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눈보라가 장마처럼 내리는 바람에 봄이 발목을 잡혔는지 아직까지 고액의 도시가스비를 지불하고 있고 2월 마지막 남은 휴가를 릴랙스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현역가왕이 만든 1대 가왕 전유진 양이 18살이라는데 볼매입니다. 물론 트롯 가수로써 가창력, 연기력 모두 흠잡을 때가 없지만 그를 열열이 지지하는 팬심 속에 섹슈얼리티가 들어있다고 봅니다. 가령 이용의 '잊혀진 계절'보다 아이유가 부르는 '잊혀진 계절'이 더 좋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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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앤오버'를 불렀던 나나무스끄리나 우리 시대 책받침 요정 올리비아 핫세의 느낌이 납니다. 마돈나가 에로스적이라면 전유진 양은 칸트가 말하는 '무심한 관심' 백치미가 트롯을 좋아하는 한국 남심을 사로잡은 것 같아요. 그러거나 말거나 음악은 너의 것이니 나의 (우리) 것 미술을 불러와야겠어요. 우린 미술인 아니가! 우리가 아는 것처럼 불과 200년 전만 해도 음악-과학-미술-의학-역사가 한뭉티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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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가 평생2500점의 작품을 그렸는데 생전에 팔린 작품이 몇 점인지 아시나요? 좋아하는 화가 한 명만 말하라고 하면 '빈센트 빌럼 반 고흐'(1853-1890.37세사망)의 이름을 꺼내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반 고흐는 네델란드가 낳은 색채의 마술사입니다. 그의 이름을 부를 땐 빈센트는 빼먹더라도 '반 고흐'까지는 불러줘야 해요. 부친이 개신교 목사이고 4명의 패밀리 중 장남인데 남동생 테오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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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로는 아를 시절 공동체 할 때 만난 고갱이 있어요, 렘브란트나 고갱은 개신교 성화를 많이 그렸는데 그들이 네덜란드 출신이라는 것 때문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별이 빛나는 밤에(Starry Night)’라는 작품입니다. 반 고흐는 밤하늘의 풍경을 자주 그렸어요, 단순히 상상 속의 밤하늘을 그린 것이 아니라 실제 밤하늘과 별을 보면서 그 풍경을 그대로 담았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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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이 불안정했던 반 고흐는 친구 고갱과 함께 크게 다투고 나서 한쪽 귀를 잘랐고, 동생 테오의 제안으로 프랑스 생 레미에 있는 정신병원에 머무르게 됩니다. 병원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그는 굉장히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별이 빛나는 밤에’ 역시 그때 작품 중 하나에요. 반 고흐는 이 그림을 하룻밤 사이에 그리지 않고 병원의 창문 너머 풍경을 21번이나 보면서 이 그림을 남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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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에’는 오늘날 반 고흐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동생과 주고받은 편지를 보면 정작 본인은 이 그림을 망작 취급을 했다고 해요. 이 작품은 소용돌이치는 방식으로 풍경을 담은 반 고흐 특유의 화풍을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오랫동안 많은 미술가들은 이런 스타일이 반 고흐의 불안정한 심리적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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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반 고흐는 이 그림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많은 미술가들은 이 작품에서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는 듯한 다양한 암시를 찾아내 해석한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의 새로운 수학적 분석에 따르면 반 고흐는 단순히 불안한 심리 상태를 반영해 이 작품을 완성한 것이 아니라 실은 19세기 후반 그 당시 한창 유행하기 시작한 최신의 천문학 이론에 매료되어 소용돌이(태풍의 눈)를 표현 했다는 설이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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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별이 빛나는 밤에’가 반 고흐의 자살을 암시한다고 해석되는 대표적인 이유는 그림 왼쪽에 크게 그려진 사이프러스 나무 때문이에요. 우리가 아는 것처럼 사이프러스 나무는 한 번 자르면 다시 자라지 않는다고 해서 죽음을 상징하는 징표로 해석했어요. 그리고 작품 속 소용돌이치듯 표현된 밤하늘의 모습 역시 그의 불안정한 심리를 반영한 결과라고 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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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뭐냐면 놀랍게도 반 고흐가 그린 소용돌이 패턴은 실제 자연에 존재하는 난류와 수학적으로 정확히 일치하는 완벽한 난류의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2004년 천문학자들은 허블 우주 망원경을 통해 목성의 소용돌이치는 구름 대기를 관측했어요. 속도가 다른 두 유체가 함께 만나고 있을 때 뒤섞이며 이런 난류가 발생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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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의 소용돌이치는 구름을 인상 깊게 본 한 물리학자는 고흐의 그림을 떠올렸고 반 고흐의 그림을 목성 대기를 분석할 때 썼던 것과 수학적으로 동일한 방식(콜로 모고 로프 방정식)으로 분석했습니다. 우선 반 고흐의 그림 속 소용돌이 패턴을 스캔해서 픽셀 단위로 분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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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접한 두 픽셀의 밝기와 색깔이 서로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를 수학적으로 비교해서, 동일한 밝기와 색깔을 갖고 있는 픽셀들 사이 거리가 어떻게 분포하는지, 얼마나 난류의 모습을 잘 따르는지를 파악합니다. 놀랍게도 반 고흐가 그린 소용돌이는 목성 대기의 난류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패턴이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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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흥미로운 것은 반 고흐의 정신 상태에 따라 작품 속의 난류 패턴이 달라진다는 점이에요. 반 고흐가 귀를 자른 직후 생 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하기 전인 1889년 1월 한쪽 귀에 붕대를 감고 파이프를 물고 있는 자화상을 남겼습니다. 귀를 자른 직후이기는 하지만 병이 심각해지기 전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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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화상에서 인접한 두 픽셀 사이의 색깔과 밝기를 비교해 보면 수학적으로 완벽한 난류 패턴이 확인되지 않아요. 하지만 생 레미 병원에 머물기 시작한 이후 반 고흐가 그린 작품을 보면 수학적으로 완벽한 난류 패턴이 점점 더 선명하게 묘사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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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수학적 분석은 죽음을 앞둔 고흐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가 이런 패턴을 그리게 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생기긴 했지만 혹 고흐는 단순히 우울한 감정을 담아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플라마리옹이 소개한 소용돌이치는 우주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아름다운 밤하늘을 그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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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작품 속 소용돌이가 수학적으로 정확히 난류 패턴을 보이는 건 그가 단순히 상상력으로 패턴을 그린 것이 아니라 당시 천문학자들이 관측한 나선 성운이라는 정확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인지 누가 압니까? 새로운 해석으로 다시 ‘별이 빛나는 밤에’를 바라봅시다. 어때요? 더 이상 스스로의 죽음을 예견한 고독한 예술가의 슬픈 감정이 안 느껴지지 않나요?
2024.2.25.sun.악동
Life is short, art is long(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