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에서 처음 발견된 NDM-1 내성 발현 박테리아가 파키스탄, 유럽에 이어 일본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한편, 일본의 한 대학병원에서 다재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에 의한 집단 감염으로 9명이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고 합니다. 연이은 슈퍼 박테리아(?) 사건으로 항생제 내성 균주에 대한 걱정과 공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 신종플루 대란에 이은 슈퍼 박테리아 대란이 일어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금주 팟캐스트의 내용을 정리해 이곳에 옮깁니다.
1. 신종 슈퍼 박테리아는 어떤 것인가요?
이번에 언론에 보고되고 있는 신종 슈퍼 박테리아는 2009년 인도 뉴델리에서 최초로 발견되어 "뉴델리 메탈로 베타 락타메이즈-1(New Delhi Metallo-beta-lactamase-1)", 줄여서 NDM-1이라는 이름의 내성 기전이 발현되는 박테리아입니다. 현존하는 항생제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카바페넴(carbapenem) 계열의 항생제에도 내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언론에는 모든 항생제에 저항성을 가진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습니다만, 실제로는 두 가지 항생제(tigecycline & colistin)에 치료 효과(susceptible)가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인도의 뉴델리를 넘어 파키스탄, 영국, 방글라데시, 미국 등에서 NDM-1이 발현 내성균이 보고 되었고, 최근 가까운 일본에서도 감염 사실이 1건 확인(관련기사)되는 등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2. 일본에서 9명의 사망자를 낸 슈퍼 박테리아는 무엇인가요?
일본에서 46명이 집단으로 감염되어 9명의 사망자를 낸 슈퍼 박테리아는 이미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확인된 것으로 다양한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Multidrug-resistant Acinetobacter baumannii)라는 박테리아인데, 이번 일은 그 병원의 감염 관리 시스템 문제 때문인 것으로 추정(관련기사)되고 있습니다.
3. 슈퍼 박테리아가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가 있나요?
슈퍼 박테리아가 확산되고 있지만 신종플루처럼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박테리아는 신종플루같은 바이러스처럼 호흡기나 손으로 쉽게 전염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항생제 내성률이 높은 슈퍼 박테리아는 주로 병원에서 많이 발견되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감염되고 전염될 가능성은 더욱 낮습니다.
이렇게 감염이 쉽지 않은 신종 슈퍼 박테라아가 국경을 넘어서까지 전파된 데에는 '의료 관광'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는 의료비가 싸고 대기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인도로 의료 서비스를 받으로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번에 영국에서 신종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된 사람들 대부분이 인도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밝혀져 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의료 비용이 인도보다 싸고 대기 시간도 길지 않아 인도로 의료 관광을 떠나는 사람이 거의 없고, 실제 지난 8월 질병관리본부에서도 NDM-1이 발현되는 신종 슈퍼 박테리아가 국내에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4. 슈퍼 박테리아 감염이 병원을 통해 많이 발생하는 이유가 있나요?
바이러스와 감염과 달리 박테리아는 피부의 상처나 혈액, 침습적인 기구 등을 통해 주로 감염이 됩니다. 때문에 상처난 환자가 많고, 혈액이나 침습적인 기구를 다루는 일이 많은 병원에서는 감염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건강한 사람에서는 박테리아에 감염이 되더라도, 대부분의 세균이 사람의 면역체계에 의해 사멸되기 때문에 별 일 없는 경우가 많지만, 병원에는 중환자나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사람이 많기 때문에 단순 박테리아에 의한 감염으로도 사망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병원에서는 중증 감염 환자도 많고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로 존재하는데 이 역시 병원에서 슈퍼 박테리아가 쉽게 전파되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5.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테리아와 항생제 개발의 역사를 전쟁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전쟁은 1940년대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가 발명이 된 이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류가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면, 박테리아는 스스로 그 항생제에 대항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거기에 대처해 인류가 새로운 항생제를 또 개발하는 형태가 반복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은 현대 보건의학에서 불가피한 일로 여겨지고 있지만, 최근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박테리아가 내성을 획득하는 속도가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 속도보다 빨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항생제 내성이 발현되는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항생제의 오남용 탓이 가장 큽니다. 그러나 이 책임은 의료진에게도 있고, 환자에게도 있습니다. 항생제는 박테리아에만 작용하고 바이러스 질환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또한 박테리아의 종류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박테리아에 따라 항생제의 사용법이 다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병의원에서는 감기같은 바이러스 질환에도 항생제 처방 비율이 높다고 하며, 적절한 항생제 사용 수칙에 따라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소아 환자의 부모 중에는 감기 같은 질환에 항생제 처방을 강력히 원해 처방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며, 처방된 항생제를 복용 기간에 맞춰 복용하지 않을 때도 많다고 합니다.
특히 다른 약보다 항생제는 복용 기간이 굉장히 중요한데, 약복용 중 증상이 좋아졌다고 중간에 약복용을 중단하면, 일부 살아남은 세균이 다시 자라나면서 그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될 가능성이 커지니 주의해야 합니다.
6. 항생제 내성을 막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일반인에게 중요한 것은 복용 기간을 반드시 지켜는 것입니다. 하루, 이틀 약을 먹고 증상이 나아졌다 하더라도 중간에 약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항생제는 먹을 수록 내성이 심해진다"라고 잘못 알고 약을 중단하는 사람도 많습니다만, 항생제에 대한 내성은 우리 몸에 누적되는 것이 아니라 세균이 획득하는 것이니, 세균이 내성을 획득하지 못하게 하려면 복용 기간을 지켜 병원성 세균을 한 번에 사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7. 슈퍼 박테리아는 "Super"하지 않다
'신종 슈퍼 박테리아' 또는 '슈퍼 박테리아'라는 이름 때문에 불안감과 공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름이 예전에 없던 세균이 불현듯 나타났거나 세균의 병원력이 강해졌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존에 존재하던 박테리아에 새로운 내성 기전이 더해진 것이지 실제 박테리아가 슈퍼맨처럼 강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는 과장되고 잘못된 용어입니다. 또한 치료제가 없다는 것도 잘못된 사실입니다.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박테리아가 내성 기전을 획득하는 것은 분명 큰 문제이긴 하지만, 작년 신종플루 대란에서 느꼈듯이 과도하게 조성된 공포심은 의료 시스템에 비효율과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용어보다는 "신종내성 박테리아", "다제내성 박테리아" 같은 이름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정말 궁금한 부분이었거든요,정말 감사합니다~~~~^^*
늘 하고팠던 이야기였는데 이번 기회에 조금 풀어놓을 수 있어서 저도 좋았습니다. :)
저도 6번의 오류를 자주 범하는데요...(일단은 약 먹기가 너무 시러서) 세균이 [완전박멸] 될 때 까지 약을 먹어야 하는것이군요...고맙습니다. 좋은 계절되셔요.
다른약도 복용 기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항생제는 꼭 지켜야 해요! 날이 많이 선선해졌네요. 이제 가을 맞을 준비를 하면 되겠어요 ^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