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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저는 일전에 봄꽃의 구근 일부를 수확 하였습니다.
크로커스를 선두로 무심히 피고 지고 또 피어나면서 “보시니 좋았다고 ”거듭 말씀하신 하느님 창조의 신비를 묵상하게 했던 구근을 캐면서
식물의 생육 최고 조건이 되는 각 구근 간의 간격과 깊이를 산출하고 식재한, 나의 지식 덕분에 저토록 고운 꽃들이 피었다고 봄 내내 우쭐했던 마음이 참 부끄러웠습니다.
지난 가을 심어졌던 구근들이 겨울을 견디고 봄을 살아가는 동안 자력으로 뿌리를 내리면서 애초에 심어진 깊이보다 더 깊숙이 이동 한 자리에서 꽃을 품었다는 것을 구근을 통해 확인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구근을 캐고 갈무리 하는 과정에서 저는 왜 우리 신부님이 생각났을까요?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처럼 무한한 위력으로 꽃을 피워 내는 그 구근의 경이로운 힘을 확인했을 때
당신만의 스타일로 덕수 공동체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시는 신부님의 모습이 overlap(연상) 되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넘치는 일상을 통해 참 많은 것을 저희들에게 전달해 주시는 바오로 신부님. 덕수에 오신 후 세 번째 맞이하신 이 축일에 신부님 덕분으로 우리 공동체는 그리스도적 삶의 방법을 체득하고 있다는 고백을 축하 선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독서와 복음을 선명히 기억하게 하는 잘 맞추어진 한판의 퍼즐을 보는 듯 명확한 강론과 사랑하는 교형 자매라 부르시는 그 따뜻한 어감은 우리 모두를 신부님을 향해 해바라기 하게 하고, 공동체의 정서와 영성이 자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십니다.
때로, 때때로 사면초가의 지경에 이르렀을 때 차마 울 수조차 없는 참담한 그런 때 신부님! 신부님의 강론을 통해 새 힘을 얻고 따뜻이 위로 받으며 세상안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는 고백 또한 축일 선물로 드립니다.
그리스도를 향해 다가가고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께 나아가도록 언제나 우리를 바라보며 이끌어 주시는 바오로 신부님! 신부님께서 저희들을 향해 뿜어내어 주신 것들에 반해, 되돌려 갚을 것 없는 상대적 가난이 저희들을 위축시키지만 그래도 더 열심히, 더 충실히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축하 선물로 또한 드립니다
신부님.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나를 따로 뽑으시어 당신의 은총으로 부르신 하느님”이라고 소명을 밝히신 바오로 사도가 받으신 사도직분처럼 그렇게 은혜로 받으신 신부님의 사제직이 더 아름답게 빛나시고 신부님의 모든 나날에 우리 하느님께서 위로자가 되어 주시기를 기도 중에 청하면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우리 신부님의 축일을 축하합니다.
장마 비 그친 오늘의 하늘처럼 맑고 높은 기상이 늘 신부님께 있으소서,
아멘
2019년 바오로 축일을 축하하며 덕수 본당 신자 일동 드립니다.
이 글은 이명희 엠마 자매님께서 신부님의 영명축일을 맞이하여 신자를 대표하여 신부님께 드린 축하글입니다. / 사진: 장순중 요셉 형제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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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동깊게 들었습니다. 멋져요 !!
감동 깊은 축하 글~감사합니다^^
우리가 전하고 싶은 마음을 어찌 그리도 꼭 찝어서 아름다운 말로 표현해 주시는지,
엠마 자매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