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조사가 있어 부산을 다녀왔다.
절친이 토박이처럼 오래 살고 있기도 하지만 부산은 여행 삼아 1년에 두세 번쯤은 갔는데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부산행이 주춤했었다.
간다간다 하면서 못 가고 온다온다 하면서 못 오는 게 고단한 인생살이던가. 서울, 포항, 마산, 부산, 네 명이 모였는데 3년 만에 보는 사람도 있다.
부산 친구는 술이 적당히 오르자 아내의 호출을 받고 먼저 집으로 돌아 가고
자갈치 시장 옆 네온불 비치는 바닷가에 마산 사는 친구와 나란히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노래 <낭만에 대하여>가 작게 흘러나왔다.
어느 노래방이거나 술집에서 이래도 안 들어올래? 유혹하기 위해 일부러 방음 장치를 허술하게 했을까. 나처럼 낭만에 취약한 떨거지가 딱 걸려들기 좋은 노래다.
노래 낭만에 대하여는 선율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거나 혹은 철렁하거나 둘 중 하나다. 몇 소절 듣다가 나도 모르게 이 노래를 흥얼거리자 친구도 작게 따라 부른다.
부산의 항구 모퉁이에서 내 맘대로 편곡한 낭만에 대하여를 부르다가 고음에서 울컥하는 바람에 딱 멈췄다. 알콜 탓이다. 이제 보니 최백호 노래는 온통 술을 부르는 노래뿐이다.
술과 낭만, 그리고 최백호 노래,, 노래를 하다 말고 주변을 둘러보니 봄밤이 나무들마다 초록색 빛깔을 남기며 나처럼 늙어가고 있었다.
"니 채배꼬 고향이 부산인 거 아나? 아마 여기도 여러 번 왔을 걸?"
"안다."
"어찌 알았노?"
"얼마전 책 나왔던데 거기서 읽었다."
"그가 책도 썼드나?"
얼마 전에 나온 책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를 읽고 최백호의 일생을 알았다. 1950년 부산 출생,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곡절 많은 인생을 딛고 지금까지 잘 살아 왔다.
그의 대표곡 낭만에 대하여는 1994에 나왔다. 이 노래를 나중에 알았고 이렇게 좋은 줄 몰랐는데 지금 와서야 더욱 사무치게 들리는 곡이다.
최백호는 늙을수록 매력이 더해 가는 사람이다. 터무니 없지만 나도 한때는 연예인과 결혼을 꿈꿨던 적이 있다.
화면에서 늘 웃던 그녀와의 결혼을 떠올리면서 수음을 했던 밤들이 대체 몇 날이었던가.
최백호는 비록 헤어지기는 했어도 예쁜 탈렌트와 결혼하기도 했다. 책에는 최백호의 그림이 여럿 실려 있었다. 인사동에서 전시회도 했다고 한다.
택도 없는 일이지만 나도 최백호처럼 늙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예전엔 몰랐는데 낭만에 대하여는 가사도 참 좋다.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술을 부른다.
혼술이면 어떻고 떼술이면 어떠랴.
최백호만큼 훈훈한 외모와 낭만의 목소리를 갖고 있진 않지만 내가 며칠 전 봄밤의 항구에서 바라본 불빛은 낭만에 흠뻑 젖게 했다. 싸구려 낭만도 내겐 귀한 낭만이다.
*제목이 <나무>인 최백호의 그림이다.
첫댓글
도라지 위스키 마시면서
흐느끼는 로~라 들어봤어요?
다방에서 들어본 사람은
오른손 손가락 하나 접어요! ㅎ
https://youtu.be/if_Xt9bNqPE
PLAY
흐느끼는 로라도, 최백호 노래도
다방에서 들어야 제격이지요.
그것도 2층 다방에서,,
낭만을 제대로 아는 멋진 남자
호태호태, 홋해hot해,,^^
덕분에 낭만에 대하여
간만에 들어봅니다
넵!
앞으로 제 추억에 얽힌 노래를 하나씩 소환할 생각입니다.
원래 1탄은 이 노래가 아니었는데
며칠 전에 갑자기 제 마음을 흔드는 바람에,,ㅎ
덕분에 로라 섹스폰 연주도 듣고,
낭만에 대하여~~
가을밤에 어울림직한 노래를 봄밤에 듣습니다.
감사해요.
낼, 모레 많은 비가 온다는데 그럴 때 더더 어울릴 것 같은 기대감~~^^
낭만에 대하여는 비올 때 들어도 좋지요.
알고 있는 노래였더라도 누가 들을 계기를 줬을 때
더 실감나게 다가오더군요.
막바지 봄이 부지런히 익어갑니다.
가희님도 평화로운 봄밤 되세요.ㅎ
낭만가이~~ 유현덕님~~
한잔술에
한곡노래에
낭만이 가득한 글에 저도 즐겁습니다
저는 주현미 노래를 들으면 한잔하고파 집니다 ㅎ
특히 신사동그사람 노래 ~
제가 낭만가이까지는 아니지만
봉봉님과 비슷한 정서를 가진 듯하네요.^^
낭만도 멀리서 찾기보다
주변에서 찾아야 빠르지요.
멋진 낭만이 좋은 친구와 술을 부르기도 합니다.
노래 신사동 그 사람을 추억하며 좋은 밤 되세요.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오랜 만에 들으신다니 다행이네요.^^
최백호는 나이들수록 더 매력적입니다.
연륜이 묻어나는 목소리에서 저절로 낭만이 느껴지거든요.ㅎ
눈이 작고
키크고 마른 체격의 남자가
내 취향이였던 탓에
최백호 선생님을 나도 퍽이나
좋아 하고 있지요..
그러고 보니
낭만에 대하여
노래 들어 본지도 퍽이나 오래 되었습니다.
비 오는 비요일에
한번 들어 봅시다
ㅎ
아항~~
효주님이 최백호를 좋아하시는군요.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한 향기를 품은
묘한 매력이 있는 가수이지요.
라디오 방송 진행도 오랫동안 하고 있더군요.
그림에도 애정이 깊어 하루 두 시간은 꼭 그린답니다.
게다가 이렇게 노래까지 낭만적으로 잘 부르니 참,,ㅎ
방장님 전화좀 부탁드려요
탱고 리듬의 이곡은 초로의 남성들이 술잔을 마주 할 때 참 많이도 좋아하죠.
글과 선곡 넘 고맙습니다.
유곡가인 님이 이 곡을 제대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 곡은 노래에도 생명을 불어 넣는 주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합니다.
가끔 노래에 얽힌 제 사연을 올리도록 할게요.ㅎ
내가 젤 많이 부른 노래가 이 노래인데...
최백호씨 이노래가 대박나서 진짜 유명 해졌지요. 도라지위스키도 다방에서 마셔 봤어요.ㅋㅋ
.
.우리동네에 40년된 옛날식다방 있어요.
지금도 계란노른자 동동띄운 쌍화차도 팔고 도라지위스키도 팔아요.ㅎㅎ
음유 시인님과 연결되는 다방에 관한 묘한 인연이군요.
도라지 위스키는 못 마셨봤으나
계란 넣은 쌍화차는 마셔본 경험이 있답니다.
님의 동네에 옛날식 다방이 있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이번 부산 갔을 때 자갈치 시장 2층 다방이 없어져서 아쉬웠네요.
노래와 다방에 관한 추억을 공감할 수 있어서 저도 참 좋습니다.ㅎ
그야말로 옛날씩 다방에 앉아~
얼마전 미스터트롯 결승에서 아나운서출신 낭만가객 김용필이랑 그 노래 부르는데 역시 원곡자의 음색이 기가막히더군요
맞아요
나이들수록 마음이 가는 목소리 였습니다
인생이 무르익으면 노래도 숙성된다.
석우님처럼 노래 맛을 아는 분한테 해당하는 말이랍니다.
세상이 변하면서 옛날식 다방은 찾아 보기 힘들지만
아련한 추억이 있어 이런 노래에 공감할 수 있나 보네요.
나이 먹어 좋은 것도 이럴 때인가 봅니다.ㅎ
조용필과 같은 해 태어나셨네요
음악뿐 아니라 어떤 곳에서 무엇을하든
죽는 순간까지 혼을 다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건 멋진거같아요
드가님 댓글을 읽고 보니
조용필도 1950년에 출생했네요.
최백호, 조용필뿐 아니라 그해 태어난 사람들 중 재주꾼이 많더군요.
드가님도 혼신을 다해 뭔가를 하며 사는 분이 되시길,,^^
@유현덕 덕담 감사드립니다
늦게까지 뭔가를 한다는게
한국에서는 좋은 이미지가 아닌거같아요
놀고 다니고 즐기는 모습이 팔자좋은 사람의 노후 삶이라고 우기(?)시던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늦게까지 써먹을수잇는게 있도록
좀 살펴보긴 해야될거 같아요