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다릅니다. 경제적 이유일 것입니다. 일단 먹고살아야 하니까요. 하고 싶은 일을 기다렸다가는 굶어죽기 십상입니다. 그러니 좋든 싫든 일단 부딪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좋아서가 아니라 당장 입에 풀칠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사실 그 이유 때문에 온갖 불공평과 불이익도 감수하는 것입니다. 참자. 자존심 때문에 걷어차고 나간들 누가 먹여주겠는가, 그러니 눈물을 삼키며 참습니다. 좋아서 하는 일도 아니고, 자존심도 구기고, 이렇다 할 위로도 없고, 그래도 버텨야 합니다. 그게 인생이려니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걷습니다.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현실적인 생존법칙에 따라서.
그렇게 입사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기적과 같습니다. 선망의 대상인 회사입니다. 그 안에서도 부러워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감당하기 어려운 자리이기도 합니다. 1개월을 버틴 사람이 많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자리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본인도 모릅니다. 그냥 이력서를 냈고 여러 군데 낸 중에서 유독 여기서만 연락이 왔답니다. 면접 일에 찾아들어서니 직원들 쳐다보는 시선이 꼭 동물원 우리 안에 있는 짐승을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선임 비서가 깜짝 놀라 맞습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을 이런 회사에 지원하도록 했는가 의아스러운 표정입니다. 인사과에서 한 일이니 도리 없습니다. 그래서 편집장실로 들여보냅니다. 편집장의 보는 눈은 더 까딸스럽지요. 간단히 주고받은 대화로 불합격을 예감하고는 나옵니다. 그런데 비서가 쫓아와 당장 출근하라는 지시를 전달해줍니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주니 모두가 놀랍니다. 아니 어떻게 네가 그런 회사에 들어갈 수가 있다냐? 그렇게 신나게 축하를 받기는 했지만 출근 당일부터 예기치 못한 생활이 시작됩니다. 오늘 우리 식으로 이야기한다면 아주 간단히 말해서 온갖 ‘갑질’이 쏟아집니다. 근무시간이 따로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 부를지 모릅니다. 편집장 ‘미란다’는 그야말로 그 회사의 왕입니다. 아니 왕도 신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가 있지요. 여기는 질문이 없습니다. 지시만 있고 복종만 있습니다. 여차하면 잘립니다. 본인도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라는 것이지요. 누가 있으라 사정하지 않습니다. 하기야 누가 아쉽습니까?
딱 1년, 그러고 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설 거야. 그것이 꿈입니다. 남친과도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삶을 만들 수 있겠지. 그 꿈을 안고 참고 적응해갑니다. 회사의 일원이 되어가고 치장도 달라집니다. 직원들도 놀라고 친구들도 부러워하고 남친도 좋아합니다. 너는 무엇을 입어도 예뻐. 사실은 더 예뻐진 것을 경탄하며 말해준 것입니다. 문제는 그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가며 둘 사이에 시간의 간격이 생기는 것입니다. 흔히 발생하는 문제, ‘일이냐 사랑이냐’로 고민하게 만듭니다.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합니까? 함께 일하는 선배가 조언(?)합니다. 한 쪽이 잘되려면 한 쪽이 희생해야지.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습니까?
그래도 시간이 흐르며 미란다의 신임을 얻습니다. 그만큼 애쓰고 헌신했다는 말입니다. 옆에 자리를 넘겨줄 선배도 인정합니다. 이 자리에 1년만 버티면 동 업종에서 어디라도 못갈 곳이 없다고 말해준 적이 있습니다. 미란다를 견딘 사람은 실력과 인성에 있어서 모두 인정을 한다는 뜻이지요. 여기저기서 스카우트 하려고 한답니다. 선배가 꿈꿔온 파리 출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란다는 선배 ‘에밀리’가 아닌 ‘앤디’ 자기를 데리고 가려합니다. 선배가 낙심천만 기절하고 말텐데, 그럴 수는 없는 일이지요. 미란다는 단호합니다. 마음대로 해. 네 선택이야. 어쩌면 좋습니까? 아무리 사회가 모질다 하더라도 사람의 도리가 있는 법인데 말입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앤디의 결단과 상관없이 파리로 동행합니다. 사실 미란다가 처음 자기 비서로 앤디를 채용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주관이 뚜렷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더라는 그 성품에 끌렸습니다. 마치 자기의 분신을 보는 듯 즐거웠을 것입니다. 이 철없는 아이가 과연 잘 버틸까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리라 짐작합니다. 배운 만큼 똑똑하기도 하고 당당하기도 하고 나아가 성실하고 또 치열합니다. 그래서 금방 신뢰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비서를 얻기 또한 쉽지 않으리라 느꼈을 것입니다. 그 마음이 나중에 추천서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제대로 본 것이지요. 역시 뛰어난 사람이 그런 사람을 알아봅니다.
파리 업무 출장 중에 앤디는 자기 길을 결심합니다. 미란다의 그림자 역할은 이제 그만하면 됐다 싶었던 것입니다. 자기를 찾는 셀 폰을 분수대에 내던지고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옵니다. 잠시 딴 세상을 경험했습니다. 짧지만 참으로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경험은 아마도 매우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생의 값진 경험이요 또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았습니다. 2006년 작품이네요. 우연히 최근 다시 보았는데 아직도 흥미진진합니다. 그리고 근래 문제되고 있는 직장 ‘갑질’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쩌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괜찮은 영화~~^^!
예, 또 봐도 재밌네요. ^&^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입니다. ^&^
좋은 영화평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잘 보고 갑ㄴ다
감사합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