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1987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설이기 때문에 누구나 한번쯤 읽었을 테고 연극과 영화로도 상영되었으니까 누구나 한번쯤 보았을 것이다.
이 소설에는 어느 쪽에도 확신을 갖지 못한 한병태라는 어설픈 지식인을 내세워서 이념과 현실,역사주의와 허무주의의 자화상을 비판한다.
아버지의 영락으로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 온 한병태는 엄석대라는 급장을 중심으로 제도적 합법성에 의해 합리와 자유가 유린당하고 있음을 깨닫고 힘겹고도 고단한 폭력과의 싸움을 시작하여 모든 수단을 동원, 탄압에 대항하지만 그것은 엄석대식 질서의 지배를 확인할 뿐이어서 절망과 허탈감에 빠진 그는 마침내 모든 저항을 포기하여 엄석대식 질서에 편입으로 그의 보호아래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 우연찮게도 이문열의 산문집 '신들메를 고쳐메며'를 읽는데 내용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한병태에게'라는 산문이 눈에 띄었다.
거기에서 이문열은 엄석대에게 수갑을 잘못 채웠다고 이야기한다. 이야기인즉 처음 소설을 쓰면서 세가지의 결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첫번째는 통속적인 리얼리즘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서 후에 다시 만난 성년의 엄석대도 번성하는 것이었고 한병태역시 자발적인 복종에 빠져드는 결말이다. 다음은 성년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기는 하지만 한병태는 끝내 엄석대가 번성하고 있는지 아닌지 모르게 만드는 형태였다.
그런데 그 무슨 허영이었을까, 권선징악이라는 낡은 투의 결말을 두려워하지 않고 엄석대에게 수갑을 채웠다는 것이다. 그전까지는 작가와 어울리지 않게도 역사는 언제나 진보와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고 우기는 편에 손을 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이문열처럼 작품이라는 문학에 정치적 견해가 투영되어 비판받은 작가도 없을 것이다. 몇몇 신문에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낸 것이 발단이 되어 그와 정치적인 노선을 달리하는 상대적인 반대급부들은 마치 사활을 걸듯이 이문열 문화 저면에 침투하여 저돌적으로 이문열의 작품을 난도질 했다.
예컨대 그의 책을 인질로 삼은 반환운동, 문화사에 유례없는 책 장례식, 그것도 모자라서 자기 집 마당에 책을 흩어 소, 돼지가 밟고 비도 맞게 하며, 불쏘시개로 쓰다가 그 광경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린 것이 그것들이다.
그들은 형사,민사 소송을 서슴치 않았다. 그 결과 형사상 '혐의없음'과 민사상 '기각'으로 결정이 났지만 적어도 작가에게는 모욕과 수난사였고 한 작가의 창작의욕을 끊어 놓는데도 온전히 성공을 했을 것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이문열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막연히 섭렵도 해 보기도 하였고 그의 문체를 닮아가기 위하여 무작정 그의 작품을 노란 갱지에 옮겨보기도 하였다.
굳이 이문열에게 한마디 하라고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하고 싶다. 그의 정치적 박해를 이야기하기에 앞서서 가능하면 당리당략에 움직이는 정치판에 발을 들여 놓치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그에 대한 정치적인 박해 역시 그가 각종 언론매체를 통하여 그의 정치적인 견해를 사설과 논설의 씨앗으로 잉태한 것이고 그로 인하여 탱자가 열렸든 유자가 열렸든 매개의 영토가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 역시 정치적인 성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문열은 우리 나라 소설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작가로서 굳이 정치권을 흔들지 않아도, 또한 그곳에 발을 담구지 않아도 순수문학을 지향한다면 그가 보인 금자탑같은 작품들은 불후의 명작으로로 세인들에게 영원히 살아 태동할 것이다.
첫댓글 책으로는 보지 않아지만 영화을 통해 보왔읍니다.그래 저것을 말하고싶었던야 하면 무릎을 치며 보왔는데 그리구 사람의아들이라는 책도 읽었구요.*^^~고운글 잘읽었읍니다.감사합니다.행복한 저녁 되세여.*^^~
이문열 작가님의 열열팬이시군요! 동감입니다. 유명세를 타면 정치판(난장판)에 낄려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왜들 욕심을 못 버리는지...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122월 초하루가 눈 깜짝할사이에 져물어버렸네요..언제나 건강하시고 좋은날 되셔요
정치에 발을 들여놓아도, 안 들여놓아도 어떠한 형태에서건 그분은 괴로울것입니다..각각의 장단점이 있을 듯..개인적으로 저도 그냥 文人으로 남길 바라는데..뜻하시는 바가 있겠지요..지켜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