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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孟夏 맹하 초여름 賈엄(唐)
江南孟夏天 강남맹하천 강남의 초여름
紫竹筍如編자죽순여편 대나무 숲 죽순이 엮은 듯 솟아나네
蜃氣爲樓閣신기위루각 아지랑이는 뭉게뭉게 누각을 이루고
蛙聲作管弦와성작관현 개구리 소리가 그대로 관현악 이로다
湖上寓居雜詠 호상우거잡영
호숫가에 살며 읊다 姜夔강기
荷葉披披一浦凉하엽피피일포량
연잎은 너풀너풀 온 뻘이 시원하고
靑蘆奕奕夜吟商청로혁혁야음상
갈대는 한들한들 밤이면 가을 노래 읊는다
平生最識江湖味평생최식강호미
평생에 자연의 멋을 내가 가장 잘 아노니
聽得秋聲憶故鄕청득추성억고향
가을소리 들으니 고향이 생각나는구나
花園帶鋤 화원대서 꽃밭에 호미 메고 姜希孟 강희맹
荷鋤入花底 하서입화저 호미 메고 꽃 속에 들어가
理荒乘暮回 이황승모회 김을 매고 저물녁에 돌아오네
淸泉可濯足 청천가탁족 맑은 물이 발 씻기에 참 좋으니
石眼林中開 석안림중개 샘이 숲속 돌틈에서 솟아나오네
金剛途中금강도중 금강산 가는 길에 姜栢年강백년
百里無人響백리무인향 백리에 사람 소리 들리지 않고
山深但鳥啼산심단조제 산 깊어 들리느니 새 울음 소리
逢僧問前路봉승문전로 중 만나 앞 길을 물어 보고는
僧去路還迷승거로환미 중 가자 다시금 길을 잃었소
作墨戱題其額贈姜國鈞 작묵희제기액증강국균
그림을 그려 그위에 시 한수 적어 강국균에게
姜希孟강희맹 1424~1483
胡孫投江月호손투강월 강 속의 달을 지팡이로 툭 치니
波動影凌亂파동영능란 물결따라 달 그림자 조각조각 일렁이네
飜疑月破碎번의월파쇄 어라, 달이 다 부서져 버렸나
引臂聊戱玩인비료희완 팔을 뻗어 달 조각을 만져보려 하였네
水月性本空수월성본공 물에 비친 달은 본디 비어있는 달이라
笑爾起幻觀소이기환관 우습다. 너는 지금 헛것을 보는 게야
波定月應圓 파정월응원 물결 갈앉으면 달은 다시 둥글 거고
爾亦疑思斷이역의사단 품었던 네 의심도 저절로 없어지리
長嘯天宇寬장소천우관 한줄기 휘파람 소리에 하늘은 드넓은데
松偃老龍幹송언노룡간 소나무 늙은 등걸 비스듬히 누워 있네
峽行雜絶협행잡절 산골짝을 지나며 姜진
山翁夜推戶산옹야추호 산에 사는 노인이 지게문을 열고
四望立一回사망립일회 사방 한번 둘러보고 서서 하는 말
生憎啄木鳥생증탁목조 얄미운 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에
錯認縣人來착인현인래 마실온 마을 사람인줄 잘못 알았네
聽秋蟬 청추선 가을 매미 소리 姜靜一堂강정일당
萬木迎秋氣만목영추기 어느덧 나무마다 가을빛인데
蟬聲亂夕陽선성난석양 석양에 어지러운 매미 소리들
沈吟感物性침음감물성 제철이 다하는 게 슬퍼서인가
林下獨彷徨임하독방황 쓸쓸한 숲 속을 혼자 헤맸네
觀物吟관물음 사물을 바라보며 高尙顔 고상안 1553~1623
牛無上齒虎無角우무상치호무각
소는 윗니가 없고, 범은 뿔이 없으니
天道均齊付與宜천도균제부여의
하늘 이치 공평하여 저마다 알맞구나
因觀宦路升沈事인관환로승침사
이것으로 벼슬길에 오르고 내림을 살펴보니
陟未皆歡黜未悲척미개환출미비
승진했다 기뻐할것 없고, 쫒겨났다 슬퍼할 것 없다
田家夜春전가야춘 농가의 봄밤 高啓 고계
新婦舂糧獨睡遲신부용량독수지
신부가 방아 찧다가 혼자 늦게 잠들고
夜寒茅屋雨來時야한모옥우래시
차가운 밤, 초가에 비가 내리고 있다
燈前每囑兒休哭등전매촉아휴곡
등불 앞에는 우는 아이 달래라 매번 부탁하나니
明日行人要早炊명일행인요조취
내일 떠날 사람있어 일찍 밥지어야 한다네
山亭夏日산정하일 별장의 여름날 高騈(唐)
綠樹濃陰夏日長 록수농음하일장 파란나무 진한 그늘 여름날 지루하고
樓臺倒影入池塘 루대지영입지당 누대 그림자 연못에 거꾸로 비친다
水晶겸動微風起 수창겸동미풍기 수정발 살랑살랑 미풍이 일고
滿架薔薇一院香 만가장미일원향 장미꽃 만발하여 뜰에 향기 감돈다
山莊夜雨산장야우 산장의 밤비 高兆基 ~ 1157
昨夜松堂雨작야송당우 어젯밤 송당에 비가 왔는지
溪聲一枕西계성일침서 베갯머리 서편에선 시냇물 소리
平明看庭樹평명간정수 새벽녘 뜨락의 나무를 보니
宿鳥未離棲숙조미리서 자던 새는 둥지를 아직 떠나지 않았네
東平路 동평로에서 高適(唐) 고적
淸曠凉夜月청광량야월 맑게 탁 트인 서늘한 달밤
徘回孤客舟배회고객주 외로운 나그네로 배 안에서 배회하며
渺然風波上묘연풍파상 아득히 바람 치는 물결 위로
獨愛前山秋독애전산추 호올로 고향 땅 앞산의 가을을 그렸더니
秋至復搖落추지부요락 가을이 되어 다시 나뭇잎은 떨어져
空令行者愁공령행자수 길 떠난 자를 부질없이 시름겹게 하여라
除夜作제야작 섣달 그믐날에 만듦 高適고적
旅館寒燈獨不眠여관새등독불면
여관의 추운 등불아래 홀로 잠을 못이룬다
客心何事轉凄然객심하사전처연
나그네 마음은 어쩐지 외롭기만 하다
故鄕今夜思千里고향금야사천리
고향에서는 오늘밤에 멀리 있는 나를 생각하고있겠지
霜빈明朝又一年상빈명조우일년
서리 내린듯한 머리에 내일되면 한살 더 나이를 먹네
贈魏野處士증위야처사 위야 처사에게 寇準구준 961~1023
人間名利走鹿埃인간명리주녹애
사람들은 명리를 쫓아 속세를 헤매어 다니건만
惟子高閑晦盛才유자고한회성재
오직 그대만이 유유히 뛰어난 재주를 감추고 있네
欹枕夜風喧薛荔의침야풍훤폐례
베개머리에서 밤바람에 흔들리는 사철나무 소리 듣고
閉門春雨長莓苔폐문춘우장매태
방문 닫고서 봄비에 자라는 이끼의 소리를 듣는다네
詩題遠岫經年得시제원수경년득
詩題는 저 멀리 산봉우리에서 일년 내내 얻고
僧戀幽軒繼日來승연유헌계일래
스님들은 유심한 정자를 좋아해 날마다 찾아오네
却恐明君徵隱逸각공명군징은일
다만 두려운 건 군왕이 은둔한 그대를 찾는 것이니
溪雲誰得共徘徊계운수득공배회
계곡의 구름 아래를 누구와 함께 거닐 수 있겠는가
村居 촌거 시골에서 高鼎
草長鶯飛二月天초장앵비이월천
풀이 돋고 꾀꼬리 나는 이월
拂堤楊柳醉春煙불제양류취춘연
둑 위의 버드나무 봄 안개에 취한 듯 흔들거리고
兒童散學歸來早아동산학귀래조
어린아이들은 공부가 끝난 후 일찍 돌아와
忙진東風放紙鳶망진동풍방지연
동풍을 좇으며 종이 연을 날리네
聽角思歸청각사귀 피리소리에 고향생각 顧況 727-816
故園黃葉滿靑苔고원황엽만청태 고원에 낙엽 푸른 이끼 덮는다
夢後城頭曉角哀몽후성두효각애 꿈 깨니 성 가에 새벽 깨우는 소리 서럽고
此夜斷腸人不見차야단장인불견 이 밤 애끊는 이도 보이지 않으니
起行殘月影徘徊기행잔월영배회 기우는 달 아래 홀로 서성거린다
禾熟 화숙 벼가 익을 무렵 孔平仲(宋)
百里西風禾黍香백리서풍화서향
백리들판 서녘바람 선뜻불고 벼 기장 향그럽게 익었는데
鳴泉落竇穀登場명천락보곡등장
샘물 졸졸 바위 위를 흐르고 탈곡장에 곡식 들어온다
老牛粗了耕耘債노우조료경운채
늙은 소는 이것으로 논밭갈이 채무를 얼추 갚았는가
齧草坡頭臥夕陽설초파두와석양
꼴씹으며 석양빛 언덕위에 가로 누웠네
雲 구름 郭震(唐)곽진
聚山虛空去復還취산허공거복환
허공에 모였다가 흩어지고 갔다간 또 오는데
野人閑處倚공看야인한처의공간
야인이 한가롭게 지팡이 짚고 서서 바라본다네
不知身是無根物부지신시무근물
스스로 뿌리 없는 신세인 것을 모르고
蔽月遮星作萬端폐월차성작만단
달 가리고 별 막으며 별짓을 다하는구나
西村 서촌 절간 마을의 어부 郭祥正(宋)곽상정
遠近皆僧刹 원근개승찰 여기저기 모두가 절간
西村八九家 서촌팔구가 마을이라야 인가가 고작 여덟 아홉
得魚無賣處 득어무매처 잡은 물고기 팔 곳도 없는지라
沽酒入蘆花 고주입노화 술 사들고 갈대꽃 숲 속으로 들어간다네
退居琵琶山퇴거비파산
물러나 비파산에 살면서 郭再祐 곽재우 1552∼1617
朋友憐吾絶火煙붕우연오절화연
친구들은 속세와 인연끊은 나를 불쌍히 여겨
共成衡宇洛江邊공성형우낙강변
함께 낙동강 변에 집을 지어주었네
無饑只在啖松葉무기지재담송엽
나 굶지 않아요, 다만 솔잎을 씹고
不渴惟憑飮玉泉불갈유빙음옥천
목마르지도 않아요, 맑은 샘물 마신다오
守靜彈琴心淡淡수정탄금심담담
고요한 마음지키며 거문고타니, 마음은 담담하고
杜窓調息意淵淵두창조식의연연
두견새우는 창가에 앉았더니 생각은 맑고 깊어라
待山月 대산월 산위에 뜨는 달 기다리며 皎然(唐) 교연
夜夜憶故人 야야억고인 밤마다 밤마다 벗님 그리워
長敎山月待 장교산월대 산 위에 뜬 달 본체만체 하였더라네
今宵故人至 금소고인지 오늘 밤 그 벗님 오셨는데
山月知何在 산월지하재 산 위에 뜨던 그 달 어딜 갔는지
畵眉鳥화미조 개똥 지빠귀 歐陽修구양수 1007-1072
百囀千聲隨意移백전천성수의이
마음대로 다니며 온갖 소리 다 내고
山花紅紫樹高低산화홍자수고저
붉은꽃 자주꽃, 높고 낮은나무 아무데든 지저귄다
始知鎖向金籠廳시지쇄향금롱청
이제서야 알았네. 금으로 된 새장속의 소리가
不及林間自在啼불급임간자재제
수풀속에서 제멋대로 내는 소리에 미치지 못함을
華山화산 寇準(宋)구준
只有天在上 지유천재상 그 위로는 하늘이 있을 뿐
更無與山齊갱무여산제 더불어 겨를 산이 없네
擧頭紅日近 거두홍일근 머리 드니 붉은 해가 가깝고
回看白雲低회간백운저 고개 돌리니 흰 구름이 낮게 깔렸네
尋西山隱者不遇 심서산은자불우 서산의 은자를 못만고 邱爲구위
絶頂一茅茨절정일모자 가장 높은 곳에 띳집 하나
直上三十里직상삼십리 곧바로 삼십 리나 올라갔다오
扣關無僮仆구관무동부 문을 두드려도 나와 맞는 아이 하나 없고
窺室惟案几규실유안궤 방안을 들여다보니 책상 하나뿐이네
若非巾柴車야비건시거 허술한 수레 타고 가지 않았다면
應是釣秋水응시조추수 틀림없이 가을 물가에 낚시 갔을 것이네
差池不相見차지부상견 길 어긋나 만나지 못하고
黽勉空仰止 민면공앙지 머뭇거리며 공연히 생각만하네
草色新雨中초색신우중 내리는 비속의 풀빛 푸르고
松聲晩窗裏송성만창리 저녁 녘 창문에서 들리는 솔바람 소리
及茲契幽絶급자계유절 지금의 그윽한 경치 마음에 들어
自足蕩心耳자족탕심이 흡족히 내 마음과 귀를 씻어주네
雖無賓主意 수무빈주의 비록 손님과 주인의 생각 몰라도
頗得淸淨理파득청정리 다소간 맑고 깨끗한 이치 얻었네
興盡方下山흥진방하산 기분 다하면 산 내려가리니
何必待之子하필대지자 어찌 반드시 그대 오기를 기다릴까
題畵 제화 그림에 부처 歸莊(淸) 귀장
巖穴幽樓盡隱淪 암혈유루진은륜
동굴에 숨어사는 사람 모두 明나라의 遺民隱士들
抱琴扶杖往來頻 포금부장왕래빈
거문고 안고 단장 짚고 자주들 오고 가네
山家長日無餘事 산가장일무여사
산중 긴 하루 하는 일 따로 없고
一局閑消洞裏春 일국한소동리춘
바둑 한판에 봄날이 가네
屋繞靑山竹遍栽 옥요청산죽편재
푸른 산 집을 에워싸고 뜰에는 온통 대나무
棋枰茗碗酒甁開 기평명완주병개
바둑 두며 茶 마시고 술병을 따네
此中勝景非天地 차중승경비천지
이러한 경치 속세가 아닐지니
邦得閑人入畵來 방득한인입화래
어찌 아무나 그림 속에 들어오게 할 것이랴
七夕偶書 칠석우서 權擘 권벽 1520-1593
浮世紛紛樂與悲 부세분분락여비 기쁨과 슬픔으로 뜬 세상 어지럽고
人生聚散動相隨 인생취산동상수 만나고 흩어짐은 인생길을 따르누나
莫言天上渾無事 막언천상혼무사 천상에는 아무런 일 없다고 하지 말라
會合俄時又別離 회합아시우별리 만남은 잠깐일뿐 다시 헤어지느니
自詠자영 내 모습 權好文권호문 1532~ 1587
偏性獨高尙편성독고상 모난 성격 홀로 고상함을 지켜
卜居空谷中복거공곡중 텅 빈 골짜기에 집 짓고 살지
전林鳥求友전림조구우 숲속엔 벗 찾는 새소리 맑고
落체花辭叢 락체화사총 섬돌엔 나풀나풀 어여쁜 꽃잎들
簾捲野經雨렴권야경우 주렴 드니 들에는 지나가는 빗줄기
襟開溪滿風금개계만풍 냇가 가득 부는 바람 옷깃 열어주네
淸吟無一事청음무일사 일없이 청아한 한 수 시를 읊으니
句句是閑功구구시한공 구절구절 참 이렇게 한가로울 수가
春日偶題춘일우제 봄날에 權필 1569~1612
老去仍多病 노거잉다병 늙어 가매 병만 늘어가는데
生涯任陸沈 생애임육침 생애를 티끌 세상에 내맡겨 두네
雲山千里夢 운산천리몽 천리 먼 꿈 속엔 구름에 잠긴 산
霜撗百年心 상 백년심 백년의 마음은 서리 센 살적일레
曉雨鶯聲滑 효유앵성활 새벽 비에 꾀꼬리 소린 매끄러웁고
春江柳色深 춘강류색심 봄 강의 버들 빛은 깊어만 가네
如何艶陽節 여하염양절 이렇듯 아름답고 좋은 시절에
痗痗動悲吟 매매동비음 어찌하여 구슬피 읊조리는가
途中도중 길을 가다가 權필 1569∼1612
日入投孤店일입투고점 날 저물어 들은 외딴 주막집
山深不掩扉산심불엄비 산 깊어 사립문은 닫지도 않고
鷄鳴問前路계명문전로 닭 울어 앞길을 물어 가려니
黃葉向人飛황엽향인비 가랑잎 가랑잎만 날리어 올 뿐이네
宮柳궁류 궁궐의 버드나무 權필 1569∼1612
宮柳靑靑花亂飛궁류청청화난비
궁궐 뜨락 버들은 푸르르고 꽃잎은 어지러이 흩날리는데
滿城冠蓋媚春暉만성관개미춘휘
온 성안의 벼슬아치들은 봄빛을 받아 아양을 떠는누나
朝家共賀昇平樂조가공하승평락
조정에서는 태평성대의 즐거움을 함께 축하했는데
誰遣危言出布衣수견위언출포의
누가 위태로운 말을 한갓 선비에게서 나오게 했는가
述志술지 내평생의 뜻 吉再길재
臨溪茅屋獨閑居임계모옥독한거
개울가 초가집 지어 한가히 홀로사니
月白風淸興有餘월백풍청흥유여
달은 밝고 바람은 맑아 즐거움이 넘치네
外客不來山鳥語외객부래산조어
손님이 찾지 않아도 산새들이 이야기 하고
移床竹塢臥看書이상죽오와간서
대나무 둔덕으로 평상을 옮겨 누워 글을 읽는다오
偶吟우음 우연히 읊다 吉再
竹色春秋堅節義 죽색춘추견절의
봄가을 대나무 빛 절개를 굳게 하고
溪流日夜洗貪濫 계류일야세탐람
밤낮 흐르는 개울물 탐욕을 씻어낸다
心源瑩靜無塵態 심원형정무진태
마음의 근원 맑고 고요하여 속기라곤 하나 없고
從此方知道味甘 종차방지도미감
이때부터 알겠네, 도의 맛이 감미로움을
五更殘月窓前白 오경잔월창전백
오경에 지는 달은 창문 앞에 밝고
十里松風枕上淸 십리송풍침상청
십리를 불어오는 소나무 바람, 잠자리를 맑게 하네
富貫多勞貧賤苦 부관다노빈천고
부귀 누리기는 힘이 들고, 빈천은 고통스러우니
隱居滋味與誰評 은거자미여수평
숨어 사는 재미를 누구와 함께 말하리오
村里촌리 시골 마을 金克己(高麗)
靑山斷處兩三家 청산단처양삼가
푸른 산 다한 곳에 두세 채 초가집
抱 廻一傾斜 포롱영회일경사
언덕 끼고 돌아가는 비탈진 오솔길
讖雨廢地蛙閣閣 참우폐지와각각
비에 웅덩이 개구리 개골개골
相風高樹鵲査査 상풍고수작사사
높은 나무 맞바람에 까치가 까악까악
境幽楊巷埋荒草 경유양항매황초
조용한 마을 버드나무 거리, 황폐한 풀 속에 묻혀있고
人寂柴門掩落花 인적시문엄낙화
사람 드문 사립문은 지는 꽃잎에 가려있네
塵外勝遊聊自適 진외승유료자적
별천지 선경을 나만이 즐기자니
笑他奔走覓紛華 소타분주멱분화
명리 찾아 분주한 사람들 우습구려
始遊京城시유경성 서울에 와서 金錦園 1817-1851
春雨春風未暫開 춘우춘풍미잠개
봄바람은 봄비 섞어 불어오는데
居然春事水聲間 거연춘사수성간
어느덧 좋은 봄철 오고 가누나
擧目何論非我土 거목하논비아토
내 고향이 아니라고 탓할 것 없고
萍遊到處是鄕關 평유도처시향관
부평초처럼 어디나 살면 고향
絶 句 金得臣 1604 ∼1684
夕照轉江沙 석조전강사
저녘노을 곱게 강 모래위에 비추고
秋聲生遠樹 추성생원수
가을소리 먼 숲속에서 들려오네
牧童叱犢歸 목동질독귀
목동이 소를 몰고 바삐 돌아오고
衣濕前山雨 의습전산우
산에 내리는 비 옷이 흠뻑 젖는구나
謾吟만음 미소 띄우며 金得臣 1604-1684
爲人性癖每耽詩 위인성벽매탐시
사람의 성벽이 늘상 시에 빠져서
詩到吟時下字疑 시도음시하자의
시 이르러 읊조릴 젠 글자 놓기 망설이네
終至不疑方快意 종지불의방쾌의
망설임이 없어야만 마음에 쾌하거니
一生辛苦有誰知 일생신고유수지
일생의 괴로움을 알 사람 그 누구랴
落花吟 낙화음 떨어지는 꽃을 보며 金炳淵
曉起飜驚滿山紅 효기번경만산홍
새벽에 일어나 온 산 붉음에 깜짝 놀랐네
開落都歸細雨中 개락도귀세우중
꽃 피고 지는 것이 오직 가랑비에 달렸도다
無端作意移粘石 무단작의이점석
무한한 창조의 뜻 바위에 옮겨 붙이고
不忍辭枝到上風 불인사지도상풍
차마 가지를 떠나지 못해 바람에 날려 지는구나
鵑月靑山啼忽罷 견월청산제홀파
두견은 청산 달 아래 홀연히 울음 멈추고
繁華一度春如夢 번화일도춘여몽
무성하고 화려한 봄 지남이 다만 꿈과 같아서
坐嘆城南頭白翁 좌탄성남두백옹
성남의 머리 흰 노인 홀로 탄식 하도다
詠笠영립 나의 삿갓은 金炳淵 김병연
浮浮我笠等虛舟 부부아립등허주 머리에 쓴 내 삿갓 가볍기 빈 배 같아
一着平生四十秋 일착평생사십추 어찌하다 쓰게 되어 사십 평생 흘렀네
牧竪輕裝隨野犢 목수경장수야독 목동은 간편히 쓰고 소 먹이러 나가고
漁翁本色伴沙鷗 어옹본색반사구 늙은 어부 갈매기와 낚시질 할때 쓰네
醉來脫掛看花樹 취래탈괘간화수 취하면 벗어서 걸고 꽃 나무 바라보고
興到携登翫月樓 흥도휴등완월루 흥나면 벗어들고 누에 올라 달을 보네
俗子衣冠皆外飾 속자의관개외식 세상사람들 의관은 겉치레일 뿐이지만
滿天風雨獨無愁 만천풍우독무수 세상의 비바람도 삿갓 있어 걱정 없네
山民산민 화전민 金昌協김창협 1651~1708
下馬問人居 하마문인거 말에 내려 인가를 찾아가 보니
婦女出門看 부녀출문간 아낙네 문간에 나와 맞이하네
坐客茅屋下 좌객모옥하 띠집 처마아래 손을 앉게 하고
爲我具飯餐 위아구반찬 나를 위해 밥과 반찬 내어오네
丈夫亦何在 장부역하재 남편은 어디에 나가 있는지
扶리朝上山 부리조상산 아침에 소 끌고 산에 올랐는데
山田苦難耕 산전고난경 산밭을 일구느라 고생을 하며
日晩猶未還 일만유미환 저물도록 돌아오지 못한다네
四顧絶無隣 사고절무린 사방을 둘러봐도 이웃은 없고
鷄犬依層巒 계견의층만 개와 닭도 산기슭에 의지해 사네
中林多猛虎 중림다맹호 숲 속에는 사나운 호랑이 많아
採藿不盈盤 채곽불영반 나물도 마음대로 못 뜯는다네
哀此獨何好 애차독하호 슬프다 외딴 살이 어찌 좋으리
崎嶇山谷間 기구산곡간 험하고 험한 산골짝에서
樂哉彼平土 락재피평토 평지에 살면 더없이 좋으련만
欲往畏縣官 욕왕외현관 가고 싶어도 벼슬아치 두렵다네
竹林亭十詠東嶺霽月죽림정십영동령제월 金昌協 김창협
夕霽臥遙帷 석제와요유 비갠 저녁에 넓은 장막에 누우니
東峰綠煙歇 동봉록연헐 동쪽 봉우리에 푸른 연기 사라진다
開簾滿地霜 개렴만지상 주렴을 여니 땅에 가득히 서리 내렸고
竹上已明月 죽상이명월 대나무 숲 위의 달이 이미 밝게 떠올랐구나
못 가에서 金昌翕 1653-1752 김창흡
寂寂臨池坐 적적림지좌 못 가에 가만 앉았노라니
風來水面過 풍래수면과 수면 스치며 바람이 온다
高林有病葉 고림유병엽 병든 나뭇잎 숲에 있길래
一箇委微波 일개위미파 하나 주어서 물결에 띄우네
蘭皐平生詩 난고평생시 金炳淵김병연 1807~1863
鳥巢獸穴皆有居 조소수혈개유거 날짐승도 길짐승도 제 집이 있건만
顧我平生獨自傷 고아평생독자상 나는 한평생 혼자 슬프게 살아 왔노라
芒鞋竹杖路千里 망혜죽장로천리 짚신에 지팡이 끌고 천릿길 떠돌며
水性雲心家四方 수성운심가사방 물처럼 구름처럼 가는 곳이 내 집이였다
尤人不可怨天難 우인불가원천난 사람도 하늘도 원망할 일이 못 되어
歲暮悲懷餘寸腸 세모비회여촌장 해마다 해가 저물면 혼자 슬퍼했노라
初年自謂得樂地 초년자위득락지 어려서는 이른바 넉넉한 집에 태어나
漢北知吾生長鄕 한북지오생장향 강가 이름 있는 고향에서 자랐노라
簪纓先世富貴人 잠영선세부귀인 조상은 부귀영화를 누려 왔던 사람들
花柳長安名勝庄 화류장안명승장 장안 에서도 이름 높은 가문 이였다
隣人也賀弄璋慶 인인야하농장경 이웃 사람들 생남했다 축하해 주며
早晩前期冠蓋場 조만전기관개장 언젠가는 출세하리라 기대 했건만
髮毛稍長命漸奇 발모초장명점기 자랄수록 운명이 자꾸만 기구하여
灰劫殘門飜海桑 회겁잔문번해상 오래잖아 상전이 벽해처럼 변했소
依無親戚世情薄 의무친척세정박 의지할 칝척 없고 인심도 각박한데
哭盡爺孃家事荒 곡진야양가사황 부모마져 돌아가셔 집안이 망했도다
終南曉鍾一納履 종남효종일납리 새벽 종소리 들으며 방랑길 오르니
風土東邦心細量 풍토동방심세양 생소한 객지라서 마음 애달팠노라
心猶異域首丘狐 심유이역수구호 마음은 고향 그리는 떠돌이 여호 같고
勢亦窮途觸藩羊 세역궁도촉번양 신세는 궁지에 몰린 양같은 나로다
南州從古過客多 남주종고과객다 남쪽 지방은 자고로 과객이 많은 곳
轉蓬浮萍經幾霜 전봉부평경기상 부평초 처럼 떠돌아가기 몇 해던고
搖頭行勢豈本習 요두행세기본습 머리 굽신거림이 어찌 내 본성이리오
口圖生惟所長 구도생유소장 먹고 살아가기 위해 버릇이 되었도다
光陰漸向此中失 광음점향차중실 그런 중에도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가
三角靑山何渺茫 삼각청산하묘망 삼각산 푸른 모습 생각사록 아득하네
江山乞號慣千門 강산걸호관천문 떠돌며 구걸한 집 수없이 많았으나
風月行裝空一囊 풍월행장공일낭 풍월 읊는 사랑방은 언제나 비었도다
千金之子萬石君 천금지자만석군 큰 부자 작은 부자 고루 찾아다니며
厚薄家風均試嘗 후박가풍균시상 후하고 박한 가풍 모조리 맛보았노라
身窮每遇俗眼白 신궁매우속안백 신세가 기구해 남의 눈총만 받다 보니
歲去偏傷빈髮蒼 세거편상빈발창 흐르는 세월속에 머리만 희었도다
歸兮亦難佇亦難 귀혜역난저역난 돌아가자니 어렵고 머무르기도 어려워
幾日彷徨中路傍 기일방황중로방 노상에서 방황하기 몇 날 몇 해이던고
有客유객 나그네 金炳淵김병연
千里行裝付一祠 천리행장부일사
천리를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떠돌다 보니
餘錢七葉尙云多 여전칠엽상운다
주머니에 남은 돈이라곤 옆전 일곱닢이 전부이네
囊中戒爾深深在 낭중계이심심재
그래도 너만은 주머니 속 깊이 간직하려 했건만
野店斜陽見酒何 야점사양견주하
황혼에 술집앞에 이르니 어이 그냥 지나치리오
艱貧간빈 가난이 괴롭다 金笠 1807~1863
地上有仙仙見富 지상유선선견부
지상의 신선은 부자만 보이는가
人間無罪罪有貧 인간무죄죄유빈
인간에게 죄 없으니, 가난이 죄일세
莫道貧富別有種 막도빈부별유종
빈자 부자가 따로 있다고 말하지 말게나
貧者還富富還貧 빈자환부부환빈
가난한 자 부자되고, 부자 다시 가난해지거늘
自詠 자영 스스로 읊다 金炳淵 1807~1863
寒松孤店裡 한송고점리 겨울 소나무 외로운 주막에
高臥別區人 고와별구인 한가롭게 누웠으니 딴세상 사람일세
近峽雲同樂 근협운동락 산골짝 가까이 구름과 같이 노닐고
臨溪鳥與隣 임계조여린 개울가에서 산새와 이웃하네
치銖寧荒志 치수영황지 하찮은 세상 일로 어찌 내 뜻을 거칠게 하랴
詩酒自娛身 시주자오신 시와 술로써 내 몸을 즐겁게 하리라
得月卽帶憶 득월즉대억 달이 뜨면 옛생각도 하며
悠悠甘夢頻 유유감몽빈 유유히 단꿈을 자주 꾸리라
自顧偶吟자고우음 나를 돌아보며 金炳淵 1807∼1863
笑仰蒼穹坐可超 소앙창궁좌가초 창공을 우러러 웃으며 초월했다가
回思世路更초초 회사세로경초초 세상 길 돌이키면 다시 또 아득해
居貧每受家人謫 거빈매수가인적 가난하다 집사람에게 핀잔을 받고
亂飮多逢市女嘲 난음다봉시녀조 어지러이 마신다 여인들이 놀리네
萬事付看花散日 만사부간화산일 세상만사 흩어지는 꽃이라 여기고
一生占得月明宵 일생점득월명소 일생 밝은 달밤 같이 살려 했는데
也應身業斯而己 야응신업사이기 내게 주어진 팔자가 이것뿐이거니
漸覺靑雲分外遙 점각청운분외요 청운의 꿈 분수 밖임을 차츰 깨닫네
責索頭 책색두 내 머리를 돌려 달라함을 책망하다 金笠
我股雖斷無索處 아고수단무색처
내 다리가 비록 잘려서 찾을 곳이 없건만
劍事燕南水東流 검사연남수동류
劍극은 연 나라 남쪽에 동으로 흐르는 물과 같이 사라졌도다
英雄已許好肝膽 영웅이허호간담
영웅이 이미 즐거이 마음을 허락했으니
鬼神何關空 귀신하관공촉루
귀신은 어찌 공연히 해골을 구하는가
逢場爾若不開口 봉장이약불개구
만난 자리에서 그대가 만약 입을 열지 않았으면
失手男兒還自羞 실수남아환자수
실수했던 이 사나이는 돌이켜 스스로 부끄러워하 였을 것을
資吾西入責在誰 자오서입책재수
나를 도와 서쪽으로 들어가게 함은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秦索其時樊將軍 진색기시번장군
진 나라도 그 당시에 번 장군을 찾고 있었으니
靑山督亢竝書裏 청산독항병서리
청산에는 독항 땅과 아울러 서류 속에 넣었고
白日阿房同劍投 백일아방동검투
백일에는 아방궁에서 동시에 칼을 던졌도다
瀛兒還柱亦足快 영아환주역족쾌
영가의 아이는 기둥을 돌아감에
匕首英魂楓返秋 비수영혼풍반추
비수와 영용한 혼은 이에 가을 단풍 잎 따라 가 버렸네
烏頭往劫 門夕 오두왕겁계문석
오두사가 지나간지 오래 된 계문의 저녁에
何故將軍怨語 하고장군원어추
무엇 때문에 장군은 원망하는 말을 추추히 하는고
魂歸北邙每受嘲 혼귀북망매수조
나의 혼이 북망산에 돌아가서 매번 조소를 받았고
事去西天猶載讐 사거서천유재수
일은 끝났지만 서쪽 하늘에는 오히려 원수가 건재하니
難忘千古勇士元 난망천고용사원
천고의 용사의 머리를 잊기 힘드니
無怪渠心恨悠悠 무괴거심한유유
그 큰마음의 한이 유유함은 괴이치 안도다
山東俠月至今白 산동협월지금백
협기를 품은 달은 지금도 희건만
有口荊卿言欲酬 유구형경언욕수
입 가진 형경도 한마디하여 대답하고자 하노라
千金爾諾假手苦 천금이락가수고
천금같은 그대 승낙은 나의 수고를 빌렸으니
一劍吾行知己由 일검오행지기유
칼 하나에 몸을 맡긴 나의 떠남은 오로지 지기 때문이었도다
函中兩目亦親見 함중양목역친견
함 속에서 부릅뜬 그대의 두 눈이 역시 친히 보았듯
敗則其天誰怨尤 패즉기천수원우
실패함은 즉 하늘의 뜻이니 누구를 원망할 건가
佳人無復斷手恨 가인무부단수한
아름다운 여인 은 다시 손 자른 한이 없건만
處士何會刎頸憂 처사하회문경우
처사는 무엇 때문에 목 찔렀던 번민을 모으는고
今雖有頭更何用 금수유두갱하용
오늘 비록 목이 있다한들 다시 무엇에 쓰리오
草木空山同腐朽 초목공산동부휴
초목이 우거진 빈 산에서 함께 썩고 있을 것을
人形本非斷復續 인형본비단부속
사람의 형체는 본시 끊었다 다시 잇지 못하는 법
俗語誠云恩反仇 속어성운은반구
옛말에 진실로 은혜를 돌이켜 원수로 갚는다
樊家七族盡殞首 번가칠족진운수
번가의 칠족이 모두 머리를 잘리었으니
此亦於秦能索否 차역어진능색부
이 역시 진 나라에서 찾을 수 없도다
當初胡奈大膽傾 당초호내대담경
당초에 어찌 대담하게 마음이 움직였더니
畢竟空然朽骨求 필경공연후골구
필경 공연히 마른 뼈만 구한단 말인가
頭還故國爾何妨 두환고국이하방
그대 머리는 고국에 돌아왔으니 무엇이 꺼릴 것인가
好擲咸陽丘秋草 호척함양구추초
함양 언덕에 가을 풀 속에 잘 던져 있거늘
妻와 妾 金炳淵김병연 1807∼1863
不熱不寒二月天 불열불한이월천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월달에
一妻一妾最堪憐 일처일첩최감련 아내와 소실이 견디는 꼴이 가련하다
鴛鴦枕上三頭竝 원앙침상삼두병 원앙 금침엔 머리 셋이 나란히 있고
翡翠衾中六臂連 비취금중육비연 비취 이불 속에는 여섯 팔이 나란하구나
開口笑時渾似品 개구소시혼사품 함께 웃을 때 어우러진 입의 모습은 마치 品자와 같고
飜身臥處燮成川 번신와처섭성천 몸 뒤집어 누운 옆모습은 川자와 같구나
東邊未了西邊事 동변미료서변사 동쪽이 다 끝나기도 전에 다시 서쪽으로 돌아눕고
更向東邊打玉拳 경향동변타옥권 또 다시 동쪽을 향해 옥 같은 손목을 쓰다듬네
貧吟빈음 가난한 사람을 읊음 金炳淵
世今隨富不從貧 세금수부부종빈
세상은 지금 부를 따르고 가난을 쫓지 않으니
誰記山村冷瘦人 수기산촌냉수인
누가 산촌에서 볼품 없는 사람을 기억이나 하리
唯有乾坤無厚薄 유유건곤무후박
오로지 하늘과 땅은 후하고 박함이 없어서
寒門茅屋亦生春 한문모옥역생춘
가난한 초가집에도 역시 봄은 움트네
破字詩파자시 파자한 시 金炳淵김병연 1807~1863
仙是山人佛人不 선시산인불인불
신선은 산사람이요, 부처님은 사람이 아닐세
鴻惟江鳥鷄奚鳥 홍유강조계해조
큰 기러기도 강 가 새인데, 닭 어찌 새 아니리
氷消一點還爲水 빙소일점환위수
한조각 얼음이 녹으면 다시 물이 되고
兩木相對便成林 양목상대편성림
나무 두 그루 마주 서니 문득 숲을 이루네
問杜鵑花문두견화 진달래 꽃에 묻다 金炳淵
問爾窓前鳥 문이창전조 묻노니 창 앞에 우는 새야
何山宿早來 하산숙조래 어느 산에서 자고 아침 일찍 왔느뇨
應識山中事 응식산중사 산 속의 일, 너는 응당 알테니
杜鵑花發耶 두견화발야 산 속에 진달래꽃이 얼마나 피었더냐
賞景상경 경치를 즐기다 金炳淵
一步二步三步立 일보이보삼보립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걷다가 서보니
山靑石白間間花 산청석백간간화
산은 푸르고 바윗돌 흰데 틈틈이 꽃이 피었네
若使畵工模此景 약사화공모차경
만약 화공에게 이 경치를 그리라고 한다면
基於林下鳥聲何 기어림하조성하
숲 속의 새소리는 어떻게 그릴까
松都甘露寺次惠遠韻 제송도감로사차혜원운 金富軾1075~1151
俗客不到處 속객부도처 세속 나그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登臨意思淸 등임의사청 올라오니 생각이 해맑아진다
山形秋更好 산형추갱호 산의 모습은 가을이라 더욱 곱고
江色夜猶明 강색야유명 강 물빛은 밤인데도 오히려 밝다
白鳥高飛盡 백조고비진 해오라기 높이 날아 사라져 가고
孤帆獨去輕 고범독거경 외론 돛만 혼자서 가벼이 떠간다
自慙蝸角上 자참와각상 달팽이 뿔 위에서
半世覓功名 반세멱공명 功名을 찾아다닌 반평생이 부끄럽구나
觀瀾寺樓관란사루 관란사 누대 金富軾 김부식
六月人間暑氣融 육월인간서기융
세속의 유월은 더위가 가득한데
江樓終日足淸風 강루종일족청풍
강루에는 종일토록 청풍불어 좋아라
山容水色無今古 산용수색무금고
산모양 물빛은 고금이 한결같으나
俗態人情有異同 속태인정유이동
세상의 풍속과 사람의 인정은 다름이 있다
舴艋獨行明鏡裏 책맹독행명경리
거룻배는 맑은 거울 속을 홀로 가는데
鷺鶿雙去畵圖中 로자쌍거화도중
가마우지 한 쌍 그림 속으로 날아간다
堪嗟世事如銜勒 감차세사여함륵
아아, 세상사 마치 재갈과 굴레같아
不放衰遲一禿翁 불방쇠지일독옹
약하고 둔한 한 늙은이 놓아주지 않는다
再過楊季平村舍 양계 평촌사를 두 번째 지나며 金士衡 1341∼1407
碧溪西畔亂山東 벽계서반란산동
서에 푸른 시내 흐르고 동에 산들이 어지럽게 서있네
楊子高亭活畵中 양자고정활화중
양자의 높은 정자 그림속에 살아 있으니
淸福豈容人久假 청복기용인구가
이 맑은 복을 어찌 남에게만 오래 주고 있으랴
勝遊眞似夢還空 승유진사몽환공
멋진 놀이는 참으로 허무하게 돌아온 꿈만 같도다
樂生莫作千年調 락생막작천년조
인생이 천년을 고루 살기를 즐기지 마라
養拙甘爲一野翁 양졸감위일야옹
수양하여 한날 野翁이 됨이 좋으련만
不久收身同結社 부구수신동결사
멀지 않아 몸을 거두고 함께 모일 것이니
半分溪月與山風 반분계월여산풍
시냇가에 저 달과 산바람을 반만 나누어 주오
上洛府院君상락부원군 상락부원군에 대한 輓詞 金士衡 1341∼1407
傳家積善正無倫 전가적선정무론 대대로 전해 오는 積善이 뛰어나고
眞箇東韓社稷臣 진개동한사직신 진실로 동한에 사직의 신하였지
許國寸心雙 雪 허국촌심쌍 설 나라에 마음 바쳐 귀밑머리 희어졌고
接人和氣一團春 접인화기일단춘 사람 대하는 그 화기는 일단의 봄이었지
芸臺繪綵殊勳著 운대회채수훈저 운대에서 필단 잡아 큰 공로 드러나고
玉輦親臨寵數新 옥레친임총수신 어가가 왕림하여 은총이 새로웠네
六十七年渾似夢 육심칠년혼사몽 육십칠년 모두다 꿈속과도 같아라
歌凄楚響淸晨 가처초향청신 처량한 상여소리 새벽에 들리네
登津寬寺 등진관사 金雲楚 1800 -1857
山寺尋登凍凍街 산사심등동동가
언 길 지나 산사를 찾았네
雪花滿發坊坊佳 운화만발방방가
눈꽃 만발하여 곳곳이 아름다워라
寒風靜去丹靑壁 한풍정거단청벽
찬바람 단청 벽 고요히 지나고
暖日動輝銀白階 난일동휘은백계
따스한 햇살 은백의 섬돌 위 빛나네
梵語淸聲空隱隱 범어청성공은은
경 읽는 맑은 소리 하늘가 은은히 울리는데
松枝微舞鳥 송지미무조
솔가지 가는 떨림 새가 개개히 우는구나
死生境界分何處 사생경계분하처
삶과 죽음의 경계는 어디인가
一色乾坤萬物諧 일색건곤만물해
한 빛의 하늘과 땅 만물이 화락하는 것을
感興감흥 저녁에 金淨김정
落日臨荒野 낙일임황야 지는 해는 거친 들로 떨어지고
寒鴉下晩村 한아하만촌 갈가마귀 저무는 마을에 내리네
空林烟火冷 공림연화냉 빈 숲에 저녁 연기 썰렁한데
白屋掩荊門 백옥엄형문 초가집엔 사립문은 닫혀
畵竹화죽 대나무 그림에 부쳐 戴熙 (淸) 대희
雨後龍孫長 우후용손장 비 온 뒤 대나무 쑥쑥 자라고
風前鳳尾搖 풍전봉미악 바람 부니 대나무 산들거리네
心虛根저固 필허근저고 속 비었고 뿌리 굳으니 (뿌리저)
指日定干宵 지일정간소 이제 곧 하늘까지 닿으리라
脫意 탈의 金時習1435~1493
萬壑千峰外 만학천봉외 만학천봉 저 너머
孤雲獨鳥還 고운독조환 외로운 구름 외로운 새 돌아가네
此年居是寺 차년거시사 금년은 이 절에서 머문다만
來歲向何山 래세향하산 내년 해는 어느 산으로 발길이 갈지
風息松窓靜 풍식송창정 바람은 자고 松窓은 고요해
香鎖禪室閑 향쇄선실한 향가지 불 삭아 禪室이 한가롭다
此生吾已斷 차생오기단 이 生은 이미 내 몫이 아님이여
樓迹水雲間 루적빙운간 물가는 곳 구름 따라 흘러가리라
晝意 주의 대낮에 金時習 1435~1493
驟暄草色亂紛披 취훤초색난분피
따뜻하여 풀빛은 어지러이 날리고
睡覺南軒日午時 수교남헌일오시
대낮에 남쪽 마루에서 잠을 깬다
更無世緣來攪我 갱무세연래교아
다시는 세상 인연으로 날 흔들지 않으리니
心身鍊到化瓔兒 심신련도화영아
마음과 몸이 단련되면 어린아이로 된다오
有客 나그네 金時習
有客淸平寺 유객청평사 청평사에 들린 나그네
春山任意遊 춘산임의유 춘산에 뜻대로 노니는데
鳥啼孤塔靜 조제고탑정 탑 고요한데 새는 울고
花落小溪流 화락소계류 꽃이 떨어져 작은 시내에 흐르며
佳菜知時秀 가채지시수 아름다운 나물 때를 알아 돋아나고
香菌過雨柔 향균과우유 향긋한 버섯 비 맞아 부드럽네
行吟入仙洞 행음입선동 길가며 읊조리고 선동으로 들어서니
消我百年憂 소아백년유 나의 백 년 근심이 녹는구나
閒中記聞한중기문 金時習
可憐門閥皆佳族 가련문벌개가족 슬프다 문벌은 모두 훌륭한 집안으로
虛老風塵獨可悲 허노풍진독가비 세월에 헛되이 늙으니 홀로 구슬프도다
五老峯下論理坐 오로봉하론이좌 오로봉 아래에서 이치 논하며 앉았자니
世人皆稱道也知 세인개칭도야지 세상 사람 모두 도를 안다 일컫네
我生나의 인생 時習金김시습
我生旣爲人 아생기위인 내가 나서 이미 사람이 되어 있었네
胡不盡人道 호부진인도 어찌 사람의 도리 다하지 않으리오
少歲事名利 소세사명리 젊어서는 명리를 일삼았고
壯年行顚倒 장년행전도 장년이 되어서는 자빠지고 넘어졌네
靜思縱大뉵 정사종대뉵 고요히 생각하면 크게 부끄러우니
不能悟於早 불능오어조 일찍이 깨닫지 못한 탓이라
後悔難可追 후회난가추 후회해도 돌이키기 어렵고
寤擗甚如搗 오벽심여도 깨달으니 가슴이 다듬이질 하듯 하다
況未盡忠孝 황미진충효 아직 충효를 다하지 못했거늘
此外何求討 차외하구토 그 밖에 또 무엇을 구하고 찾으리오
生爲一罪人 생위일죄인 살아서는 한 사람의 죄인 되고
死作窮鬼了 사작궁귀료 죽어서는 궁색한 귀신 되겠네
更復騰虛名 갱부등허명 다시 헛된 이름 또 일어나니
反顧增憂惱 반고증우뇌 돌아보니 근심번뇌만 더하니
百歲標余壙 백세표여광 백년 후에 이내 무덤 표할 적에는
當書夢死老 당서몽사로 꿈속에 죽은 늙은이라 그렇게만 쓸지어다
庶幾得我心 서기득아심 행여나 내 마음 알아주어
千載知懷抱 천재지회포 천년 뒤 이내 회포 알아나 주소
乍晴乍雨사청사우 개었다가 다시 또 비 내리네 金時習
乍晴乍雨雨還晴 사청사우우환청
잠시 개었다, 비 내리고 다시 개었다가 비 내린다
天道猶然況世情 천도유연황세정
하늘도 이러한데 하물며 세상인심 이야
譽我便是還毁我 예아편시환훼아
나를 기리던 이 곧 도리어 나를 헐뜯으니
逃名却自爲求名 도명각자위구명
명예를 외면하던 이 도리어 공명을 구하네
花開花謝春何管 화개화사춘하관
꽃이야 피든 지든 봄이야 무근 상관이랴
雲去雲來山不爭 운거운래산불쟁
구름이 오고 가도 산이야 다투지 않네
寄語世人須記認 기어세인수기인
세상 사람에 이르노니 모름지기 알아두소
取歡無處得平生 취환무처득평생
기쁨을 얻어도 평생토록 누릴 곳은 없다는 것을
벌레먹은 어금니 金時習 1435~1493
伊昔少年日 이석소년일 옛적 젊은 시절에는
당眉決체肩 당미결체견 눈 부릅뜨고 돼지다리 뜯었는데
自從牙齒우 자종아치우 어금니 벌레먹은 뒤로는
已擇脆甘嚥 이택취감연 무르고 단 것만 가려서 먹는다네
細芋烹重爛 세우팽중란 작은 토란도 삶은 걸 또 삶고
兒鷄煮復煎 아계자부전 어린 닭도 익히고 또 익히네
如斯得滋味 여사득자미 이렇게 해야 먹을 수가 있으니
生事可堪憐 생사가감련 사는 일이 참 불쌍타 하겠네
無題무제 金時習 김시습
終日芒鞋信脚行 종일망혜신각행
종일토록 짚신 신고 내키는 대로 걸어
一山行盡一山靑 일산행진일산청
산을 다 걸으면 또 푸른 산
心非有想奚形役 심비유상해형역
마음은 물건이 아닌데 어찌 육체의 노예가 되며
道本無名豈假成 도본무명기가아
진리는 이름이 없거늘 어찌 위선을 행하리오
宿露未晞山鳥語 숙노미희산조어
밤이슬 마르지도 않는 새벽에 산새들 지저귀고
春風不盡野花明 춘풍부진야화명
봄바람 살랑 살랑 불어오고 들꽃은 밝구나
短 歸去千峰靜 단공귀거천봉정
짧은 지팡이 짚고 돌아가니 수천 봉우리고요하고
翠壁亂煙生晩晴 취벽난연생만청
맑은 저녁 하늘 이끼낀 푸른 절벽에 안개자욱하다
學詩학시 金時習 김시습 1435~1493
客言詩可學 객언시가학 客은 시를 배울 수 있다 말을 하지만
詩法似寒泉 시법사한천 시의 법은 차가운 샘물과 같은거라
觸石多嗚咽 촉석다오열 돌에 부딪치면 목메어 울다가도
盈潭靜不喧 영담정부훤 연못에 가득차면 고요해 소리 없네
屈莊多慷慨 굴장다강개 굴원과 장자는 강개함 많았는데
魏晉漸拏煩 위진점나번 魏晉에 이르러선 점차 번다해졌지
斷尋常格 단심상격 尋常한 격조야 끊어 없앤다 해도
玄關未易言 현관미이언 묘한 이치 말로는 전하기 어렵다오
村燈촌등 촌마을의 등불 金時習1435~1493
日落半江昏 일락반강혼 해 지니 강이 어스름에 싸이고
一點明遠村 일점명원촌 한 점 불빛이 먼 촌마을 밝히네
熒煌穿竹徑 형황천죽경 村燈 대나무 좁은 길에 스며들어
的歷透籬根 적력투리근 환히 울타리 안으로 드는구나
旅館愁閒雁 여관수한안 여관에 들려오는 기러기 울음
紗窓倦繡鴛 사창권수원 비단 창엔 수놓은 원앙이 앉았고
蕭蕭秋葉雨 소소추엽우 쓸쓸히 가을잎에 비는 내려
相對正銷魂 상대정소혼 마주보니 혼이 다 녹아버리누나
觀史有感관사유감 옛 역사를 보면 金堉 1580~1658
古史不欲觀 고사부욕관 옛 역사는 보고 싶지가 않아
觀之每병淚 관지매병루 볼 때마다 눈물이 흐르는 걸
君子必困厄 군자필곤액 군자들은 반드시 곤액을 당하고
小人多得志 소인다득지 소인들은 득세한 자들이 많으니
垂成敗忽萌 수성패홀맹 성공할 즈음이면 문득 패망 싹트고
欲安危已至 욕안위이지 안정 될 듯하면 이미 위태함 따르네
從來三代下 종래삼대하 삼대시대 이후로는 오늘날까지
不見一日治 부견일일치 하루도 제대로 다스려진 적 없다오
生民亦何罪 생민역하죄 백성들이 무슨 잘못이 있으랴
冥漠蒼天意 명막창천의 저 푸른 하늘의 뜻 알 수가 없네
旣往尙如此 기왕상여차 지난 일도 오히려 이러하거늘
而況當時事 이황당시사 하물며 오늘날의 일이겠는가
有感유감 슬픔 金堉김육 1580 ~ 1658
世事不堪說 세사부감설 세상 일 차마 말은 못하지만
心悲安可窮 심비안가궁 슬픔이 어찌 끝이 있으랴
春風雙涕淚 춘풍쌍체루 봄 바람에 두 줄기 눈물 흘리며
獨臥萬山中 독와만산중 홀로 깊은 산속에 누워 있다네
菊 국화 金堉김육 1580~1658
繞舍循除皆種菊 요사순제개종국 집둘레와 섬돌가에 온통 국화 심었더니
開窓隨處可看花 개창수처하간화 창문 열면 곳곳마다 국화꽃 만발했네
翻嫌堆岸黃金色 번혐퇴안황금색 꽃더미 언덕 이뤄 황금색이 넘쳐나니
却似貪錢富貴家 각사탐전부귀가 돈만 아는 부귀가라 남들이 욕하려나
苔磯釣魚 태기조어 이끼 낀 물가에서 낚시 드리우고 김류 1571~1648
日日沿江釣 일일연강조 날마다 강가에서 고기 낚는데
呑釣盡小鮮 탄조진소선 낚시 무는 놈은 모두 잔챙이
誰知滄海水 수지창해수 누가 알까, 저 푸른 바닷물 속에
魚有大於船 어유대어선 배보다 더 큰 고기 있음을
夏日 하일 여름날 金三宜堂김삼의당
日長窓外有薰風 일장창외유훈풍
창밖에 낮은 길고 향기로운 바람 이는데
安石榴花個個紅 안석류화개개홍
어찌하여 석류화는 하나하나 붉게 익는가
莫向門前投瓦石 막향문전투와석
문 앞으로 기와조각 돌조각을 던지지 말라
黃鳥只在綠陰中 황조지재녹음중
푸른 그늘 속에는 꾀꼬리가 있단다
幽居卽事유거즉사 한가히 살며 金仲權 김중권
家貧營産少 가빈영산소 집이 가난하여 살림살 적고
草色滿庭除 초색만정제 풀빛만 뜰에 가득하도다
妻病惟須藥 처병유수약 아내가 병들어 약이 필요하고
兒癡懶讀書 아치라독서 아이는 어리석어 글읽기에 게으르도다
菊從晴後種 국종청후종 국화는 비갠 뒤에 옮겨심고
苽向晩來鋤 고향만래서 오이밭은 저녁때 쯤에 김을 맨다
漸覺幽居好 점각유거호 차츰 한가히 사는 맛을 알겠노니
門無長者車 문무장자차 집에는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은구나
白鷺사(絲/鳥)백로사 盧仝(唐) 노동
刻成片玉白鷺鷥 각성편옥백로사
옥으로 다듬었나 백로 한 마리
欲捉殲鱗心自急 욕착섬린심자급
물고기 잡으려고 마음 조이며
翹足沙頭不得時 교족사두부득시
물가 모래밭에 발 쫑긋 세웠거늘
傍人不知謂閑立 방인부지위한립
사람들은 영문 모르고 그 모습 한가롭다 말하네
村醉 촌취 시골에서 술에 취해 盧仝노동
村醉黃昏歸 촌취황혼귀 저물어 취하여 돌아오다
健倒三四五 건도삼사오 몇 번이고 비틀비틀 넘어졌도다
摩挲靑莓苔 마사청매태 푸른 이끼 짓밟아 버려서
莫嗔驚著汝 막진경저여 자네를 놀래킨 것 성내지 말아다오
自遺 자유 속내 羅隱(唐) 나은
得卽高歌失卽休 득즉고가실즉휴
득의할 땐 노래하고 실의할 땐 쉬어가며
多愁多恨亦悠悠 다수다한역유유
근심 많고 한 많은 세상 그렁저렁 살아가세
今朝有酒今朝醉 금조유주금조취
오늘 술 생기면 오늘 취하고
明日愁來明日愁 명일수래명일수
내일 근심일랑 내일로 미뤄두세
待月 달을 기다리며 凌雲 (조선 후기의 기생)
郞云月出來 랑운월출래 달 뜨면 오시겠다 말해 놓고서
月出郞不來 월출랑불래 달 떠도 우리 임은 오시지 않네
想應君在處 상응군재처 아마도 우리 임 계시는 곳엔
山高月上遲 산고월상지 산이 높아 저 달도 늦게 뜨나 봐
寒江獨釣圖 한강독조도 唐肅(元) 당숙
非爲投竿僞好奇 비위투간위호기
고기를 잡자는 게 아니고 호기심 때문인데
髭江寒凍折釣翁 자강한동절조옹
자강 바람 추위에 수염이 꽁꽁 얼어 붙었네
綠知雪壓縫牕曉 록지설압봉창효
봉창에 쌓인 눈으로 날이 밝은 것 알았거니와
不載漁歸只載詩 부재어귀지재시
고기는 싣지 않고 시만 돌아오네
空山春雨圖 戴熙 대희
空山足春雨 공산족춘우 빈산에 봄비 내리고
緋桃間丹杏 비도간단행 복숭아꽃 살구꽃 울긋불긋
花發不逢人 화발불봉인 꽃이 피어도 봐주는 이 없고
自照溪中影 자조계중영 스스로 개울속 그림자로 비춰보네
春江獨釣 춘강독조 戴叔倫 (唐) 대숙륜
獨釣春江上 독조춘강상 홀로 봄 강에 낚시대 드리우니
春江引趣長 춘강인취장 봄 강의 흥취가 마냥 길구나
斷煙루草碧 단연루초벽 풀밭에 서린 안개 파랗고
流水帶花香 류수대화향 꽃잎 떠가는 강물 향기롭다
心事同沙鳥 심사동사조 마음은 백사장의 갈매기와 같아
浮生寄野航 부생기야항 뜬구름 같은 인생을 쪽배에 실었노라
荷衣塵不染 하의진부염 연잎 옷은 애당초 먼지에 물들지 않았으니
何用濯滄浪 하용탁창랑 무삼 창랑수에 빨래를 하랴
贈殷亮 증은량 은량에게 부치는 노래 戴叔倫 732-789
日日河邊見水流 일일하변견수류
한종일 나는 강기슭에 앉아 물을 바라보노라
傷春未已復悲秋 상춘미이복비추
서러운 봄 채 가시우기 전에 애달다 가을이 또 찾아오누나
山中舊宅無人住 산중구택무인주
황량한 고향은 찾을 길도 없는데 옛집엔 사는 이도 없다하더고
來往風塵共白頭 래왕풍진공백두
풍진에 싸여 사는 몸이라서 모두다 머리칼이 세어 가나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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