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내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젠가 새끼 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곳으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삭기도 전이다. 어디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갓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 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 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 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워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라운 종이에 받아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첫댓글 수라: 아수라
어지러운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나
싸움이 끝난 직후의 모습
처음 만난 새끼 거미: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 버렸다.
두 번째 만난 큰 거미: 서러워하며 문밖으로 쓸어버렸다.
세 번째 만난 무척 작은 새끼 거미: 슬퍼하며 보드라운 종이에 받아 문밖으로 버렸다.
이 시의 제목이 왜 '수라'일까?
수라는 거미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비극적 상황이다.
시대적 배경과 관련지으면 일제하에 가족 공동체가 무너진 우리 민족의 현실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