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 일요일
[백]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대영광송신경교중
전례력으로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은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이다. 축일명대로,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임금)이심을 기리는 날이다. 예수님께서는 정치권력을 장악하여 백성을 억누르는 임금이 아니라, 당신의 목숨까지도 희생하시며 백성을 섬기시는 메시아의 모습을 실현하셨다. 스스로 낮추심으로써 높아지신 것이다. 1925년 비오 11세 교황께서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정하셨다.
한국 천주교회는 1985년부터 해마다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간(올해는 오늘부터 11월 30일까지)을 ‘성서 주간’으로 정하여, 신자들이 일상생활 가운데 성경을 더욱 가까이하고 자주 읽으며 묵상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하느님 말씀은 그리스도인 생활의 등불이기 때문이다.
오늘 전례
오늘은 연중 마지막 주일로,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우리가 임금이신 그분의 사제직에 참여하게 되었으니, 하느님께서는 우리 정신을 밝게 비추시어, 섬기는 것이 다스리는 것임을 깨닫게 해 주실 것입니다. 세상 모든 군주의 임금, 그리스도 우리 주님을 형제들에게 삶으로 증언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합시다.
.
제1독서<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이다.>
▥ 다니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7,13-14
13 내가 밤의 환시 속에서 앞을 보고 있는데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나
연로하신 분께 가자 그분 앞으로 인도되었다.
14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93(92),1ㄱㄴ.1ㄷ-2.5(◎ 1ㄱ)
◎ 주님은 임금님, 위엄을 입으셨네.
○ 주님은 임금님, 위엄을 입으셨네. 주님이 차려입고 권능의 띠를 두르셨네. ◎
○ 누리는 정녕 굳게 세워져 흔들리지 않네. 예로부터 주님 어좌는 굳게 세워지고, 영원으로부터 주님은 계시네. ◎
○ 당신 법은 실로 참되며, 당신 집에는 거룩함이 서리나이다. 주님, 길이길이 그러하리이다. ◎
제2독서<세상 임금들의 지배자께서 우리가 한 나라를 이루어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셨습니다.>
▥ 요한 묵시록의 말씀입니다.1,5ㄱㄷ-8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5 성실한 증인이시고 죽은 이들의 맏이이시며
세상 임금들의 지배자이십니다.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 피로 우리를 죄에서 풀어 주셨고,
6 우리가 한 나라를 이루어 당신의 아버지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신 그분께
영광과 권능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
7 보십시오, 그분께서 구름을 타고 오십니다.
모든 눈이 그분을 볼 것입니다.
그분을 찌른 자들도 볼 것이고
땅의 모든 민족들이 그분 때문에 가슴을 칠 것입니다.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멘.
8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으며 또 앞으로 오실 전능하신 주 하느님께서,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마르 11,9.10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받으소서! 다가오는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는 복되어라!
◎ 알렐루야.
복음<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8,33ㄴ-37
그때에 빌라도가 예수님께 33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하고 물었다.
34 예수님께서는 “그것은 네 생각으로 하는 말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관하여 너에게 말해 준 것이냐?” 하고 되물으셨다.
35 “나야 유다인이 아니잖소?
당신의 동족과 수석 사제들이 당신을 나에게 넘긴 것이오.
당신은 무슨 일을 저질렀소?” 하고 빌라도가 다시 물었다.
36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37 빌라도가 “아무튼 당신이 임금이라는 말 아니오?”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복음묵상
(요한18,33ㄴ-37)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오늘은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전례력으로 볼 때 한 해의 마지막 주일, 교회 전례는 아주 장엄하게 우리의 예수님께서 온 누리의 임금이심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빌라도는 예수님께 이렇게 심문합니다.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당신은 무슨 일을 저질렀소?” 이에 대해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우리가 왕의 개념을 떠올릴 때 대개는 세상 속에서 백성들을 힘으로 군림하고 다스리는 왕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총독이었던 빌라도는 예수님이 그렇게 세상 속에서 힘으로 군림하고 다스리는 왕으로 알고, 무엄하게도 예수님께서 무슨 일을 저질렀냐고 하면서 물어보았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빌라도의 질문에 당신의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당신은 진리를 증언하기 위해서 오셨다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우리가 왕(王)이라는 한자를 보게 되면 참 희한하게도 윗 획과 아래 획의 가운데 십자가가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윗 획은 하늘을 의미하고 아래 획은 땅을 의미한다고 했을 때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십자가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곧 진정한 왕의 본질은 바로 하늘과 땅을 연결하듯 하느님과 사람을 이어주며 참된 구원으로 이끌어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우리의 예수님은 바로 십자가의 희생, 곧 지극한 사랑으로 당신의 목숨을 바쳐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주시는 진정한 왕이신 분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진정 임금이신 예수님의 백성이라면 우리도 역시 주님의 사명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도 역시 주님께서 지극한 사랑을 통해 하느님과 사람을 이어주신 모습처럼 우리도 내가 만나는 이웃들을 하느님께로 이어주는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부분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우리도 역시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던 것처럼 세상 속에서 진리를 증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나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힘과 힘이 맞서면서 끝나지 않는 전쟁과 더불어 계속되는 정치의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의 이야기를 듣고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우리는 고통 속에서 아파하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사람들의 울부짖음에 대해서는 귀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봅니다.
우리의 주님께서는 당신의 백성들의 고통의 울부짖음을 들으시고 그냥 지나치시는 분이 아니시라 가장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직접 다가가셔서 그들을 사랑으로 돌봐주시고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주신 분이심을 우리는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진리이시고, 사랑이신 우리의 주님께서는 우리도 당신의 길을 따라 살아가기를 바라시면서 우리를 당신께로 부르시고 초대하십니다. 우리가 언제나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우리도 역시 하느님과 사람을 이어가는 십자가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함께 기도했으면 합니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