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세상이다. 스페인의 마드리드 시내에서 성남 사무실 풍경을 카메라로 들여다 보고 있으니... 방금 전 무음으로 해둔 스마트폰에 번호가 떴다. 자재를 사러 온 사람일까? 일에 대한 문의전화일까? 나는 무감각상태로 번호 속의 그들을 믿는다. 알아서 굴러가겠지! 18일간의 긴 여행의 일탈이 너무 길다 싶은 미안함이 마음을 괴롭힐 때면 추석연휴가 있었음을 상기시키곤 했다. 날짜 수를 조금이라도 줄여볼 심산으로.. 이 또한 삶의 연장인데 두고 온 나의 일들을 내팽개친듯한 나태함조차 잊어버린채 나는 여기 있는동안 열중할 뿐이다. 걷는 일. 눈만 뜨면 보이는 성당에 들어가서 감사를 전하는 일 사람들과 어울려 맥주 와인 마시기. 외부에서 예기치 않게 벌어지는 일로 곤혹스러운 상처 따위 받지 않아도 되었던 꿈같은 날들이었다. 이곳 스페인에 잠시 머물렀던 시간들은 돌아가기 위한 천국같았다. 이제 다시 꿈 속을 벗어나 현실의 세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어쩌면 마음 시끄럽고 복잡하여도 돌아갈 그곳은 새로운 천국이 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한동안 여행 속 여운을 안은채 새록새록 솟아나는 기억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생생한 기억으로 재생되어지는 것도 있을테고. 그 여운으로 나의 삶 곳곳은 풍요로울 것을 믿는다. 길에서 만난 풍요로운 경치, 그보다 좋았던건 풍경만큼이나 아름다웠던 사람들... 아침 뉴스 검색 1위에 올랐던 허수경 시인은 54세의 나이로 고독한 인생을 마감했다고 적혀 있었다. 나도 한때는 스스로의 동굴속에서 절대 빠져나오지 않는 것이 나를 지키는 일이라고 굳게 믿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이 곧 순례나 되는 것처럼... 하지만 영원한 안식이 내게 다가오는 날엔 원치 않아도 침묵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을 안다. 그러므로 온 몸과 마음의 열정이 사그라들기 전까진 유효한 삶의 풍요를 기꺼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고통이든 기쁨이든 받아들이며... 2018년 10월4일 10월4일
첫댓글 반갑습니다 우연히 보게된글에서 정겨움?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에 댓글 나깁니다. 더위한복판 좋은일만 가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