 밀기로 누르며 금메달을 목에 건 것.
같은 대회에서 전이경(34)도 이 기술로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날 밀기의 원조를 찾기 위해서는 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2년 김기훈이 처음 이를 보여준
이후 1994년 채지훈이 남자 500m에서 같은 기술로 우승했기 때문이다.
날 밀기는 이제 전 세계 모든 선수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골인 기법이 됐다. 덕분에 쇼트트랙은
마지막까지 숨막히는 승부를 연출한다.
과거에는 그 중요성을 몰랐던 사진 판독이 주목을 받게 된 것도 바로 날 밀기 때문이다.
◆ 바깥돌기(안현수, 진선유)
= '바깥돌기'는 경쟁이 치열한 인코스에서의 순위다툼을 피하고 가속도를 이용해 아예 바깥으로 크게
회전하는 기술이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당시 한국은 안현수와 진선유의 바깥돌기 기술을 적극 활용해 6개의 금메달을 땄다.
바깥돌기를 구사하면 트랙을 한 바퀴 돌 때 5~10m의 거리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만큼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강한 체력과 엄청난 훈련이 뒷받침돼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 신(新) 바깥돌기(이정수)
= 이번에 2관왕을 차지한 이정수는 안현수의 바깥돌기 기술을 더욱 진화시켰다. 레이스 안쪽에 선수들이
몰려 추월이 어려울 때 이정수는 뒤쪽에서 틈을 보다가 바깥으로 빠져 기습적으로 치고 나오는 기술을
보여줬다.
이는 1000m 결승전에서도 그대로 효과를 발휘했다.
선두 뒤로 치고 들어가는 것보다는 안정적으로 페이스를 유지하다 확실하게 선두로 치고 오를 자신이
있을 때만 바깥돌기 기술을 구사한 것이다.
지난 1500m에서도 이정수가 '충돌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이정수의 바깥돌기가 한층 세련돼졌기 ]
때문이란 평가다.
첫댓글 감동의 순간 순간들이 연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