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하 20도가 내려가면 미세한 두통증세가 지속된다.
애드빌을 챙겨 먹을만큼의 고통은 아니지만 평소에도 종종 두통증세가 있는 나에게는
항상 성가시게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겨울산속의 날씨는 훌쩍 훌쩍 영하 20도 때론 25도 이상을 넘어설때 나는 계속 미세한 두통이 신경쓰인다.
겨울트레킹 특히 숙영을 하게 되는 극한기의 트레킹에서는 '긴장'이라는 이성 감성적 준비와 함께 잘 대비된 '장비'라는
물리적인 면의 대비가 몇번을 거듭 말해도 부족할만큼 중요하다.
트레킹호스트에게
"몇시간 걸여요?" "온도는 어때요?" "경사도는 어때요?" "숙영지 상태는 어때요?" 등등
귀찮을 만큼 이것저것을 미리 확인하는 이유는
봄가을의 쾌적한 기후와는 달리 대단한 체력적 소모를 하게 되는 상황상
그 트레킹의 여러 환경을 예측하여 '장비'들을 챙겨야 하는 부산한 준비가 필요해서다.
'안전'은 대비하고 준비할때 지난 사진을 돌아보며 '여기 정말 근사했지!' 라는 추억으로 만들어지지
부족함이 있는 '준비'는 때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살짝 성가신 두통에도
이 멋진 겨울 자연속에 하나가 되는 가쁜 호홉이 좋다.
사각 거리며 걸을마다 들려오는 그 소리는
'진달래 꽃'의 '즈려밟다'라는
그만큼 정확하고 근사한 표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게 되고,
발아래를 타고 도는 산능선의 눈바람은
잠시 눈을 감고 아직도 계획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남극으로 여행을 또한번 기대하게 되고,
깊은 새벽 세상 온갖 귀찮음으로 겨우 옷을 챙겨입고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나오면
하늘을 가득 채운 온통 반짝임으로 눈동자를 가득채운 별들..
그 하늘 목도리를 멋지게 휘날리며 쌍엽기를 타고 날아가는 어린왕자 윙크의 순간에
초등학교 5학년 처음 보았던 생떽쥐베리의 보아뱀과 왕자를 생각하게 된다.
그 날 이후 나는
늘 아프리카의 바오밥 나무와 생떽쥐베레가 '실종'되었다는 아프리카 어느 사막의
그 복엽기가 미치도록 궁금했고
그래서 서아프리카의 UN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시간이..
그 밤하늘의 별들과 그 별빛 밤 장갑차 야간행군 속 처음본 지평선을 가득채운 바오밥나무들
과의 만남이 언제나 설레이고 고달프지 않았다.
안구가 시리도록 차가운 겨울주말
양구 사명산에서의 이틀
숲
길
셀카질
아름다운 숙영지
앞쪽 소양호
그 뒷편 파로호
낮기온 양구읍 기온이 이미 영하 21도를 기록하는 매우 낮은 기온이었다.
가민 맵의 등고선자료를 보아도 경사도가 만만치 않고 꽤 오랜시간을 낮은 온도와 바람 속에서 운행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도착예정시간 오후 4시
숙영지에서 꽤 오랜시간을 보낼 것며
그리고 겨울 특성상 뜨거운 국물음식이 필수가 되므로
식수와 음식물들이 평소 동계트레킹보다 조금 늘어났다.
야간도착이나 공격성 산행에는 비비색이 가장 가볍고 좋지만
예측되는 기온이나 숙영지에서의 시간안배상 동계에 사용할 수 있는 텐트 중 가장 가벼운 것을 골랐고
배낭의 무게자체는 가벼우면서도 업힐에서의 네시간 즈음의 산행에 절절한 사이즈와 배낭
오늘 준비될 '찜'과 '국물'요리를 가장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아니 조리자체가 가능한) 조리도구
여유분의 파시미나 쇼울
(실제 히말라야 트레커들은 전통적으로 히말라야 산양의 앞가슴 털로 만든 이 쇼울을 고산지대에서 사용했다.
가볍고 보온성이 일단 캐시미어보다 월등하다.)
내피와 외피를 분리할 수 있는 장갑
좁은 쉘터내에서 트레커라운지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방석과 베게가 동시에 되는 자충쿠션
가지고 있는 극동계 침낭중 가장 전체중량이 작은면서도 comfort 온도는 영하 25도 이상이며 방수원단의 재질로 되어 따로 카바가 필요없는 침낭
가장 따듯한 매트를 챙겼다.
물론 멋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와 동료들에게 열량높은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을 보충해줄 수 있는 식재료와
조리도구들은 욕심을 부렸다.
힐레베르그 악토 (1.5kg)
EXPED 다운매트리스(매트리스 안에 다운이 충전된 동계용 매트)
리엑터 2.5포트와 큰용량의 개스
Thundra -40 침낭(고어텍스와 비슷한 종류의 겉감으로 되어 방수성능이 뛰어나고 880필 파워로 같은 급에서도 무게는 1.85kg)
클라터뮤젠 로스크바 65리터
그리고
장시간 눈빛에 노출되는 시야를 맑게 그리고 보호해 줄 수 있는
줄보의 오랜 이야기를 담은 역사 속의 그 스노우선글래스
빠르게 텐트의 설치만을 마치고
다른 동료의 공용장비 세팅을 돕지 않고
바로 뜨거운 음식준비를 시작했다.
예상보다 한시간여를 더 운행했고
이미 추위와 시장기로 많이 지쳐있을 것이 분명하다.
숙영지의 아침에서도 마찬가지고 도착시에도 동일하게
커피던 음식이던 더운 음식으로 체온을 높히고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생굴과 메생이를 넣은 떡국
저녁식사 전의 어찌보면 체온유지와 허기짐을 보충하기 위한 음식이므로
일부러 간이 세지 않고 국물위주로 섭취하면서도 탄수화물을 보충할 수 있도록 슴슴하게 조리했다.
한우 등심
좋은 마블링보다 꼬소한 한우맛의 진한맛
그리고 적절한 두께로 입안을 채워는 식감이 너무 좋았던
마블링 좋은 항정살과 생강 저민것 그리고 좋은 소금과 후추로 밑간
다시마와 멸치로 육수를 우려낸 황태 콩나물 해장국
선배들을 배려한 총각후배의 기특한 솜씨
생강과 부추 항정살찜
찜기 안에 저민 생강을 깔고 밑간된 항정살을 놓고
강한불의 스팀만으로 쪄내고 항정살이 다 익있을 즈음에 부추를 위에 얹고 약 5분간 더 찐다.
향긋한 생강향와 부추향의 조화 그리고 기름기 적절한 항정살이 부드럽게 조화되는 간편한 조리법의 아웃팅 료리
바로 그리안딩 해 오셨다는 탄자니아
겨울아침
그 시리도록 아름다운 시간
65리터 동계운행
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젠 배낭을 매고있는 내모습이 와인병을 들고 있는 손만큼 편안해 보인다는..
[사진: 갤럭시S]
From KEVIN'S NOTE
첫댓글 ^^*
멋진 모습...
겨울이 가기 전에 한번 뜁시다... 좋은곳으루...
네 네 어쩌다 보니 주말마다 계속 선약이 있게됬네요. 명절 연휴 잘 쉬세여~
겨울산행시 장비에 대한 생각이 저랑 많이 닮았네요... 허나 전 이러나 저러나 같은 장비라는 점,,,
많은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여유로운 후기 잘 봤습니다. 멋집니다......
많은 경험이라기에는 여러 선배님들이 보시기에는 부족하고 미비하기 짝이 없습니다.
트레킹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장비는 안전과 편안함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들이 아닌가 합니다.
이성으로의 준비가 마쳐지면 그 담엔 본인만의 스타일을 찾는것도 중요하겠죠
반갑습니다. 알파인님~
늘 나에게는 배움을 주시는 후기 잘 보았습니다.
멋진 인생, 행복한 삶을 그림 같이 보여주시네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ㅎ
시몬님을 포함하여 경험이 우러나온 많은 선행 트레커분들에게 제가 너무 너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설연휴 좋은 시간 보내세요~
아주 잘 쓰여진 시나리오에 의한 영화 한편을 본 듯...... 입맛을 다시면서 폐부를 찌르는 차가운 공기가 느껴봅니다. 조망이 더할 나위 없군요^^
폐부를 찌르는 차가운 공기.. 정말 멋진 표현이네요. 그리고 정.확.한. ㅎ
뷰는 정말 좋은 곳이더군요. 가까운 주금산도 있지만 이곳도 추천드립니다. 찾아가는 길도 쉽고.
정상지나서 작은 봉우리 세개 정도만 넘으면 바로 이곳 숙영지가 나옵니다.
연휴 잘 보내세여~
분명히 날씨는 추워 보이는데 사진을 보면서의 느낌은 왜 따뜻해 보일까요 ^^
흠.. 그런가요? ㅎ
자연과 함께 하는 호홉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하나 빼놓을 수 없이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케빈황님의 좋은글과 사진...저 초급비박모드 탈출의 알뜰한 지침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경험많큼 좋은 학습이 없다고 하니 열심히 다니시는 것이 왕도겠구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신다니 저도 기쁩니다.
반갑습니다 타이디님~
좋은 후기 잘보고 갑니다.
클라터뮤젠 65L 고민 중인데 어떤가요? 외부 수납 공간은 없어 보이던데....조언 구합니다.
위 모델은 클뮤 로스크바 65라는 모델입니다. 패킹에 익숙하시고 많은 장비를 가지고 계셔서 상황에 따라 장비세팅을 달리 하실 수 있는 경험자에게는 매우 좋은 모델이고 그렇지 않다면 일단은 비추천입니다.
bone으로 지지되는 특별한 피팅 또한 처음에는 어깨가 아프다는 불편함으로 느껴질 수 도 있습니다.
외부 수납공간은 전혀 없습니다.
쉬운 배낭은 아닌데 사용해 보면 매력있고 잘 설계되어 있습니다.
ㅎㅎ 표현력의 부족으로 무슨말을 쓸까 한참 생각했습니다..항상 지켜보면서 참 멋진 트레킹,멋진 여행을 하시는구나 생각했습니다..거기에 멋진 장비구성과 느낌가는 멘트들까지...부럽고 부러울 따름입니다...항상 멋지게 사시는 모습 앞으로도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참 음식도 ...^^
음악듣는것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오디오에도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LP를 사거나 신반 정보를 들여다 보는 시간보다(당시엔 CD가 별로 없던시절이라서) 스테레오매거진을 뒤적이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순간.. 거기서 오디오를 멈추었던 기억이 납니다.
트레킹을 위한, 안전을 위한, 효율성과 편안함을 위한 장비 본연의 role이 될 때 아웃팅이 더 근사해 지는 것 아닌가 합니다.
읽고 나누는 생각들의 이런 시간이 정말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생각쟁이님 연휴기간 좋은 시간 보내시고 아웃팅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그리고 뜻깊은 시간 시간이였음을 짐작해 봅니다. 언제나 멋진 모습으로 가봐야 할곳을 한 곳 더 알려주셨네요 ^^ 먹어보고 싶은 음식도 생기구요 ㅋㅋ 즐감했어요 케빈황님~~~
연휴 잘 쉬고 계시죠~ 살짝 더 날씨 좋아시면 가보세요. View가 너무 좋은데 쉘터안에만 있기에는 아까운 곳입니다. 일찍 올라가셔서 낮시간 여유있게 즑기시면 좋을듯~ (와인 한병 잊지 마시구)
삭제된 댓글 입니다.
칭찬릴레이 기분좋은 멘트 올해두 쭈~욱 부탁드립니다 ㅎ
주말 춘천부근 강변으로 캠핑나갔다왔는데 잠시 쉬어가는 겨울 너무 편안하게 다녀왔습니다.
역시 익스트림도 잼있고 편안한 캠핑도 좋아여~
겨울산과 케빈황님 프로필이 너무나 어울리는 멋진 사진이네요. 항상 섬세한 후기덕분에 많이 배웁니다.
사계절 멋진 인생을 즐기시는 여러분들과 이렇게 나누는 시간들이 정말 좋습니다~
물고기자리님 연휴 남은 하루 편안히 쉬세요~
케비황님의 멋진 감각과 열정을 좋아하는 플루트입니다.^^ 제가 웹상에서 만난 분들 중에서 자식에게 까지 PR을 하는
두 분이 있는데 바람과구름님(http://blog.daum.net/stevenkim/11881156) 그리고 케빈황님 입니다.^^
너무 칭찬릴레이라서 항상 살짝 무안합니다 ㅋ
일단 PR 고맙습니다 ㅎㅎ
올봄에는 좋은 기회만들어서 뵙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금요벙개라도 한번 쳐야 할 듯~
바람과구름님 블로그에 바로 구경가야 겠습니다.
양구에서 군생활했었는데 그때를 떠올리게 해주시내요. 눈 내린 아침 연병장에서 바라보이는 앞산의 설경과 운해가 정말 인상적이었지요. 시간내어 사명산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으.. 그 추운곳에서.. ㅎ
코스며 비박지며 참 괜찮은 장소더군요.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